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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대에 되살려낸 신사임당의 예술과 인생…음악극 '그림 꽃밭에서'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9-05-27 11:29


◇시인이자 화가였던 신사임당의 예술과 삶을 담은 '그림 꽃밭에서". 사진제공=가톨릭관동대학교

시인이자 화가였던 신사임당(1504~1551)의 예술과 인생이 '작은' 콘서트를 통해 되살아났다.

지난 24, 25일 강원도 강릉시 명주예술마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음악극 '그림 꽃밭에서'(박용재 작, 박기영 작·편곡, 이종일 연출)는 5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사임당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그림 꽃밭에서'는 사임당이 남긴 8폭 병풍 '초충도(草蟲圖)'를 모티브로 한다. 종이에 수묵담채로 그린 이 작품에는 1)오이와 메뚜기, 2)물봉선화와 쇠똥벌레, 3)수박과 여치, 4)가지와 범의 땅개, 5)맨드라미와 개구리, 6)가선화와 풀거미, 7)봉선화와 잠자리, 8)원추리와 벌 등이 각각 담겨져 있다. 여기에 사임당이 남긴 세 편의 시 '유대관령 망친정(踰大關嶺望親庭)'과 '사친(思親)', 그리고 미완성 낙구시 등을 쉬운 노랫말로 풀어 사임당의 효심과 맑디 맑은 내면을 형상화했다.


◇관록의 배우 박정자는 중후한 연기로 작품의 중심을 잡았다. 사진제공=가톨릭관동대학교
무대에 마련된 스크린을 통해 사임당의 초충도가 차례로 등장하고, 작품 속 벌레와 꽃들이 시공(時空)을 초월해 애니메이션이 되어 춤추고 뛰어다닌다.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배우 박정자는 화가 사임당이 되어 특유의 중후한 톤으로 그림 내용과 몰골법(沒骨法, 윤곽선을 그리지 않고 직접 대상을 그리는) 등을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봉건시대를 살았던 한 여인의 올곳한 삶을 임펙트있게 재현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지역문화콘텐츠 개발프로젝트답게 가수 사임당 역을 맡은 이주희 교수(실용음악과)를 비롯해 20여 명의 학생들이 배우로, 스태프로 참여해 풋풋한 열정으로 무대 안과 밖을 가득 채운 점도 인상적이었다.

80년대 인기그룹 동물원의 멤버였던 박기영 작곡가는 발라드부터 록, 심지어 동요풍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로 주제곡 '그림 꽃밭에서'를 비롯해 '먼저 손 내밀어봐요', '우린 행복하죠', '그녀는 화가였죠' 등을 풀어내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각 넘버별로 서정적이고, 신나고, 아름답게 배치된 멜로디들은 대학로의 여느 창작뮤지컬 못지 않았다.

박용재 작가는 "'초충도' 속의 꽃과 벌레들이 어느날 말을 걸어왔다. 살아있는 생명체로 느껴졌다"면서 "작고 보잘 것 없는, 허나 존재함으로 아름다운 이들에게 현대적인 예술의 옷을 입혀 오늘날 우리와 함께 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이 작품의 진정한 어머니는 사임당"이라며 "작은 사물들을 통해 생명의 소중한 존재의미를 찾으려한 화가 사임당의 예술미학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관록의 배우 박정자와 어린 배우들의 앙상블, 작가의 뚝심과 음악의 섬세함이 하나가 되어 율곡기념관의 '초충도'가 현재의 예술로 재탄생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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