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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2시간 비행하고 바로 공연하라니"…케이콘, 축제의 장 아닌 CJ 갑질장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22-10-03 12:10 | 최종수정 2022-10-03 12:21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동상이몽도 이런 동상이몽이 없다.

9월 30일과 1일 양일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케이콘 2022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케이콘)'이 열렸다. 이번 공연을 두고 주최측인 CJ ENM은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와 6월 체결한 문화교류증진 업무협약(MOU) 첫 번째 결과물로 사우디아라비아 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쿠웨이트 등 주변 지역 K팝 팬 2만여명이 현장에 몰려들고, 전세계 213개국 820만 팬이 온라인 생중계로 시청한 축제의 장이었다고 뽐냈다. 'K-컬처 전파의 선봉장'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바로 공연에 참가한 가수들에 대한 대우 문제 때문이다.

이번 '케이콘'에는 펜타곤 시크릿넘버 피원하모니 더보이즈 선미 비 효린 티오원 원어스 스테이씨 에이티즈 뉴진스 등이 참여했다. 해외 스케줄이 있던 몇몇 팀을 제외하고는 인천국제공항에 집결해 지난달 29일 오전 9시 전세기로 출국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전세기 허가가 제대로 나지 않은 것. 이에 CJ ENM 측은 29일 오전 1시, 오후 11시 아티스트 측에 출국 불가 공지를 내렸다. 그리고 30일 오전 7시가 되어서야 겨우겨우 11시 집합, 오후 1시 비행 공지를 전달했다.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비상 대기 체제로 있던 아티스트들은 공연 당일 부랴부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한 것은 오전 8시. 공연에 앞서서는 컨디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티스트들에게 그럴 시간적 여유 따위는 없었다. 12시간 이상의 비행을 마친 상태 그대로 공연장으로 달려갔다.

해외 스케줄로 직접 사우디아라비아에 오기로 한 아티스트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세기 출항이 계속 연기되면서 자칫 잘못하면 공연 자체가 무산될 수 있었던 상황이라 사우디아라비아행 비행기를 타야하는건지 애타게 기다렸다. 발을 동동 구른 끝에 간신히 시간을 맞출 수는 있었지만 첫날 공연팀은 빠듯한 시간 탓에 리허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무대 세팅 등이 되어있는 상태라고는 해도 무대를 살펴보거나 적응할 시간도 없이 생으로 무대 위에 올려진 것과 다름 없었던 것이다. 아티스트들은 갈고 닦은 기량으로 완전한 축제를 완성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티스트들의 실력과 임기응변이 빛을 발한 것일 뿐, CJ ENM 측의 배려는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CJ ENM은 왜 이런 촌극을 만든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왜 CJ ENM은 항공편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을까'다. 처음 '케이콘' 이야기가 나온 것은 6월 MOU를 체결할 때였다. 무려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CJ ENM은 항공편 확보에 실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직항 항공기가 많지 않고, 경유를 한다고 해도 비행편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미리 인지했더라면 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부족한 사전조사 탓이었는지 CJ ENM은 항공편을 확보하지 못했고 급하게 전세기를 띄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전세기를 띄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단순히 게이트를 확보하는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비행 경로에 있는 나라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촉박하게 전세기를 준비하다 보니 결국 이 모든 허점들이 최악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전세기 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악화됐다면 CJ ENM은 제대로 사태에 대해 설명을 하고 사과를 한 뒤 아티스트들에게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CJ ENM은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선심이라도 쓰듯 첫날 밋앤그릿 스케줄을 다음날로 미뤄주겠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했을 뿐 왜 전세기 대란이 일어났는지 이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사과도 없었다. 심지어 공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팀들에는 미성년자 멤버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으나 성인도 소화하기 힘든 스케줄을 따르며 무리해야 했다.

일각에서는 전세기를 띄운 것 자체로 대우를 해준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아무리 전세기라고 해도 비즈니스석은 한정돼 있고, 비교적 편안한 비행을 누릴 수 있는 팀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한 관계자는 "꼭 전세기를 타지 않더라도 예전부터 '케이콘'은 데뷔 2년차가 넘어야 비즈니스석을 제공해주는 등의 대우를 해왔다"고 귀띔했다. 불편한 자세로 끼어앉아 12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을 하고도 바로 공연을 해야 했다는 뜻. 또 멤버수별로 동반할 수 있는 스태프 수도 정해져있다고도 한다. 통상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 여러 분야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사람 수가 적다고 적은 인원으로 커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멤버수에 따라 동반 가능 스태프 수에 제한을 두게 되면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케이콘'은 그야말로 '갑질의 장'이었던 것이다.



물론 '케이콘'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K팝 가수, 특히 신인들이 해외 활동의 활로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케이콘'은 모객도 잘 되고 해외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행사다. 이미 팬덤을 확보한 가수들은 몰라도 신인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케이콘'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자체가 문호개방 정책을 펼친 것과 맞물려서인지 홍보 규모가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거리 곳곳에 '케이콘' 홍보물이 붙어있었고 전면적으로 홍보를 하는 느낌이었다. 한국어를 하는 팬들도 꽤 많아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케이콘'에는 순기능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연에 참가하는 가수들의 인권을 좀더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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