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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보니하니' 방송 중단+제작진 전원 징계…폭행 논란 이틀만에 '초토화'(종합)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9-12-12 18:10


'보니하니'로 출연 중인 김채연(왼쪽)과 이의웅. 사진=보니하니 공식 SNS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보니하니' 폭행, 성희롱 논란의 후폭풍이 '펭수 효과'를 한껏 누리던 EBS의 전성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EBS는 12일 간부 긴급회의를 소집, '보니하니'의 방송 중단 및 제작진 전면 교체를 결정했다.

EBS는 이날 "청소년 출연자의 보호를 위해 '보니하니'를 잠정 중단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명중 사장은 '보니하니' 사태에 대해 엄중히 질책하고, 철저한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하는 한편 '출연자 보호'를 강조했다.

'보니하니'는 고현미 PD를 비롯해 총 3명의 여성 PD가 연출해왔다. 하지만 EBS는 '보니하니' 최종 제작 책임자인 김형순 유아어린이특임국장, CP(총괄 프로듀서) 정지응 유아어린이부장의 보직 해임을 시작으로 제작진을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보니하니' 관계자는 EBS 징계위원회에도 회부된다. 김명중 사장은 "EBS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제작 시스템 전체를 꼼꼼히 점검하겠다. 상처받은 출연자에게 고개숙여 사과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보니하니'는 지난 10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개그맨 최영수(당당맨)가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버스터즈 김채연(하니)의 어깨를 때리는 듯한 장면이 포착돼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또다른 개그맨 박동근(먹니)이 김채연을 향해 "이 독한X, 리스테린 소독한X"이라며 욕설 섞인 농담을 건네는 모습도 발굴돼 더욱 논란이 확대됐다.


현재 '보니하늬' 출연진. 논란의 '먹니(가운데)'와 '당당맨(가장 오른쪽)'이 눈에 띈다. 사진=보니하니 공식 SNS
'보니하니'의 시청등급은 한때 전체 이용가로 내려갔다가 다시 7세 이상 시청가로 바뀐 전례가 있다. EBS 측도 '보니하니'의 어린이 프로그램답지 않은 수위에 대해 전부터 고민해왔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번 논란은 당사자인 두 개그맨이 30대 중후반의 남성인데다, 채연이 2004년생으로 올해 15세의 미성년 여성 아이돌이라는 점이 겹쳐져 놀랄 만큼 빠르게 커졌다.

일부 시청자는 '리스테린 입 소독'이 화류계 여성에게 쓰이는 은어라고 주장해 더욱 논란이 커졌다. 방심위에는 EBS '보니하니'를 제재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영 교육채널 EBS '보니하니'에서 일어난 청소년 방송인을 향한 언어폭력, 신체 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12일 오후 3시 현재 6만 8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반면 최영수와 박동근을 지지하는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오랫동안 '보니하니'에 출연해왔고, 보니와 하니가 두 사람을 괴롭히는 장면도 많다며 '코미디 연기에 지나친 과민 반응'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보니하니' 제작진은 "폭력은 없었다. 출연자와 현장스태프 모두 확인했다.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며 허물없이 지내다보니 심한 장난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며 2차례에 걸친 공식입장을 밝혔다. '리스테린'에 대해서도 "채연이 항상 방송 전 리스테린으로 가글을 하고 온다"고 해명했다. 당사자인 최영수와 김채연도 각각 "때리지 않았다", "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늦어도 한참 뒤늦은 대처였다. 사방팔방에서 압박받기 시작한 '공영방송'이자 '교육방송'인 EBS의 결정을 뒤집을 수 없었다. 이미 눈덩이는 거대해진 뒤였다. 결국 김명중 사장 명의로 최영수와 박동근의 출연 정지가 확정됐고, 제작진의 징계 및 전면 교체로 이어졌다.

최영수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보니하니'에 출연한지 13년째다. '웃찾사'로 시작했지만, 이제 EBS가 내 소속사라고 생각했었다. 그 인연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난 때리지 않았다. 흔한 상황극일 뿐이다. 억울하다. 저보다 채연이가 더 상처받았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울먹였다.

지난 2003년 9월 첫 방송된 '보니하니'는 올해로 방송 17년째를 맞이한 EBS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보니하니'보다 오래된 EBS 프로그램은 '방귀대장 뿡뿡이', '모여라 딩동댕' 단 2개 뿐이다. 지난달 29일 무려 4000회 특집으로 90분 생방송을 진행했다.


4000회를 기념해 모인 역대 '보니하니'들. 사진=보니하니 공식 SNS
특히 2015년 당시 보니와 하니를 맡고 있던 신동우와 이수민이 집중조명되며 신드롬을 일으켰고, '보니하니'는 신세대 스타의 등용문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후 MC로 활약한 정택현과 안형섭, 김진권, 이의웅, 이진솔, 김유안, 김채연 등은 모두 차세대 스타로 꼽히는 아역배우 또는 아이돌 스타들이다. '자이언트 펭TV(펭수)'가 떠오르기 전까지 EBS에서 가장 새롭고, 주목받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관심은 EBS에겐 버거웠을까. 뜻하지 않은 논란이 제기되자 '공영방송' EBS답게 빠른 대처는 커녕 논란을 부채질하기만 했다. 결국 EBS를 대표하는, 한국 어린이들의 '최애' 프로그램 중 하나인 '보니하니'는 방송 중단의 위기에 몰렸다. 차후 제작이 재개될지는 현재로선 미정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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