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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시간' 김윤진, 모두 기피한 노인분장 마다치 않는 이유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4-01 11:0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윤진이 또다시 노인분장을 선택했다. 배우라면 쉽사리 도전하지 못한다는 특수분장, 특히 여배우라면 피부 미용에 적인 특수분장을 무려 두 번이나 택한 김윤진이다. 그는 왜 그토록 힘든 가시밭길을 마다치 않는 것일까?

집안에서 발생한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실종을 겪은 가정주부가 25년의 수감생활 후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오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시간위의 집'(임대웅 감독, 페퍼민트앤컴퍼니 제작).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 시리즈, '미스트리스' 시리즈를 연달아 출연, '월드스타'로 자리매김한 김윤진이 '국제시장'(14, 윤제균 감독) 이후 3년 만에 국내 스크린으로 돌아와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김윤진은 극 중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린 40대 여자 미희를 맡았다.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두 아이의 엄마였지만 어느날, 상상도 못 한 살인사건이 집 안에서 벌어지고 급기야 아들과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30년 형을 선고받는 극한의 인물을 연기한 것. 김윤진은 25년 후 병보석으로 풀려난 미희를 연기하는데 많은 고민과 연구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간의 고된 수감생활을 증명하듯 늙고 주름진 노쇠한 60대 미희로 변신을 시도했고 여기에 후두암까지 걸리며,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된 미희의 설정을 명품 연기로 빚어냈다는 후문.

특히 김윤진은 미희가 집으로 다시 돌아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지는 스토리를 위해 특수분장의 힘을 빌렸다. 앞서 '국제시장' 당시 짧게 특수분장에 도전한 김윤진. 이번 '시간위의 집'에서는 제대로 된, 정통의 특수분장에 도전한 것. 수감생활의 역경을 표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늙고 주름진 피부를 분장한 김윤진은 매 촬영 3시간이 넘는 특수분장을 한 뒤 촬영에 임했다.

특수분장은 배우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도전 중 하나다. 얼굴 근육을 사용해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감정을 전달해야 하지만 특수분장을 할 경우 이러한 감정 전달이 쉽지 않기 때문. 특히 피부를 상하게 하는 특수분장은 여배우들에게 더욱 치명적인 상황. 이런 이유로 몇몇 배우는 노인분장을 기피, 2인 1역으로 대체하기도 하는데, 이렇듯 모두가 기피하는 시도를 김윤진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실제로 김윤진은 "이번엔 '국제시장' 때와 달리 얼굴 전체에 풀칠을 2~3번 한 후 드라이어로 말려 본을 떴다. 이 과정을 할 때마다 온몸에 수분이 모두 빠져나간 기분이었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이를 결코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국제시장' 당시 노역 분장이 좋은 평만 있었던 게 아니라 더욱 신경을 써서 연기했다. 연기할 때마다 늘 고민이 많다. 한 인물의 삶을 표현하는데 정답은 없지 않나? 25년 동안 미희라는 캐릭터는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아들 모습을 매일 생각했을 것이고 매일 피 말리는 지옥이었을 것이고 이게 곧 주름이나 목소리로 표현될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노인 분장도 분장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 관객을 사로잡는 대목은 김윤진의 목소리다. 후두암에 걸린 캐릭터 설정으로 인해 성대를 긁는 발성을 내뱉어야만 한 것. 쇳소리 가득한 기침과 목소리는 이번 작품에서 김윤진의 가장 인상적인 변신이기도 했다.

그는 "시나리오에는 후두암 설정이 없었다. 현실적으로 연기하면 내 목소리에서 톤을 업 시켜 해야 하는 게 맞다. 실제 우리 엄마도 나이가 있으신데도 여전히 카랑카랑하고 활발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그럼에도 영화 속 현실은 좀 달라야 한다고 '국제시장'을 통해 느꼈다. '국제시장'은 우리 엄마를 떠올리며 현실적으로 연기하려 노력했는데 결과는 칭찬을 못 받은 작품이다. 영화적인 현실이 따로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어떻게 하면 '시간위의 집'에서 영화로도, 연기로도 도움이 될까를 많이 생각했고 그래서 고민 끝에 후두암이란 설정을 넣자고 했다. 솔직히 내 단점을 커버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캐릭터 감정의 진폭이 큰 연기를 요구하는 상황 속에서 특수분장이라는 핸디캡을 떠안고 작품에 임한 김윤진.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상당했던 그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설정에서 필요했던 특수분장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이를 완성했다. 특수분장을 뛰어넘는 명연기로 기대 이상의 발군을 선보인 김윤진. '시간위의 집'은 김윤진의 또 다른 인생작이 됐다.

한편, '시간위의 집'은 김윤진, 옥택연, 조재윤, 이한위, 박준면 등이 가세했고 '실종: 택시 납치 사건' '무서운 이야기' '스승의 은혜'를 연출한 임대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5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시간위의 집'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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