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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동상이몽도 이런 동상이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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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케이콘'에는 펜타곤 시크릿넘버 피원하모니 더보이즈 선미 비 효린 티오원 원어스 스테이씨 에이티즈 뉴진스 등이 참여했다. 해외 스케줄이 있던 몇몇 팀을 제외하고는 인천국제공항에 집결해 지난달 29일 오전 9시 전세기로 출국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전세기 허가가 제대로 나지 않은 것. 이에 CJ ENM 측은 29일 오전 1시, 오후 11시 아티스트 측에 출국 불가 공지를 내렸다. 그리고 30일 오전 7시가 되어서야 겨우겨우 11시 집합, 오후 1시 비행 공지를 전달했다.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비상 대기 체제로 있던 아티스트들은 공연 당일 부랴부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한 것은 오전 8시. 공연에 앞서서는 컨디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티스트들에게 그럴 시간적 여유 따위는 없었다. 12시간 이상의 비행을 마친 상태 그대로 공연장으로 달려갔다.
해외 스케줄로 직접 사우디아라비아에 오기로 한 아티스트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세기 출항이 계속 연기되면서 자칫 잘못하면 공연 자체가 무산될 수 있었던 상황이라 사우디아라비아행 비행기를 타야하는건지 애타게 기다렸다. 발을 동동 구른 끝에 간신히 시간을 맞출 수는 있었지만 첫날 공연팀은 빠듯한 시간 탓에 리허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무대 세팅 등이 되어있는 상태라고는 해도 무대를 살펴보거나 적응할 시간도 없이 생으로 무대 위에 올려진 것과 다름 없었던 것이다. 아티스트들은 갈고 닦은 기량으로 완전한 축제를 완성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티스트들의 실력과 임기응변이 빛을 발한 것일 뿐, CJ ENM 측의 배려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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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전세기를 띄운 것 자체로 대우를 해준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아무리 전세기라고 해도 비즈니스석은 한정돼 있고, 비교적 편안한 비행을 누릴 수 있는 팀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한 관계자는 "꼭 전세기를 타지 않더라도 예전부터 '케이콘'은 데뷔 2년차가 넘어야 비즈니스석을 제공해주는 등의 대우를 해왔다"고 귀띔했다. 불편한 자세로 끼어앉아 12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을 하고도 바로 공연을 해야 했다는 뜻. 또 멤버수별로 동반할 수 있는 스태프 수도 정해져있다고도 한다. 통상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 여러 분야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사람 수가 적다고 적은 인원으로 커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멤버수에 따라 동반 가능 스태프 수에 제한을 두게 되면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케이콘'은 그야말로 '갑질의 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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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케이콘'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K팝 가수, 특히 신인들이 해외 활동의 활로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케이콘'은 모객도 잘 되고 해외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행사다. 이미 팬덤을 확보한 가수들은 몰라도 신인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케이콘'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자체가 문호개방 정책을 펼친 것과 맞물려서인지 홍보 규모가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거리 곳곳에 '케이콘' 홍보물이 붙어있었고 전면적으로 홍보를 하는 느낌이었다. 한국어를 하는 팬들도 꽤 많아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케이콘'에는 순기능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연에 참가하는 가수들의 인권을 좀더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