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 종합]"더 빨리 했어야 했던 이야기"…원신연 감독, '봉오동 전투'에 눌러 담은 진심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8-05 15:30


영화 '봉오동 전투'의 원신연감독이 5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즈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삼청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8.05/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온 마음과 정성을 쏟았다. 한장면, 한줄의 대사도 허투루 만들 수 없었다. 원신연 감독은 영화 '봉오동 전투'에 잊혀진 독립군들에 대한 감사함을 꾹꾹 눌러 담았다.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들의 전투를 그린 영화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 빅스톤픽쳐스·더블유픽처스 제작). 메가폰을 잡은 원신연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되는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드라마와 스릴을 촘촘히 엮어 한국형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세븐 데이즈'(2007), 사실적이고 실감나는 액션의 재미를 살린 '용의자'(2013), 베스트셀러만이 가진 매력을 살리면서도 영화만의 개성을 잃지 않은 수작 스릴러 '살인자의 기억법'(2016)까지 흥행성과 작품성을 갖춘 장르물을 선보여온 원신연 감독. 그가 이번에는 군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쟁취한 최호의 승리인 봉오동 전투를 스크린에 옮겼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했던 수많은 시대물의 수탈의 역사, 패배의 역사를 조명했던 것과 달리 '봉오동 전투'는 고통스러웠던 일제 치하에도 우리가 분명히 거뒀던 빛나는 승리, 바로 그 승리의 역사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두며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1920년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 연합 부대가 중국 지린성의 봉오동 계곡에서 일본군과 싸워 큰 승리를 거둔 실제 전투인 봉오동 전투를 소재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홍범도 장군이 아닌, 역사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이름 모를 독립군들에 주목하며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이날 원신연 감독은 "전투를 앞둔 독립군 같은 마음이다. 떨리고 긴장되고 무섭다. 상대적으로 의지가 불타오르기도 한다. 영화에서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군들을 몰아가는데 딱 그때의 심정 같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반일 감정이 격해지고 있는 시국과 더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봉오동 전투'. 이에 대해 묻자 원신연 감독은 "사실 의도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입장을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입을 뗐다. 이어 "기획 기간이 길었고 촬영도 작년에 시작해서 올해 끝나서 선보이는 거라서, 지금의 현실이 이렇게 될지는 전혀 몰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만들고 기획할 때는 지금 만들어지는 게 너무 늦었고 진즉에 만났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며 "'봉오동 전투'가 개봉한 이후에 국민들의 감정이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다만 이들(독립군)이 왜 이렇게 치열하게 싸웠는가에 대한 진정성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원신연 감독은 홍범도 장군이 아닌 이름 모를 독립군들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를 묻자 "지금까지 영화들이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많지 않았나. 알려지진 않은 무명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제가 기억하기로는 하나도 없었다"고 입을 뗐다.
영화 '봉오동 전투'의 원신연감독이 5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즈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삼청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8.05/
이어 "'봉오동 전투'에 대한 고증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하면서 정말 남아 있는 기록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영화 속에서 일본군 대장이 '저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어선 안된다'고 외치는데, 정말 일본이 기록을 거의 없애 버렸더라"고 설명했다.

또한 원 감독은 "홍범도 장군이 당시 일본군들에게는 날아다니는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졌을 뿐만큼 전설적인 이미지였다는 건 알려졌지만, 그에 대해서도 사료로서 자세히 전해지고 있는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료가 충분하지 않은 홍범도 장군에 대한 이야기에 살을 붙여서 불확실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 보다는 지금은 잊혀진 많은 독립군 이야기를 하는 게 함께 하는 승리를 이야기하는 우리 영화에 맞다고 생각했다. 사료에 등장하는 분보다는 이름도 남아있지 않은 독립군들이 주인공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봉오동 전투'의 일들을 자료를 통해 보면서 내가 가장 궁금해 했던 부분은 봉오동 골짜기 3면에 매복하고 있던 대한독립군, 신민단, 국민회군 등이 일본군을 몰살시켰다는 결과보다 철저하게 훈련된 일본군이 왜, 어떻게 거기까지 들어가게 됐을까 였다. 과연 누가 일본군을 죽음의 골짜기까지 이끌었을까가 궁금했다. 누군가의 희생이 없었다면 독립군들은 절대 그곳에 들어가지 않았을 거다"고 덧붙였다.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이니 만큼 더욱 많은 준비시간이 필요했다는 원신연 감독. 그는 "실제 역사이기 때문에 왜곡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말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극중 인물의 옷차림부터 머리 스타일까지 조심스럽지 않은 게 없었다. 그런 부분은 철저히 사진 사료 등을 통해서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입을 열었다.이어 그는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상황을 재구성을 했을 뿐 삼군자 전투의 승리부터
영화 '봉오동 전투'의 원신연감독이 5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즈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삼청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8.05/
죽음의 골짜기에서의 대승까지 모두 사료에 기록된 부분이다. 극중 독립자금의 운반책이 있었고 그걸 일본군이 쫓았던 내용도 모두 사료에 있었다"며 "정말 있는 자료에 한에서는 모두 고증하려고 했다. 어떤 부분이 블로그에 독립군이 기관총을 쏘지 않았다고 장문의 글을 쓰신 걸 봤는데, 기관총이 있었다는 사료가 너무너무 많다. 아시아역사자료센터에 있는 자료에 밀정이 일본군에게 보고한 문서를 보면 '독립군이 기관총을 가지고 있다'는 게 명확히 기록돼 있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설명했다.

영화적 상상력이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다만, 어떤 무기를 사용해야 되는데 지금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리고 흑백 사진만 남아 있기 때문에 의상의 정확한 색깔을 알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이른 바 '역사 덕후' '무기 덕후' 분들을 만나서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보니까 정말 많은 공부를 하고 고증에 엄청나게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봉오동 전투'는 세밀하게 인물화를 그리는 느낌이었다. 캐릭터의 상처와 열망을 그려야 했다. 캐릭터에게 그런 것들을 시대정신까지 입혔어야 했다. 정말 고민이 많았고 공부도 많이 했다. 만약에 학교 다닐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정말 좋은 대학에 갔을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난히 고민과 걱정이 컸던 작품이기만, 원신연 감독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배우 유해진이었다. 이날 원 감독은 유해진에 대한 애정과 신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정말 고민과 부담감이 컸던 작품이었는데 유해진 배우가 있어서 시름을 좀 덜 수 있었다. 해진 배우와는 친구이기도 해서 더욱 그랬다. 정말 독립군의 우두머리처럼 현장에서 동생들도 잘 이끌어줬다"며 "그런 모습 때문에 제가 짊어지고 가야될 마음이 부담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유해진이라는 친구가 황해철 역을 맡아서 많이 도움이 됐다. 정말 유해진에게 고마웠다. 배우가 되 준 것 자체도 고마웠고 이 작품을 택해줘서도 고맙고 독립군처럼 생긴 것도 고마웠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봉오동 전투'는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등이 출연한다. 8월 7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