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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역대급 소통불가 부부가 등장했다.
아내는 "남편 얼굴도 보기 싫고 같이 밥도 먹고 싶지 않다"며 아이와 단 둘이 식사를 했고, 남편은 "나는 이집 식구가 아닌거지"라며 씁쓸해했다. 결국 남편은 홀로 집 앞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김밥 한 줄을 사먹었다.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을 수도 있지만, 아내가 라면 냄새가 싫다고 타박해 편의점행을 택했다고.
남편은 맞벌이 부부임에도 요리 설거지 빨래 분리수거 등 모든 집안일을 혼자 도맡아 했지만 아내는 짝이 없는 양말 하나에도 "이게 정상이냐"며 막말을 퍼부었다.
오은영 박사는 "아내는 남편이 싫은 것 같다. '너는 응징의 대상'이라는 느낌"이라고 분석했고, 아내는 자신이 느꼈던 힘든 감정을 똑같이 남편이 느끼도록 복수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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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내는 "철심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남편이 몸이 어떠냐고 묻지도 않고 7시에 술 먹으러 간다고 하더라. 열이 40도까지 올랐을 때도 쓱 보고 가서 혼자 병원에 갔다. 괜히 결혼했나 싶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 아내가 임신 중 입덧으로 양파 냄새조차 맡기 힘들 때도 남편은 양파만 넣은 카레를 만들어줬다. 이런 남편의 행동에 아내는 "사이코패스인 것 같다.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남편은 "전날 심하게 싸워서 감정이 남아있었다. 또 아픈척 한다 생각했는데 퇴근하고 왔더니 아내가 출근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더라. 이렇게 아픈 줄은 몰랐는데 미안해서 괜히 성질을 냈다. 카레는 양파가 맛이 없다면 더 맛있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양파를 더 넣었다"며 함께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남편과 아내의 진심은 통하지 않았고, 서로 평행성만 달리고 있었다. 결국 아내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분노로 자학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내는 "남편이랑 싸우면 다 내탓이라며 뺨을 때리고 자학한다. 이런 결혼을 선택한 벌을 나에게 줘야겠다는 생각이다. 죽고 싶더라"라고 토로했고, 남편도 "나도 차 안에서 혼자 나를 많이 때려서 어떤 기분인 줄 안다. 저렇게라도 하면 속이 시원하다"고 공감했다.
하지만 남편의 문제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작업기억력 부족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작업기억력은 일을 할 때 잠깐 저장하는 기억력이다. 이게 부족할 경우 자신이 관심있는 건 기가 막히게 기억하지만 다른 일은 쉽게 잊어버린다. 당장 할 수 없는 것은 메모나 녹음을 하고 루틴을 만들어 몸에 익혀야 한다"고 남편을 위한 솔루션을 줬다.
또 아내를 위해서는 "남편에게 모멸감을 주는 막말과 무시를 그만해야 한다. 분명하고 명확하게, 친절하게 이야기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