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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월화극 '배드파파'를 마친 김재경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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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품도 많이 ?H다. 형사 캐릭터가 많긴 했지만 약을 연구하는 노벨상 후보자인 아버지도, 그런 아빠를 체포해야 하는 형사도 처음이니까 차별화에 대한 압박은 딱히 못 느꼈다. 오디션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지우란 아이가 선명하게 머리 속에 그려져서 자료를 하나한 모았다.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자료 수집을 했다. 오디션 날 감독님한테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머리도 자르고 싶다고 했다. 단발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레인보우 할 때는 회사의 반대가 있었고 회사를 옮기고 나서도 배역에도 한계가 생길거니 의미없이 자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반대하셨다. 차지우 대본을 봤을 때 자르는 게 훨씬 낫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이 역을 맡으면 머리를 자르겠다고 회사를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사건마다 지우의 일기를 써보면서 어떤 아이고 어떤 상황이 닥치면 어떤 감정일지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구도였다. 그러다 보니 선배님이 촬영 전 나온 대본에는 액션신이 없었다. 따로 액션을 준비하진 않았지만 이전에 혼자 연기공부를 하며 액션스쿨을 다닐 때 배워놓긴 했다. 능력있는 형사였기 때문에 몸선이 날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필라테스 등산 등 운동을 했고 탄수화물과 당을 제한하는 식단으로 바꿨다. 스테비아로 만든 초콜릿을 구해 먹고 아이스크림 쿠키 피클 베이컨을 다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촬영만 끝나면 즉석떡볶이를 먹으러 갈거라고 게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케줄이 있어서 못 먹다가 어제 감자튀김을 먹었다."
"처음에 감독님이 지우의 이야기를 말씀해주셨을 때 무섭고 막막했다. 겪어보지 못한 감정과 상황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 힘든 감정선을 찍기 전에 여러 생각을 해?H고 머리 속으로 많은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슛 들어가고 나니까 선배님의 연기가 너무 좋으니까 정말 그 상황에 닥친 내가 되어있는 기분이었다. 생각이 무색할 만큼 그분의 연기를 보고 즉각 반응이 됐다. 그분의 연기에 많이 에너지를 얻어간 것 같다. 내 생각 이상의 뭔가가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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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 보여드렸던 김재경의 캐릭터와는 달랐던 것 같다. 레인보우를 할 때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레인보우를 띄우기 위해, 레인보우의 성공을 위해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촬영에 임했다. 그런데 차지우는 차지우만 생각하고 임했던 것 같다. 임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차지우 외의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잘 해내야 돼, 성공해야돼라는 외적인 욕심을 배제하고 캐릭터만 생각했기 때문에 작품에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김재경은 어느날 갑자기 연기자 변신을 선언한 케이스가 아니다. 2012년 '몬스터'를 시작으로 '감격시대;투신의 탄생' '신의퀴즈4' '마담 앙트완' '우리가 만난 기적' '라이프 온 마스' 등 꾸준히 작은 배역부터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드디어 '배드파파'를 만나 김재경은 또 하나의 틀을 깼다. 이전까지 작품에서도 걸그룹 멤버로서의 모습과 이미지를 보여줬던 것과 달리 배우로서의 본모습을 보여줬다. '연기자 김재경'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몰입도 있는 연기로 작품의 큰 축을 담당했다. 배우로서의 터닝포인트를 맞은 것은 이번 작품에서 김재경이 얻은 가장 큰 성과다.
"'배드파파'의 지우 역을 꼭 하고 싶었던 이유다. '신의 퀴즈' 때도 아이돌 출신 법의관이었고 단막극 '마담 앙트완'도 톱스타였고, '라이프 온 마스' 말숙이는 시골에 있지만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였다. 이건 그런 화려함은 1도 찾아볼 수 없는, 연예계와 관계 없는 캐릭터였다.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도전장이었다. 스타가 아닌 새로운 배역을 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붙었을 때 너무 행복했다. 오디션 날 기억이 나는 게 머리도 자르고 화장도 안하고 싶다고 했는데 스태프가 괜찮겠냐고 하셨다. 이미 화려한 화장 많이 해봐서 괜찮겠다고 했다. 늘 오디션이 잡히면 이미지 공유 사이트에 폴더를 만들어놓는데 지우 폴더 사진량이 제일 많다. 애착이 많이 간다. 종방연 때 2차를 맥주집에 갔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감독님들이나 현장 스태프가 다 이제는 그냥 배우 김재경으로 보였다고 하셨다. '원래는 나도 레인보우 팬심을 갖고 촬영에 들어왔는데 카메라 돌아가니까 그냥 배우로 보여서 기뻤다'고 많이 말씀해주셨다. 어떻게 보면 내가 잘 해낼지 걱정도 하셨을 거다. '그 염려가 무색할 만큼 연기자로 호흡해준 것 같아서 기뻤다'고 말씀 해주셔서 기뻤다."
그럼에도 김재경 본인은 아쉬움을 드러낸다. 보다 완벽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다.
"아쉬움은 많다. 장혁 선배님이 종방연 때 내가 아쉬워 하니까 '니가 아쉬워하는 건 발전가능성이 있다는 거니까 좋은 뜻이야'라고 해주셨다. 다행이다 싶었다. 많이 아쉬웠고 많이 발전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지우라는 아이는 감정을 막 표출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단조로운 감정선을 가진 아이였다. 그래서 아빠를 체포하거나 파트너를 떠나보냈을 때도 감정이 폭발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무난해졌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장혁 선배님 연기를 쭉 보니까 유지철이 굉장히 힘든 삶을 사는데도 끝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런데 운 것보다 더 큰 감정을 받았다. 그건 그가 캐릭터를 더 분석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분을 보고 나니 감정선의 폭이 좁은 지우도 내가 더 연구하고 노력했다면 더 울림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입체적으로 조각을 해봤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김재경의 남은 목표는 좋은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개인 SNS는 늘 열려있으니 내 모습이나 연기를 신랄하게 비평해주고 싶으시면 언제든 쪽지를 보내달라고 하고 싶다. 내 연기나 캐릭터를 보고 좋은 기운을 느끼든, 감동을 느끼든, 좋은 에너지를 계속 전해드리려 노력할테니 잘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마음 편히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내가 됐으면 좋겠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나무엑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