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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김용훈(39) 감독이 "한국 영화 역사를 만든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을 필사하며 영화 공부했다"고 말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통해 기존 범죄 블랙코미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새로운 구성과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 스타일리시한 미장센 등으로 보는 이들의 108분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신예 김용훈 감독은 첫 장편 상업 영화에서 호평을 얻으며 단번에 충무로 '기대주'로 등극했다. 더구나 공간과 미술의 디테일한 표현, 다양한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리는 자신만의 장기를 적극 활용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지난 2일 폐막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Special Jury Award)을 수상, 첫 출발부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더구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충무로 올스타전'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충무로 명품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극 중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역의 전도연,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에 시달리며 한탕의 늪에 빠진 태영 역의 정우성, 가족의 생계를 지키는 것이 전부인 중만 역의 배성우, 과거의 기억에 갇혀 버린 노모 순자 역의 윤여정,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 역의 신현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체류자 진태 역의 정가람 등 탄탄한 이야기와 명배우들의 압도적인 열연까지 더한 완벽한 앙상블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또한 "물론 봉준호 감독이 아닌 다른 한국 감독들은 덩달아 부담도 생긴다. 관객의 눈높이는 '기생충' 때보다 더 높아질 것이고 그 만족을 주기 위해 감독과 배우들은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어떤 작품이라도 '제2의 기생충'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으니까 자부심이 생기면서도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김용훈 감독은 '벌새'의 김보라,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감독과 언론 보도를 통해 봉준호 감독의 뒤를 이을 한국 영화 기대주로 떠오르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중. 이에 "이것 역시 너무 부담된다. 우리 영화 제작사의 마케팅인지 모르겠지만 가당치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리틀 봉준호'라는 타이틀을 달면 일단 관객들은 내 작품을 '기생충'만큼 기대하고 오지 않나? 나는 그저 아직 초급 단계의 연출자인데 높은 기대치로 인해 우리 영화가 실망감이 커지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단지 내가 그런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이유는 개봉 시기가 잘 맞아서였던 것 같다. 시기가 맞아서 기사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사실 그 무게를 질 자신이 없다. '제2의 봉준호' '리틀 봉준호'는 너무 크고 벅찬 타이틀이다"고 고백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은 한국 영화 감독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감독이지 않나? 워낙 대단하고 천재적인 감독이기에 나도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봉준호 감독의 작품으로 공부를 많이 했다. 내 영화 교본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마더'였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으로 필사를 하면서 영화와 시나리오 공부를 했다. 봉준호 감독은 연출자로서도 훌륭하고 완벽하지만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최고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분의 시나리오를 봤을때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를 쓰지?' 싶을 정도로 놀라움의 연속이다. 지문을 쓰는 특성, 대사, 단어 등이 모든게 대단했다. 내 몸에 체득하려고 그분의 작품을 꾸준히 필사했다. 지금도 시나리오를 쓸 때도 봉준호 감독의 책을 보면서 공부한다. '어떻게 하면 더 간결하고 비주얼적으로 나은 그림을 만들 수 있을까?' 연구하며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본다. 그분의 시나리오와 내 시나리오를 비교하면서 한숨을 쉴 때도 많다. 봉준호 감독은 천재다"고 남다른 팬심을 밝혔다.
이어 "이번 로테르담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흑백판이 상영됐는데 그 계기로 봉준호 감독을 로테르담에서 뵐 기회가 생겼다. 봉준호 감독이 한국 신인 감독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차원에서 다같이 불러 밥을 사주셨는데 우리 작품이 호평받는 것도 그때 봉준호 감독의 기운을 많이 받아서이지 않을까?"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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