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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채널A 범죄다큐스릴러 '블랙: 악마를 보았다(이하 블랙)'가 예술로 자신의 범행을 포장한 사진작가 살인범 이동식의 행위로 씁쓸한 시대상을 보여주는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동식의 행적에서 그 심리를 파헤쳤다. 한 달 월급 27만원의 보일러 배관공으로 일하던 이동식은 월급의 5배가 넘는 150만원짜리 일본 N사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에 몰두했다. 어느날 닭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희열을 느끼며 사진을 촬영한 이동식은 이 사진으로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이후 한 사진작가 협회에 가입하게 되는 등 인정을 받게 되자, 더욱 괴이한 사진 세계에 골몰하게 되었다. 전문 모델을 고용해 밧줄로 묶거나 기이한 포즈를 취하게 해 누드 사진을 촬영하고, 아내를 모델로 살해당한 시신의 모습을 연출하는 등 엽기적인 장면을 촬영하며 죽음에 집착하게 되었다.
배관공이던 이동식이 왜 사진에 집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장진은 "고급 사진기를 들면 '사진작가'라는 이미지를 얻는다고, 그리고 이 취미 하나 때문에 자신의 신분이 달라진다고 생각을 한 것 같다"라고 추측했다. 권일용은 "이동식의 '사진'에 대한 중독은 도박 중독과 유사한 '행위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 도박을 시작하고 초기에 큰돈을 번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기 쉽듯이, 이동식의 경우 초기 작품인 '죽어가는 닭' 사진으로 큰 상을 받은 것이 중독으로 이끄는 발단이 되었다"라고 분석했다. 장진은 "실제로 죽어가는 닭 사진으로 그는 사진전에 입상해 개인 전시회까지 열었고 어느 사진작가협회 정식 회원으로까지 가입했다. 참신함을 인정받으며 더 자극적인 것으로 가게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시신을 낙엽으로만 덮은 뒤 그대로 두고 떠났고, 수사를 하던 형사들이 그를 찾아오자 태연하게 피해자와 아는 사이라고 인정했다. 이후로 그는 '사진만 찍고 헤어졌다', '눈 앞에서 독극물을 먹고 쓰러져서 난 도망갔다' 등으로 진술을 바꾸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의 사무실에서 필름이 발견되며 그가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드러나는 증거들에 이동식은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최귀화는 "어떤 정신 세계이기에 이해가 안 된다"라며 충격에 빠졌다. 권일용은 "남의 고통과 두려움을 보면서 즐기는 것도 관음증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동식에게 사진이란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최상의 도구였다. 이런 증상이 더 나아가면 시체 성애로까지 나타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장진은 "마지막까지도 예술이라고 이야기한다"라며 이동식의 뻔뻔함에 분노했고, 최윤영도 "이동식은 '예술을 위해 살인했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살인만을 위해서 예술이나, 사진작가 같은 명분을 도구로 갖다 붙인 거다"라고 그를 정의했다.
충격적인 반전은 또 이어졌다. 이동식의 전처는 9년째 행방불명 상태였는데 그 행적에도 이동식이 개입한 것 같은 의혹이 제기된 것. 수사관의 거듭된 질문에 이동식은 자신이 전처를 살해한 후 암매장했다고 자백하기도 했지만 끝내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그의 거처에서 수십 장의 다른 여성들의 사진이 발견되기도 해 다른 여죄의 가능성 또한 제기되었다. 하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에 한껏 열을 올리던 당시 정부는 국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수사를 종결시키고 이동식의 사형을 집행했다.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이동식의 여죄들에 대해 최윤영은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들이 너무 안타깝다"라며 씁쓸해했다.
범죄다큐스릴러 '블랙: 악마를 보았다'는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50분 채널A에서 방송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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