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은 남성 영화들로 가득 찬 충무로. 몽글몽글한 감성 판타지물은 외면 받은 지 오래다. 그러나 올해엔 다르다. 꽃피는 춘삼월, 스크린을 찾은 김남길과 천우희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두 사람은 충무로에 감성 판타지 신기원을 열 수 있을까?
인물의 심리를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내 관객의 감정을 건드리는 '감성 연출'의 대가 이윤기 감독의 신작 '어느날'. 그의 첫 판타지 감성 드라마로 눈길을 끈다. 여기에 영화 '판도라'(16, 박정우 감독) '무뢰한'(15, 오승욱 감독) '해적: 바다로 간 산적'(14, 이석훈 감독)과 MBC 드라마 '선덕여왕', SBS 드라마 '나쁜남자'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짙은 카리스마와 묵직한 연기력을 입증받은 김남길과 영화 '곡성'(16, 나홍진 감독) '해어화'(16, 박흥식 감독) '뷰티 인사이드'(15, 백종열 감독) '한공주'(14, 이수진 감독) 등 진폭있는 감정선과 폭넓은 표현력을 과시, 매 작품 탁월한 연기력을 드러낸 실력파 여배우로 입지를 굳힌 천우희가 만나 색다른 케미와 완벽한 연기 호흡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
|
|
또한 천우희는 "그동안 주로 남자 선배들과 연기를 해왔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또래의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춘 것 같다. 그 지점이 굉장히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호흡을 툭툭 주고 받으면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게 내겐 굉장히 새로웠다"며 "김남길은 본인의 성격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을 했으면 싶었다. 굉장히 밝고 유쾌한 사람이다. 나 역시 의외로 밝은 면이 많은데 그런 면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동안 촬영했던 작품 속 연기가 아예 나와 다르다고 할 수 없지만 '어느날'은 나의 일상적인 면과 가장 닮아있는 캐릭터이지 않을까 싶다. '어느날'을 촬영하고 나서 '나도 이런 장르를 할 수 있구나' 싶었다. 스스로 너무 각박하게 나를 몰아친 부분이 있었는데 그걸 깼던 작품이다. 실제로는 애교가 많지 않고 수줍음이 있다. 미소를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애교도 연기하면서 그런 지점을 극복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이윤기 감독은 "김남길과 천우희 모두 기존의 내 색깔과 너무 다른 작품이라 신뢰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다. 평범한 사람이 특수한 일을 겪게 되는 스토리라 두 사람에게 고민의 시간을 길게 안긴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두 배우가 안 한다고 하면 어쩌나' 싶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개인적으로 전작과 차별화를 두지 않았다. 내가 가진 색깔을 어딘가에 녹여져있을 것이다. 장르적인 특성이 조금 다를 뿐이며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이어진 천우희는 "현장에 촬영을 하러 갈 때 꾸미는 스타일이 아니다. 배우로서 임하려면 자연스럽게 하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가서 배역을 입힌다고 여기는데 김남길과 첫만남 때도 편하게 갔다. 주변에서 꾸미라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그날도 역시 편안하게 갔다. 김남길이 상하의로 맞춘 트레이닝복을 입고 왔는데 '편안하게 연기를 임하는 자세를 가진 배우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윤기 감독 역시 "정말 놀랐던게 김남길과 천우희 모두 옷이 한 벌 밖에 없는줄 알았다. 매일 똑같은 옷만 입고 촬영장에 나타났다. 나 역시 옷이 많은 편이 아닌데 셋이 모여 있으면 거의 자포자기한 느낌이다"고 폭로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남길과 천우희는 첫 호흡임에도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자아냈다는 후문. 김남길은 특히 천우희에 대해 "또래의 여배우 중 최고"라고 엄지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여배우 복이 참 많은 남자 배우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도 서로 주고 받으며 케미를 느꼈다. 선배들 못지않고 같은 나이 여배우들 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고 칭찬했다.
한편 '어느날'은 김남길, 천우희, 임화영이 가세했고 '남과 여'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멋진 하루'의 이윤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4월 개봉 예정.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