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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연기 경력 51년. 배우 정영숙(71)은 여전히 연기에 배가 고프다.
그런 그가 이번 작품 '로망'에서는 71세의 나이로 치매를 선고 받은 아내, 이매자 역을 맡아 샤넬보다 더욱 값진 감동 로맨스를 선사한다. 천청 벽력 같은 자신의 치매 선고에 이어 남편까지 치매에 걸리게 되자, "치매도 옮아요?"라며 혹 자신의 탓은 아닌지 먼저 걱정하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의 모습과 아른아른 잊혀지는 삶의 기억 속에 더욱 애틋해지는 사랑으로 남편의 손을 꼬옥 잡은 노부부의 로맨스를 펼쳐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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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연기 준비 과정에 대해 "치매에 관련된 연극을 처음 할 때 요양원에 찾아가 할머니들을 뵀다. 그리고 저의 기도 짝으로 오래된 외과의사분이 있는데 그분이 치매가 왔다. 나와 단짝이 치매가 오니까 뭔가 더 절절하게 느껴지더라"며 "연기할때는 치매는 다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나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어떨땐 어린 아이같다가도 무섭기도 한 모습을 그려내려 했다.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려고 더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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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로망'을 통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부부'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는 정영숙. 그는 "원래 남는건 부부 밖에 없다. 자식들도 나중에는 자신의 가정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자식을 얻게 되지 않나. 시아버지를 보고 느낀건데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어린아이가 되시더라"며 "어린아이처럼. 결국 노인이 되어 떠날 때는 자식들에게 했던 걸 다 받고 가는거더라. 자식에 대한 사랑은 내리사랑으로 끝내야되는 거더라. 그래서 결국에는 미운정 고운정 다 드는 남편밖에 없더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정영숙은 '부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이가 들어보니까 남자가 그렇게 불쌍하더라. 젊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까 너무너무 불쌍해보이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그는 "우리나라는 가부장제로 인해서 여자가 희생이 많았다. 저부터도 결혼하고 나서도 남자는 냉장고를 열면 안되는 줄 알았다. 밥도 내가 가져다 줘야 먹었다. 그런데 그게 나이먹더니 다 변하더라. 요새는 제가 김치찌개라도 끓여먹으라고 가르쳤다. 설거지 하는 것도 가르쳐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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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영숙은 '로망'이라는 작품이 가진 남다른 의미에 대해서도 전했다.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고 2년만에 촬영할 수 있게 된 작품이다. 예산도 적어 어려움도 있었다"고 입을 정영숙은 "끄럼에도 요즘에는 휴먼 작품이 많이 없지 않나. 그 가운데 이 작품이 반드시 의미가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새는 TV도 맨 먹방에다가, 생각하게 하는 프로가 없지 않나. 이건 기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전성기 때는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줬다. 드라마도 막장 드라마로 가지 않고 생각하게 하는게 많았다. 사실 공영방송인 KBS에서 할 일이 그런거라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해주는 작품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시청료를 받는 방송국이니 만큼 그런 작품을 해야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런 의미에서 이런 소중한 휴먼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젊은 사람만 하는게 아니라 나이든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삶에서 묻어나는 것들을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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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년 동안 배우로 살아온 그는 연기를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 "눈 감고 들어갈 때 영원히 쉬면 된다. 전혀 쉬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내가 부딪히면서 연극 등 작품을 하는 이유는 내게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생각에서 였다. '눈이 부시게'에서도 메인 멤버는 아니었지만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그는 "사실 학생때만 해도 배우가 될거라 생각 못했다. 선생님을 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배우가 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 그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제가 학생 때 교대를 간다니까 선생님이 너는 선생님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말렸다. 그러다가 4학년때 TBC 탤런트로 발탁돼 배우가 됐다. 하지만 처음에는 나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잠시 쉬는 동안에 정말 연기가 고프고 정말 재미있는 일이라고 깨닫게 됐다. 배우라는 일은 하게 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정영숙으로 태어나 배우가 아니면 정영숙의 인생 딱 하나만 살았을 텐데 배우를 하면서 다양한 삶을 연기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이순재 선생님의 나이때까지도 나는 계속 배우를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해 조한철, 배해선, 진선규, 박보경, 이예원 등이 출연한다. 4월 3일 개봉.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배급사 (주)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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