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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데뷔 17년, 저도 바뀌었죠"..박기웅이 '꼰대인턴'으로 듣고 싶던 말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07-02 17:14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박기웅(36)이 연기인생 17년을 돌아봤다.

박기웅은 2005년 영화 '괴담'으로 데뷔한 이후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던 인물. KBS2 '추노'(2010)와 KBS2 '각시탈'(2012), SBS '리턴'(2018)에서 소름 돋는 악역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강하게 각인됐고, 역대급 캐릭터를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또 MBC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지지를 받았다.

1일 종영한 MBC '꼰대인턴'(신소라 극본, 남성우 연출)에서는 그룹의 총수인 남궁표 회장의 외아들이자 준수 식품의 대표 이사인 남궁준수 역을 연기했다. 그룹의 대표이지만,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바지 사장으로 가열찬(박해진)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고, 극 말미에는 화해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꼰대인턴'은 가까스로 들어간 회사를 이직하게 만들었던 최악의 꼰대 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지질하면서도 통쾌한 복수극이자, 시니어 인턴의 잔혹한 일터 사수기를 그리는 드라마로, 신구세대를 막론하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한몸에 불러온 코믹 오피스물로 주목을 받았고, 방영 내내 수목극 1위를 지키며 종영했다.

박기웅은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꼰대인턴'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기웅은 이번 '꼰대인턴'이 종영이 유독 아쉽고 섭섭하다고 했다. 기존의 극보다 회차가 짧기도 했지만, 그만큼 즐기며 연기를 했기에 더 아쉬움이 컸다는 것. 그는 "(남성우) 감독님도 배우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셨다. 연기를 그래서 더 편하게 하기도 했다. 배우들끼리의 소통도 중요했다. 그래서 김응수 선배님께 '만식이 형'이라고 하는 애드리브도 완성할 수 있었다. 럭비공 같은 캐릭터를 표현할 때 조심스러운 것은, 큰 틀에서 엇나갈 수 있다는 것인데 그 부분을 엇나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많이 만들어냈다. 최종회 결투 장면에서 BB탄 총을 들고 나간 것도 저의 생각이었다. 아이디어를 많이 냈고, 과하다 싶으면 감독님이 중재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남궁준수는 당위성이 있던 악역이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보호받지 못한 삶을 살았던 것이 남궁준수의 삶을 망가뜨리기도 했고, 이후 안하무인의 캐릭터가 되며 극에서는 웃음도 담당했다. 박기웅은 "외적으로는 살을 좀 찌웠다. 저희가 빼야 잘 나오는데, 이번엔 찌워서 동글동글하게 나왔다. 제가 몇 kg 내에서 살이 잘 찌고 잘 빠진다. 그래서 '구해령' 때는 말라서 찌웠는데, 그 전작인 '리턴' 때 66kg 정도 나갔다. 지금은 72kg 정도 나가니까 6kg 이상 차이가 나는 거다. 그런 거를 좀 더 노력을 했다. 의상도 원래는 사전에 저희 스타일리스트 팀과 감독님이 1차 회의를 했을 때는 시안을 뽑아가는데, 스탠다드하게 준비를 했더라. 그래서 제가 말씀을 드렸다. '더 가도 될 거 같다'고 말해서 반바지 입고 출근하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녀버리고, 연기 외적으로 그렇게 설정을 했다. 연기적으로는 일단 이번 캐릭터는 극 대사를 많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제가 주로 극 대사를 해야 하는 캐릭터가 더 많이 들어온다. 스탠다드하고 전작도 애드리브를 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며 결이 다른 악역, 남궁준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동안 치열한 고민으로 악역이라는 큰 산을 넘어왔던 박기웅은 '꼰대인턴'을 통해서는 조금 더 가벼운 옷을 입었다며 좋아했다. 이번에 가장 듣고 싶었다는 말 역시 '이런 것도 잘 하네'였다고. 박기웅은 "이런 것도 잘한다는 것을 하고 싶었다. 배우들을 보고 이 작품에 들어온 것도 맞다. 선배님들도 제가 다 좋아하는 성향의 분들이었고, 해진이 형도 워낙 잘 알았고. 그게 컸다. 이것도 건방진 말이지만, 제가 할 때마다 그냥 '박기웅의 재발견'이라고 하시는데, 이번에도 그러시는 분들이 있더라. 이 역할을 할 때 '안 어울릴 거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끝나가니까 이런 거 잘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그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아직 부족하고 작은 배우라 부족한 것도 많을 거다. 저는 근데 이쪽 일을 처음 할 때부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었고 쓰임이 많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 또래에 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캐릭터가 더 중요한 거다. 그리고 남궁준수를 하면서 너무 재미있었다. '구해령' 끝나고도 그러는데 저는 '재발견'이라는 얘기가 좋다. 들을 때마다 좋다"고 말했다. 그만큼 '꼰대인턴'은 확실한 박기웅의 재발견이었던 셈이다.


사진=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
2003년부터 연기를 시작했다는 박기웅은 어느덧 17년차 배우가 됐다. 이 과정에서 마음 속의 변화 역시 일어났다는 설명. 박기웅은 "저는 20대 초반에 작품을 할 때 저와 친하게 지냈던 감독님들이 소위 '너는 약간 밑바닥 분위기가 있다'는 말을 했다. 뭔가 밑바닥 분위기와 배고픈 느낌이 묻어있다고 했었다. '너는 쓸쓸한 청춘을 해야 해'라고 하신 분이 계신다. 저는 제가 부티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도 소시민 역할을 하다가 어느 순간 그런 역할을 하니까 그런 역할이 들어오는 거 같다. 저도 물론 다 잘 할 수 없지만, '자뻑'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배우는. 나는 멋있고 연기를 잘한다는 착각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 연기에 확신이 없다면 어떻게 시청자를 설득하겠나. 그래서 스스로 잘 한다는 '자뻑'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연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군대에 다녀온 2년 후 많은 것을 바꾸게 됐다는 박기웅은 "제가 많이 바뀌었다. 많이 편안해졌다"고 인정한 뒤 "힘을 물론 더 빼야겠지만, 제가 최근에도 소위 첫 번? 주인공 역할이 몇 개씩 들어왔다. 요새는 콘텐츠가 많으니까. 근데 안 했다. 왜냐면, 제 기준에서 그 대본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저는 이제는 그냥 재미있는 거,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자는 쪽으로 많이 돌아섰다. 같은 값이라면. 근데 회사에서는 안 좋아하겠지만. 저는 이제 어느 순간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배우를 길게 하고 싶고, 우리 드라마, 작품에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오래하고 싶은데, 역할의 크기에 구애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연기가 더 재미있어졌다. 제가 더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그게 정말 좋더라. 이제는 그냥 많이 편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힘은 더 빠져야 하지만"이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행복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박기웅은 '꼰대인턴'을 마친 뒤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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