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김과장'이 명품 오피스 드라마의 계보를 잇고 있다.
KBS2 수목드라마 '김과장'(연출 이재훈·최윤석, 극본 박재범)이 시청자의 호평 속에 동시간대 1위 자리를 굳히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지난 1월 25일 시청률 7.8%로 스타트를 끊은 '김과장'은 첫 방송 이후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4회 부터는 2017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SBS '사임당, 빛의 일기'까지 누르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9일 방송분은 시청률 16.7%를 기록, 첫 방송에 두 배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김과장'의 인기 가장 큰 이유는 '공감'이다. 직장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무엇보다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데 '김과장'은 현실을 풍자적으로 담아낼 뿐 만 아니라 팍팍한 현실에 통쾌한 대리 만족까지 전해주고 있다.
'김과장'에서 그려지는 분식 회계 등 대기업 내부의 검은 비리에 대한 이야기와 국정농단 사태를 야기한 핵심 인물인 '문고리 3인방'을 연상케 하는 대기업 TQ그룹의 실세 '도어락 3인방' 등의 설정은 현 시국과 묘하게 맞물리면서 시청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변치 않는 트렌드가 뭘까. 바로 삥땅이요. 삥땅! 대한민국 어디 한 군데 안 썩은 데가 없고, 안 허술한 데가 없잖아.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이야. 해먹기 천국"이라는 식의 대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폐단이 설명되면서 대중의 깊은 공감까지 불러일으켰다. 지난 8일 방송에서는 노조 파업현장에서 택배 기사의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해주지 않는 회사에 대해 이야기 하던 노조원이 "회사는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하자 김과장이 "그건 인간 자체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는 대사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반면 남상미가 연기하는 카리스마와 리더십까지 고루 겸비한 TQ그룹 경리부 대리 윤하경이란 캐릭터는 불의에 맞서 상사에게 거침없는 말을 퍼부으며 정의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줬다."부장님이 괜한 걸로 트집만 안 잡으시면 저도 개길 일 없는데요"라고 매서운 직구 발언 등이 그러했다.
지난 2014년 방송됐던 tvN '미생'(연출 김원석, 극본 정윤정) 역시 손꼽히는 대표적인 오피스 드라마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미생'은 '김과장'의 이재훈 PD가 "'미생'의 김원석 감독님께 직접 조언을 구했다"고 밝힌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오피스 드라마의 바이블로 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미생'은 직장 생활에 대한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린 작품으로 시청자의 극찬을 받았다. 스펙도 백도 없는 인턴사원,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 상사의 무시를 견뎌야하는 여자 후배, 신임 받는 사원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원, 팍팍한 현실에 못 이겨 회사 뒷돈에 손을 대 버리는 직장인, 아이를 두고 회사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야하는 서글픈 워킹맘, 폭언을 서슴지 않는 강압적인 상사 등 일상생활에서 살아 숨쉬는 모든 캐릭터를 드라마 속에 그대로 살려냈다.
또한 직장 생활과 인생을 '바둑'과 비유한 명대사도 쏟아졌다. "바둑에 이런 말이 있어. 미생. 완생. 우리는 다 미생이야"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다" 등의 대사는 직장인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안겼다.
'미생' 이전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오피스 드라마로 꼽히던 작품은 지난 2013년 방송된 KBS2 '직장의 신'(연출 전창근·노상훈, 극본 윤난중)이다.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원작보다 더 뛰어난 리메이크작으로 꼽힌다.
한국 직장 생활 정서를 반영해 원작에서 '파견직'으로 설정됐던 주인공을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변경해 계약직 직장인들이 느끼는 설움을 대변하고 부장님도 쩔쩔매는 '국내 최초 자발적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김혜수)의 활약으로 사이다를 들이마시는 것 같은 통쾌함까지 전해줬다. "MF이후 16년, 비정규직 노동자 800만 시대. 이제 한국인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 되었다"이라는 첫 회 첫 내레이션부터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미스김 역을 맡은 김혜수의 하드캐리가 인기의 중심에 있었다. 섹시하고 고혹적인 이미지의 김혜수는 자로 잰 듯한 각진 말투와 태도 등으로 이번 작품에서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 없던 새로운 여주인공을 그려냈다. 탬버린 댄스부터 빨간 내복 댄스, 마트 행사 등 매회 상상하지도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의 찬사를 받았다. 김혜수는 이 작품으로 그 해 KBS 연기대상 명예의 '대상' 트로피를 손에 쥐기도 했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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