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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4년 전 '신과함께'를 연출하겠다 마음먹은 순간부터 개봉 전까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만 5천 번 넘게 한거 같아요. '신과함께'라는 기와집을 짓고 허물기를 100번도 넘게 했고 매 순간 두려워 도망가고 싶었죠. 그런데 그랬던 '신과함께'가 1300만명의 관객에게 사랑을 받다니…, 차마 상상도 못 했던 일이 펼쳐졌어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지난해 개봉작 중 두 번째 1000만 기록이며 올해 첫 번째 1000만 기록이기도 한 '신과함께1'의 누적 관객수는 지난 16일 기준 1303만9675명. 이로써 누적 관객수 1298만3330명의 성적을 가진 '도둑들'(12, 최동훈 감독), 1301만9740명의 기록을 가진 '괴물'(06, 봉준호 감독)을 꺾고 역대 한국영화 흥행 4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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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 프로젝트를 잡으면서 맘고생은 말도 못 하죠. 잘 해도 욕먹는 작품이 바로 '신과함께' 프로젝트였거든요. 지옥 비주얼부터 사후세계라는 판타지를 어떻게 리얼하게 만들지 고민이 많았어요. 후회 안 했냐고요? 왜 안 했겠어요. 하하. 처음 '신과함께' 프로젝트를 하겠다 나선 4년 전부터 개봉 날까지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만 5천 번도 넘게 한 것 같아요(웃음). 함께 하는 스태프들이야 워낙 베테랑이야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데 감독으로서 갖는 부담감이 상당히 컸어요.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 보면서 최고치를 끌어내려고 했죠. 마치 기와집을 집고 허물기만 100번도 넘게 한 것 같아요. 막판에는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죠.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돌팔매 맞을 각오로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보자는 다짐을 했고 결국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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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결코 적지 않은 흥행 기록을 세워왔던 김용화 감독이지만 이번 '신과함께1'은 그 어떤 작품보다 큰 감사함과 용기를 얻었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김용화 감독은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야심작 '미스터 고'(13)에 기대를 많이 걸었지만 이러한 기대가 흥행 성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다행히도 유독 아픈 손가락이었던 '미스터 고'의 아쉬움을 '신과함께1'이 달래주면서 다시금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상상도 못 했던 1300만 돌파를 얻게 되면서 다시 한번 배운 대목이 '기적은 나의 재능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어요. 사실 패기만 가득했던 30대 때에는 흥행이 연출의 힘과 능력으로 이뤄진 결과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둔하게도 성공의 이유를 자신에서 찾은 거죠. 그런데 40대에 접어들고 '신과함께1'를 만들면서 느낀 게 내가 아닌 주변의 모든 운과 기적이 동반돼야 흥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모든 배우, 스태프, 함께한 관객들까지 모두가 모였기에 가능했던 행운이죠. 그렇게 생각하니까 정신이 번쩍 나던데요? 하하. 더 겸손해져야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미스터 고'로 크게 실패했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성장할 기회가 됐고 결과적으로 '신과함께1'으로 다시 사랑받을 수 있게 됐죠. 이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극장에 가서 관객의 마음으로 영화를 보려고요. 직접 가서 관객의 반응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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