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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침묵하지 않을 것!"…골든글로브가 외친 '블랙아웃'의 의미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01-08 16:1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차별과 괴롭힘에 침묵해야 했던 이들과 블랙으로 연대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검은 색으로 물들었다. 7일 오후 8시(현지시각) 미국 LA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올해(제75회) 시상식은 반전의 수상 내역에 앞서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특별한 의상 코드로 세계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배우, 감독, 제작진은 화려한 컬러의 드레스를 거부하고 일제히 블랙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시선을 끈 것. 제각기 매력을 잠시 감추고 골든글로브 레드카펫을 검게 물들였다.

블랙 드레스로 드레스 코드를 통일한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지난해 미국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파문을 시작으로 미국 사회에서 성추행과 성폭력, 성차별을 반대하는 '타임즈 업(Time's Up)' 운동을 이어가는 영화인들의 뜻을 지지한 것이다. 여배우들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블랙 드레스를 맞춰 입으며 '타임즈 업' 운동을 전 세계에 알렸다.

실제로 메릴 스트립을 시작으로 안젤리나 졸리,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에바 롱고리아, 케리 워싱턴, 살마 아예크, 제시카 비엘, 마고 로비, 엠마 스톤, 할리 베리, 엠마 왓슨, 미셸 윌리엄스 등의 여배우들은 블랙 드레스로 사회의 병폐를 꼬집었다. 또한 저스틴 팀버레이크, 에드가 라미레즈, 휴 잭맨, 데이커 몽고메리, 크리스 햄스워스 등의 남배우들 역시 왼쪽 가슴에 '타임즈 업' 핀을 달아 이들을 지지했고 이러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의미있는 행보는 미국 내 경각심을 일깨웠다.

앞서 '타임즈 업'은 SNS를 통해 "일요일(7일) 저녁 우리 남성과 여성 모두는 검은 옷을 입음으로써 차별과 괴롭힘에 침묵해야 했던 이들과 연대했다"고 예고했다. 이들이 예고한 대로 블랙 물결이 이어진 골든글로브 시상식. 메릴 스트립은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레드카펫에서 "할리우드의 남성과 여성은 이제 블랙으로 연대했다. 이 운동은 매우 대담한 사건이다"고 '타임즈 업' 운동을 지지했고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미셸 윌리엄스 역시 "내 딸을 이 위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는 걸 보여줬다. 우리에게는 아직 아이들을 다른 세상에서 살게 할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흑인 여성 최초로 세실 B 데밀상(공로상)을 수상한 오프라 윈프리는 무대에서 "당신들이 알고 있는 진실을 밝혀라. 그게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여성들은 강하다. 우리가 연대하고 서로를 도울 때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언론들 역시 이런 할리우드 스타들의 행보에 동참했다. 미국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성폭력 폭로는 지난해를 달군 스토리였다. 또한 오늘 밤 골든글로브의 스토리이기도 하다"고 평했고 주요 매체들도 "블랙 가운과 드레스, 턱시도가 골든글로브 레드카펫 물결을 이뤘다, 순간적으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과도 같았다"고 이날의 모습을 표현했다.

'타임즈 업' 운동으로 시선을 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는 '할리우드 거장'들로 손꼽히는 감독들의 작품이 작품상을 포함한 주요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치열한 수상을 향한 치열한 경합을 예고했다. 특히 골든글로브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 후보로는 '판타지 제왕'으로 불리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천재 연출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 '할리우드 레전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 등이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졌다. 세 작품 모두 작품성, 흥행성을 두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명작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연 골든글로브는 세 거장의 작품이 아닌 여배우 중심의 스토리로 흘러가는 범죄 코미디 영화 '쓰리 빌보드'(마틴 맥도나 감독)를 택했다. '쓰리 빌보드'는 무능한 경찰 대신 딸을 죽인 살인범을 찾아내려는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정부와 남성들에 맞선 여성의 투쟁을 담은 '쓰리 빌보드'는 프란시스 맥도맨드를 중심으로 우디 해럴슨, 샘 록웰, 존 호키스, 피터 딘클리지, 케일럽 랜드리 존스, 케리 콘돈, 애비 코나쉬 등이 가세했고 '세븐 싸이코패스' '킬러들의 도시'의 마틴 맥도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사실상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명연기가 돋보였던 '쓰리 빌보드'는 여우주연상에 큰 기대를 걸었던 상황. 작품상 후보로는 길예르모 델 토로·크리스토퍼 놀란·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3파전이 유력했기에 '쓰리 빌보드'는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낮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쓰리 빌보드'가 작품상은 물론, 갱상, 여우주연상(프란시스 맥도맨드), 남우조연상(샘 록웰)까지 무려 4관왕을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골든글로브 이변 수상으로 떠오른 '쓰리 빌보드'는 이로써 오는 3월 열릴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최약체였던 '쓰리 빌보드'가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덩케르크' '더 포스트'에 맞서는 대항마로 입증된 것.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결과를 예측해볼 수 있는 전초전으로 불리는데, 이번 '쓰리 빌보드'의 수상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쓰리 빌보드'가 골든글로브에 이어 오스카까지 접수할 수 있을지 전 세계 영화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하 제75회 골든글로브 수상자(작)>

작품상 - '쓰리 빌보드'(드라마), '레이디 버드'(뮤지컬·코미디)

감독상 -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갱상 - '쓰리 빌보드' 마틴 맥도나 감독

여우주연상 - '쓰리 빌보드' 프란시스 맥도맨드(드라마), '레이디 버드' 시얼샤 로넌(뮤지컬·코미디)

남우주연상 - '다키스트 아워' 게리 올드만(드라마),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 제임스 프랭코(뮤지컬·코미디)

여우조연상 - '아이, 토냐' 앨리슨 제니

남우조연상 - '쓰리 빌보드' 샘 록웰

장편애니메이션상 - '코코'

외국어 영화상 - '인 더 페이드'

음악상 -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주제가상 - '위대한 쇼맨'의 'This is Me'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AFPBBNews = News1, 영화 '쓰리 빌보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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