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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극장과 안방의 경계는 머나먼 옛말이 됐다.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 부산국제영화제마저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손을 잡았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하는 파격 행보로 영화계의 이목을 끌었다.
'심야의 FM'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전,란'은 한국을 대표하는 월클 감독인 '깐느 박'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또 신철 작가와 함께 공동 집필로 시나리오를 완성한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전,란'은 부산영화제 개막식인 2일 월드 프리미어로 첫 공개된 이후 곧바로 11일 자사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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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으로 29년 영화제 역사상 최초 OTT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택하게 된 부산영화제의 결단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크린에서 OTT 플랫폼으로 쏠린 대중의 관심을 고스란히 반영한 뼈아픈 영화계 현실이기도 했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하 박 집행위원장)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때문에 (부산영화제 개막작 선정에 대한) 고민한 대목은 없다. 최근 부산영화제는 초청작을 선정하는 데 있어 작품 자체를 보려고 한다. '전,란'도 관객이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를 감안해 선정한 작품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OTT 작품을 온 스크린 섹션으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지 않나? 온 스크린 섹션을 만든 이유도 영화 역시 OTT의 한 장르라고 생각해서 만든 섹션이다. 앞으로도 부산영화제는 OTT 플랫폼 작품이라고 배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전,란'이 가져올 대중적 관심에도 초점을 맞췄다. 박 집행위원장은 "'전,란'은 박찬욱 감독이 직접 제작과 갱에 참여한 작품이다. 뛰어난 실력의 영화인이 참여한 매력적인 사극이다. 호화로운 캐스팅의 조화도 매력적이다. 부산영화제의 화려한 개막을 알리는 작품으로 적합해 선정하게 됐다"며 "'전,란'은 상당히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역대 개막작 중 가장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전,란'을 향해 '이 작품 괜찮다'고 평가해 선정하게 됐다"고 자신했다. '관객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한 대목처럼 올해 부산영화제는 확실히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다.
'전,란'을 발굴한 정한석 한국 영화 프로그래머 역시 "모든 영역에서 고르게 최상의 매력을 발산하는 세련되고 힘 있는 사극 대작"이라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할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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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개·폐막작으로 선정된 사례는 '전,란'을 포함해 전 세계 단 9편·11회이다. 그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개·폐막작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2022년 열린 제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당시 '화이트 노이즈'(노아 바움백 감독)가 개막작으로 선정됐을 때였고 이듬해였던 제80회 베니스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이 폐막작으로 선정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이 외에 여전히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있는바, 특히 칸국제영화제는 프랑스 영화계의 날 선 반발로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영화를 여전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전,란'이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영화제 화려한 개막을 담당하게 됐으니 넷플릭스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넷플릭스 측은 스포츠조선을 통해 "전, 란'이 아시아 최고의 영화 축제인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될 '전,란'이 전 세계에서 한데 모일 많은 영화 팬에게 큰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