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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비'는 전쟁이다.
스토리는 넘쳤다. 하지만 정작 경기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미디어데이에서는 저마다 공격축구를 다짐했지만, 막상 휘슬이 울리면 정작 그라운드에 펼쳐지는 것은 '지지 않는 축구'였다. 선수들은 얌전했고, 감독들은 조심스러웠다. 긴장감은 넘쳤지만, 팬들을 흥분시킬만한 요소는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딱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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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은 공격축구를 다짐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예전 슈퍼매치를 복기해보면, 재미난 경기를 많이 했는데, 한 번은 0대0 경기를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 경기는 피하고 싶다. 서로 득점을 하는,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그런 공격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물론, 무승부보단 승리가 낫다"며 필승 의욕까진 감추지 않았다. 이임생 수원 감독은 "서울이 전북전에서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격적으로 임했다. 그런 마인드로 경기를 하면 팬들한테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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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는 동해안더비가 끊었다. 포항과 울산은 화끈한 공격축구로 나섰다. 템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버금갈 정도였다. 보는 내내 넘치는 박진감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이날만큼은 수비축구로 비판받던 울산은 없었다. 전력상 한수 아래로 평가받던 포항도 수비 대신 공격축구로 무장했다. 리드를 잡은 뒤에도 수비 보다는 공격적인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수들도 약속을 지켰다. 정재용은 정말 죽어라 뛰었다. 한솥밥을 먹던 울산 형들과 몸싸움도 서슴치 않았다. 다른 포항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상대 슈팅이 나올때마다 몸을 날려 막아냈다. 신진호는 세리머니에 성공했다. 전반 31분 김보경의 패스를 받아 멋진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한 신진호는 슬라이딩하며 김도훈 감독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김도훈 감독도 경례로 답했다. 울산 팬들이 열광했다.
다음날 열린 슈퍼매치도 이에 못지 않았다. 수원과 서울 모두 쉴새없이 치고 받았다. 물러섬은 없었다. 이임생 감독은 한수위로 평가받던 서울을 상대로 특유의 '노빡꾸 축구'를 펼쳤다. 최용수 감독 역시 예고대로 끊임없이 앞으로 나갔다. 1대1로 마무리됐지만 골로 연결될 수 있는 장면은 셀 수 없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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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조금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K리그는 위기다. 이를 넘기 위한 답은 다들 알고 있다. 깨끗하고 재밌는 승부를 보여주면 된다. 매 시즌 초마다 모든 팀들이 앵무새처럼 공격축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 그라운드에서 진짜 공격축구를 찾기는 어렵다. 이번 두 번의 더비처럼 하면 된다. 매경기가 동해안더비, 슈퍼매치처럼 펼쳐진다면 K리그 보지 말라해도 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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