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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김재경 "'배드파파', 걸그룹 이미지 벗고파 욕심냈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12-01 11:30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월화극 '배드파파'를 마친 김재경을 만났다.

'매드파파'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나쁜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김재경은 극중 차지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차지우는 지철(장혁)을 따르는 후배이자 여성 최연소 경위 진급을 한 광역수사대 워커홀릭 여형사다. 자신이 조사하는 사건이 지철을 둘러싼 신약 임상시험과 연관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김재경은 이전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걸크러시 매력으로 색다른 여형사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너무 더운 날부터 추운 날까지 함께 한 차지우를 떠나보내는게 아직도 어색할 정도로 실감이 안난다. 촬영장 나가는 게 매일 행복했다. 소중한 기회였고 경험이 됐다. 드라마 메시지도 좋았고 배우분들과 스태프가 모두 좋은 에너지를 갖고 계셔서 그 에너지를 한껏 받아온 그런 작품이었다. 2017년 신년목표가 2018년 연중무휴였는데 목표 달성해서 너무 행복하다."


최근 장르물이 흥행하면서 작품 속 여헝사 캐릭터도 꾸준히 등장했다. 이전까지의 여형사 캐릭터와는 다른, 김재경만의 여형사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했을 터다.

"다른 작품도 많이 ?H다. 형사 캐릭터가 많긴 했지만 약을 연구하는 노벨상 후보자인 아버지도, 그런 아빠를 체포해야 하는 형사도 처음이니까 차별화에 대한 압박은 딱히 못 느꼈다. 오디션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지우란 아이가 선명하게 머리 속에 그려져서 자료를 하나한 모았다.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자료 수집을 했다. 오디션 날 감독님한테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머리도 자르고 싶다고 했다. 단발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레인보우 할 때는 회사의 반대가 있었고 회사를 옮기고 나서도 배역에도 한계가 생길거니 의미없이 자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반대하셨다. 차지우 대본을 봤을 때 자르는 게 훨씬 낫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이 역을 맡으면 머리를 자르겠다고 회사를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사건마다 지우의 일기를 써보면서 어떤 아이고 어떤 상황이 닥치면 어떤 감정일지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구도였다. 그러다 보니 선배님이 촬영 전 나온 대본에는 액션신이 없었다. 따로 액션을 준비하진 않았지만 이전에 혼자 연기공부를 하며 액션스쿨을 다닐 때 배워놓긴 했다. 능력있는 형사였기 때문에 몸선이 날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필라테스 등산 등 운동을 했고 탄수화물과 당을 제한하는 식단으로 바꿨다. 스테비아로 만든 초콜릿을 구해 먹고 아이스크림 쿠키 피클 베이컨을 다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촬영만 끝나면 즉석떡볶이를 먹으러 갈거라고 게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케줄이 있어서 못 먹다가 어제 감자튀김을 먹었다."

차지우는 감정선이 폭발적인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서사가 무겁고 복잡했다. 특히 마지막에는 파트너가 사망하고 아버지를 제 손으로 체포하는 기구한 운명을 맞기도 했다.

"처음에 감독님이 지우의 이야기를 말씀해주셨을 때 무섭고 막막했다. 겪어보지 못한 감정과 상황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 힘든 감정선을 찍기 전에 여러 생각을 해?H고 머리 속으로 많은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슛 들어가고 나니까 선배님의 연기가 너무 좋으니까 정말 그 상황에 닥친 내가 되어있는 기분이었다. 생각이 무색할 만큼 그분의 연기를 보고 즉각 반응이 됐다. 그분의 연기에 많이 에너지를 얻어간 것 같다. 내 생각 이상의 뭔가가 됐던 것 같다."


분명 차지우는 김재경이 이제까지 보여줬던 연기와는 달랐다.


"그전에 보여드렸던 김재경의 캐릭터와는 달랐던 것 같다. 레인보우를 할 때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레인보우를 띄우기 위해, 레인보우의 성공을 위해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촬영에 임했다. 그런데 차지우는 차지우만 생각하고 임했던 것 같다. 임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차지우 외의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잘 해내야 돼, 성공해야돼라는 외적인 욕심을 배제하고 캐릭터만 생각했기 때문에 작품에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김재경은 어느날 갑자기 연기자 변신을 선언한 케이스가 아니다. 2012년 '몬스터'를 시작으로 '감격시대;투신의 탄생' '신의퀴즈4' '마담 앙트완' '우리가 만난 기적' '라이프 온 마스' 등 꾸준히 작은 배역부터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드디어 '배드파파'를 만나 김재경은 또 하나의 틀을 깼다. 이전까지 작품에서도 걸그룹 멤버로서의 모습과 이미지를 보여줬던 것과 달리 배우로서의 본모습을 보여줬다. '연기자 김재경'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몰입도 있는 연기로 작품의 큰 축을 담당했다. 배우로서의 터닝포인트를 맞은 것은 이번 작품에서 김재경이 얻은 가장 큰 성과다.

"'배드파파'의 지우 역을 꼭 하고 싶었던 이유다. '신의 퀴즈' 때도 아이돌 출신 법의관이었고 단막극 '마담 앙트완'도 톱스타였고, '라이프 온 마스' 말숙이는 시골에 있지만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였다. 이건 그런 화려함은 1도 찾아볼 수 없는, 연예계와 관계 없는 캐릭터였다.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도전장이었다. 스타가 아닌 새로운 배역을 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붙었을 때 너무 행복했다. 오디션 날 기억이 나는 게 머리도 자르고 화장도 안하고 싶다고 했는데 스태프가 괜찮겠냐고 하셨다. 이미 화려한 화장 많이 해봐서 괜찮겠다고 했다. 늘 오디션이 잡히면 이미지 공유 사이트에 폴더를 만들어놓는데 지우 폴더 사진량이 제일 많다. 애착이 많이 간다. 종방연 때 2차를 맥주집에 갔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감독님들이나 현장 스태프가 다 이제는 그냥 배우 김재경으로 보였다고 하셨다. '원래는 나도 레인보우 팬심을 갖고 촬영에 들어왔는데 카메라 돌아가니까 그냥 배우로 보여서 기뻤다'고 많이 말씀해주셨다. 어떻게 보면 내가 잘 해낼지 걱정도 하셨을 거다. '그 염려가 무색할 만큼 연기자로 호흡해준 것 같아서 기뻤다'고 말씀 해주셔서 기뻤다."

그럼에도 김재경 본인은 아쉬움을 드러낸다. 보다 완벽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다.

"아쉬움은 많다. 장혁 선배님이 종방연 때 내가 아쉬워 하니까 '니가 아쉬워하는 건 발전가능성이 있다는 거니까 좋은 뜻이야'라고 해주셨다. 다행이다 싶었다. 많이 아쉬웠고 많이 발전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지우라는 아이는 감정을 막 표출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단조로운 감정선을 가진 아이였다. 그래서 아빠를 체포하거나 파트너를 떠나보냈을 때도 감정이 폭발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무난해졌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장혁 선배님 연기를 쭉 보니까 유지철이 굉장히 힘든 삶을 사는데도 끝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런데 운 것보다 더 큰 감정을 받았다. 그건 그가 캐릭터를 더 분석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분을 보고 나니 감정선의 폭이 좁은 지우도 내가 더 연구하고 노력했다면 더 울림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입체적으로 조각을 해봤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김재경의 남은 목표는 좋은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개인 SNS는 늘 열려있으니 내 모습이나 연기를 신랄하게 비평해주고 싶으시면 언제든 쪽지를 보내달라고 하고 싶다. 내 연기나 캐릭터를 보고 좋은 기운을 느끼든, 감동을 느끼든, 좋은 에너지를 계속 전해드리려 노력할테니 잘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마음 편히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내가 됐으면 좋겠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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