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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만평]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 스팀, 모든 게임 등록 허용하면서 '책임 회피' 하나

송경민 기자

기사입력 2018-06-12 09:23





밸브(Valve)가 운영하는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이 최근 발생한 게임 등록 정책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6월 7일 밸브는 스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법적인 문제가 없는' 모든 게임을 등록하는 데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누가 스팀 상점에 등록될까?(Who Gets To Be On The Steam Store?)'라는 글에서 밸브는 "우리는 '스팀 다이렉트(Steam Direct)'를 통해 개발자에게 상점을 개방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개발자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든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세웠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 스팀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트롤링(trolling,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행위)' 요소가 없다고 판단되면 상점에 바로 등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밸브는 "스팀에 게임이 등록됐다고 해서 밸브가 그 게임이 가진 콘텐츠에 동의하거나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단지 어떤 내용이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으며, 앞으로 밸브는 스팀에 유저가 직접 게임을 선별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스팀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활용해 빠르게 게임을 구매하고 내려받은 후 즉시 플레이할 수 있는 전자 소프트웨어 배급(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 이하 ESD)을 포함한 PC 게임 플랫폼이다. 2003년 9월 12일 정식 서비스 시작 후 '하프라이프',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밸브 게임만 서비스하다가 2005년 인디 게임 '다위니아(Darwinia)'를 서비스하면서 본격적으로 ESD를 탑재한 종합 게임 플랫폼이 됐다.

게임을 쉽고 빠르게 구매하고 설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으로 업데이트하고 시기에 맞춰 할인까지 해주는 스팀은 이후 윈도즈, 맥, 리눅스 등 다양한 PC 운영체제를 지원하면서 전 세계 활성 유저 수 3억 명, 국내 유저 400만 명을 보유한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이 됐다.

특히 2012년에는 밸브와 인디 개발사 간 직접적인 협상을 배제하고, 인디 개발사가 스팀에 게임을 등록한 후 유저 평가에 따라 상점에 정식 등록될 수 있도록 하는 '그린라이트(Greenlight)'를 선보이며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다양한 인디 게임이 대거 출시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린라이트'는 누구나 자유롭게 게임을 등록할 수 있었던 만큼, 성의 없이 대충 만든 게임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등록하는 개발사도 있었고 유명 게임 후속작인 마냥 제목을 속여 유저 평가를 받는 게임도 있었다. 여기에 지나친 성적 표현과 폭력 묘사가 포함된 게임과 저작권을 위반하는 게임도 있어 이를 위해 등록비 100 달러(약 11만 원)를 받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으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밸브는 지난해 2월 11일 '그린라이트'를 폐쇄하고 이를 대체할 '다이렉트(Direct)'를 새롭게 내놨다. '다이렉트'는 등록비만 지불하면 밸브에서 직접 저작권 위반이나 지나친 폭력성, 선정성 등 위법 사항을 검토하는 시스템으로, 등록비를 낸 개발사는 게임 출시 전 2주 동안 스팀 상점을 통해 유저들에게 게임을 알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또 발생했다. 지난 5월 17일 밸브는 '갤럭시 걸즈(Galaxy Girls)', '허니 팝(HuniePop)' 등 스팀에 등록된 성인 게임 개발자들에게 '선정적인 콘텐츠를 수정하지 않으면 게임을 상점에서 퇴출하겠다'는 메일을 보냈는데, 지나치게 폭력적인 게임에는 어떠한 견해도 밝히지 않으면서 논란이 됐다.

폭력성으로 문제가 된 게임은 6월 6일 출시 예정이었던 '액티브 슈터(Active Shooter)'다. 러시아 개발사 리바이브드 게임즈(Revived Games)가 만들고 애시드(ACID)가 유통을 담당한 게임으로, 학교에 총기를 들고 침입해 학생, 교사, 경찰, 시민을 최대한 많이 사살하는 목표를 가졌다. 게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밸브는 '액티브 슈터'를 상점에서 삭제했다.

이후 밸브는 '법적인 문제'가 없고, '트롤링' 요소가 없는 모든 게임을 스팀에 등록하는 데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지만 유저 사이에서는 '트롤링'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도 없을뿐더러, 이를 기회로 밸브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밸브는 몸집이 커지면서 '그린라이트'와 '다이렉트'라는 시스템을 기준으로 게임을 상점에 등록해 왔으나, 이제 어떤 게임이든 '문제가 없다'면 상점에 등록하는 새로운 정책을 내세웠다"며 "해당 정책은 최근 게임 콘텐츠 수위와 관련해 논란이 잇따라 발생한 직후 발표된 정책이고, '문제가 없다'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으므로 이번 정책 발표는 밸브가 앞으로 스팀을 통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수익만 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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