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SC이슈]"1000일의 기다림"…오마이걸, '비밀정원' 찢고 나왔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8-01-10 04:45 | 최종수정 2018-01-10 05:17


걸그룹 오마이걸이 9일 남대문 메사홀에서 열린 다섯 번째 미니앨범 '비밀정원'의 발매기념 쇼케이스에서 열창하고 있다.
타이틀곡 '비밀정원'은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꿈을 담은 비밀정원을 꿋꿋이 키워나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리드미컬한 Rock 기반 트랙위에 동양적이고 신비스러운 멜로디를 오마이걸만의 감성적인 보컬로 표현했다.
남대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1.09/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 꿈들이 현실이 되면 함께 나눈 순간들을, 이 가능성들을 꼭 다시 기억해줘."

걸그룹 오마이걸이 '비밀정원'에서 현실로 뛰쳐나왔다. 데뷔 996일만에 역대 최고의 음원 성적을 기록하며 첫 음악방송 1위를 정조준했다.

9일 오마이걸(효정 미미 유아 승희 지호 비니 아린)의 미니 5집 타이틀곡 '비밀정원'은 멜론-지니-네이버 음원차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종전 최고 성적이었던 9위(2016, 내 얘길 들어봐)를 경신한 팀 최고 기록이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내 얘길 들어봐'는 신곡에 유리한 차트 개편(2017년 2월27일) 이전의 곡인 반면, 이번에 기록한 2위는 이른바 음원강자와 역주행 명곡들이 즐비한 기존 차트를 비집고 들어가야하는 개편 이후의 차트에서 달성했다는 점이다.

오마이걸은 재간둥이 메인보컬 승희와 긍정 리더 효정을 중심으로 탄탄한 보컬과 화려하면서도 빈틈없는 무대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팀이다. 하지만 데뷔 4년차 오마이걸은 '비밀정원' 발표를 앞두고 흥망의 기로에 처해 있었다. '비밀정원'이 발표된 지난 9일은 오마이걸이 데뷔한지 995일째 날이었다. 하지만 오마이걸은 아직 음악방송에서도, 음원차트에서도 1위의 영광을 차지하지 못했다.

트와이스는 이미 여왕 대관식을 치렀고, 동년배그룹인 레드벨벳과 여자친구는 대세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블랙핑크는 유튜브 조회수만큼은 트와이스 못지 않고, 러블리즈에게도 한걸음 뒤처졌다. 선배그룹 에이핑크와 AOA, EXID는 여전히 만만찮은 저력이 있고, 프리스틴-위키미키-구구단 등 '프듀'의 주역들이 자리한 후배 그룹들은 팬덤의 크기를 증명하는 음반 판매량에서도, 대중적 인지도에서도 이미 오마이걸을 앞질렀다. 바야흐로 '프듀'의 파도에 휩쓸리기 직전이었다.

앞서 오마이걸은 지난해 4월 발표한 '컬러링북' 당시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데뷔 이래 줄곧 유지해온 청순하고 깜찍한 소녀의 이미지와 동화 같은 명곡의 조화를 포기하고 빠른 템포와 '닭발춤'을 앞세운 발랄한 분위기로 변신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대중적인 인지도 확보는 물론 팬덤 확장도 실패했다. 꿈꿔왔던 음악방송 1위도 이루지 못했고, 음원차트에서도 3일만에 탈락하는 수모가 뒤따랐다.

이번 앨범을 앞두고는 악재도 겹쳤다. 오마이걸은 '비밀정원' 발표 전 7인조로 개편됐다. 건강 문제에 시달리던 멤버 진이가 탈퇴했기 때문. 게다가 지호는 발목 부상을 입어 아직도 무대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상태다. 앞서 2017 설날 '아육대' 당시 계주 2연패를 달성했지만, 리듬체조 부문에 출전한 유아가 실수를 범하며 최하위에 그쳤던 악몽도 떠올랐다. '비밀정원'은 그야말로 오마이걸에겐 그룹의 사활을 건 앨범이었다.


걸그룹 오마이걸이 9일 남대문 메사홀에서 열린 다섯 번째 미니앨범 '비밀정원'의 발매기념 쇼케이스에서 열창하고 있다.
타이틀곡 '비밀정원'은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꿈을 담은 비밀정원을 꿋꿋이 키워나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리드미컬한 Rock 기반 트랙위에 동양적이고 신비스러운 멜로디를 오마이걸만의 감성적인 보컬로 표현했다.
남대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1.09/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앨범,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의 선택은 초심이었다. 오마이걸은 '비밀정원'에서 '큐피드'-'클로저'-'라이어라이어'-'한발짝 두발짝'-'윈디데이'의 흐름을 잇는 소녀 컨셉트로 돌아갔다.

한편으론 모험적인 승부수도 이어졌다. 오마이걸은 '아는형님'에 전학생으로 출연하기엔 아직 대중적인 인기나 지명도가 부족했다. 그래서 적은 방송분량, 컴백 2주전 음원 일부 공개라는 모험에도 불구하고 연말연시 특집에 '덤'으로 출연했다. 대중들에게 오마이걸이란 그룹의 존재감과 컴백을 똑똑히 각인시켰다.

그 뚝심과 승부수가 찬란한 보답을 받았다. '비밀정원'은 발표 직후인 19시 음원차트에서 멜론 23위를 비롯해 지니 16위, 벅스 1위 등 괄목할만한 차트 진입 성적을 냈다. 오마이걸의 매력이 대중의 눈과 귀에 띄기 시작하자, 순위는 거침없이 상승했다. 10일 0시 멜론차트 8위로 데뷔 이래 음원차트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1시에는 5위, 2시에는 무려 2위까지 올라섰다. 같은시간 지니뮤직과 네이버뮤직에서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도 엑소의 노래들로 뒤덮인 차트에서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멜론 기준 오마이걸의 종전 최고 성적은 무려 17년전 파파야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내 얘길 들어봐(9위)'였다. 때문에 오마이걸의 팬들은 '명곡보다 리메이크가 낫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하지만 '비밀정원'이 그 아쉬움을 풀었다. 오마이걸에겐 데뷔 약 1000일만에 찾아온 기적 같은 도약의 기회다. 현존 걸그룹 중 데뷔 이후 음악방송 1위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그룹은 걸스데이(1094일)와 EXID(1058일)다.

"그 안에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뒀는데. 아직은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거야."

'컬러링북'의 대실패, 멤버 탈퇴와 부상 등은 바로 오늘을 위해 마련된 어두운 터널이었던 모양이다. 오마이걸이 보여준 멋진 꿈, 미라클이 믿어온 놀라운 가능성은 이제 현실이 됐다.

lunarfly@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