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초점] '태후'→'품위녀', 사전제작 드라마 흥행법칙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7-30 09:11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한동안 '사전제작 드라마 징크스'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았다.

지난해 방송된 KBS2 '태양의 후예' 이후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KBS2 '함부로 애틋하게' '화랑' 등 거의 대부분의 사전제작 드라마가 흥행에 참패했고 기대를 모았던 SBS '사임당, 빛의 일기'와 '엽기적인 그녀' 또한 기대치에 비해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한동안 이어지던 이 사전제작 드라마 징크스는 JTBC 금토극 '품위있는 그녀'가 깼다. '품위있는 그녀'는 6월 16일 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으며 사전제작 드라마 징크스를 따르는 듯 했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점차 시청률이 상승하더니 지난 29일 방송은 무려 9.1%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는 최근 방송중인 지상파 미니시리즈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적으로 역대 JTBC 최고 기록을 세운 '힘쎈여자 도봉순'의 기록에도 근접한 수치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전제작 드라마 중 '태양의 후예'와 '품위있는 그녀'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가장 큰 흥행 요인은 역시 배우들에 대한 기대치와 그에 상응하는 열연이다. 사실 배우들의 연기는 모든 드라마의 흥행 필수 조건이긴 하다. 하지만 일반 드라마는 캐릭터에 대한 해석을 잘못했더라도 시청자 피드백으로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사전제작 드라마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의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 연기 내공이 중요해진다.

'태양의 후예'는 송중기와 송혜교라는 초호화 스타들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고, 이들은 가슴 떨리는 로코 연기로 '송송커플'이라며 사랑 받았다. '품위있는 그녀'도 김희선과 김선아를 캐스팅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원조 로코퀸' 김희선과 '김삼순 신드롬'을 불러왔던 김선아의 호흡과 연기 변신은 어떨지 큰 기대를 갖게 했다. 그리고 이들의 연기는 시청자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김희선은 외모 성격 지식 등 모든 게 완벽한 우아진 캐릭터를 맡아 강단있는 모성애 연기를 보여준다. 남편의 불륜에도 딸을 위해 가정을 지켜보려 발버둥치는 그의 모습은 짠하고 안타깝다. 하지만 위기에도 똑 부러지게 이혼을 결심, 불륜 커플을 내쫓고 시아버지 앞에서도 "그 남자와 살기엔 내가 너무 아깝다"고 선언하는 사이다 직진녀의 면모로 시청자를 물개박수 치게 만들었다.


김선아는 비틀린 욕망의 화신으로 완벽 변신했다. 검은 속내를 감춘 채 안태동(김용건)에게 접근, 그의 사랑을 얻어냈고 결국 회사까지 차지했다. 29일 방송에서도 박복자(김선아)가 술집 출신이며 백혈병에 걸린 딸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곧바로 회사 주식을 모두 팔아 750억 원이라는 거금을 챙기는 모습이 그려졌다. 박복자는 궁지에 몰린 사람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사랑에 굶주리고 가난에 치인 그는 뒤틀린 자아를 갖게 됐다. 일종의 사회 기득권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게된 것.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사람을 이용하고 제거하는 것 또한 이제까지 자신을 짓밟았던 기득권에 대한 일종의 복수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김선아는 이러한 박복자를 섬뜩할 만큼 표독스럽게 그려내며 인생 연기를 펼치고 있다.



매력적인 스토리 또한 뒷받침 되어야 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개연성 없는 전개가 반복된다면 드라마를 볼 이유가 사라진다. '태양의 후예'는 개연성은 떨어지더라도 송혜교 송중기 김지원 진구의 러브라인 만큼은 힘있게 그려나가며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품위있는 그녀'는 박복자의 사망을 처음에 보여준 뒤 사망한 박복자가 과거를 회상하는 식의 전개를 보여준다. 이는 미국 ABC드라마 '위기의 주부들'과도 비슷한 전개 방식인데, '품위있는 그녀'는 이를 통해 박복자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결국 일반 드라마든, 사전제작 드라마든 배우 대본 연출이라는 기본적인 3박자가 맞아떨어졌을 때 드라마의 성패가 갈린다는 걸 입증한 셈이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마감직전토토 국내 유일 실시간 현장정보 무료 제공 이벤트 실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