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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규스트라다무스' 이경규 예언이 적중하는 이유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6-11-03 10:00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이쯤되면 '규트라다무스'다.

지난 1월, MBC '무한도전' 예능총회에서 이경규는 30년 예능 연륜을 바탕으로 주옥같은 멘트들을 남겼다. 특히 그가 장난스레 던졌던 예언들이 하나 둘 현실화 되며 예능계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됐다.

'예능총회' 당시 윤종신은 이경규에게 "실버타운에 들어가실 나이"라고 공격했지만, 이경규는 "누워서 하는 예능을 하면 된다"라며 이를 받아 쳤다. 얼마되지 않아 이경규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실제로 누워서 방송하는 파격 장면을 연출했다. '눕방'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반면 '예능총회'에서 "쿡방을 몰아내자"던 이경규는 자신의 말과는 달리 MBC 설특집 '요리원정대'에 출연해 웃음을 안겼다. 과거 '일밤 건강보감'에서 세계 곳곳의 진귀한 음식을 맛본 바 있는 그는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안 먹어본 것이 하나도 없다. 개구리 메뚜기 다 먹었다. 무려 16년 전이었다"며 "사실은 내가 '쿡방'의 원조"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단순히 트렌드 예측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의 말을 실천하기도 하고 비틀기도 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낸 이경규. '예능총회'에서 그는 또한 "예능의 끝은 다큐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고, 현재 JTBC 식큐멘터리 '한끼줍쇼'를 통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 한 번 '먹방'을 하게 된 데 대해 "'먹방'이 싫다고 했지, 안 한다고는 안 했다"는 설명과 함께.

'한끼줍쇼'는 대한민국 평범한 가정의 저녁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신개념 예능 프로그램이다. 설명만 들었을 때는 '먹방'으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한끼줍쇼'는 이경규와 강호동의 먹방 보다는 한끼 식사를 위해 마주하기 위한 과정 자체이 주는 재미가 더 크다. 망원동, 성수동, 창신동을 찾은 두 사람이 한끼집을 찜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마을 풍경 다양한 사람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제작진의 개입도 최소화 된다. 이경규와 강호동은 숟가락 하나씩만 달랑 들고 시청자의 저녁시간으로 들어간다. 장소, 출연자 섭외 등 어느 하나 사전에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제작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저녁을 함게 할 집을 찾아야 한다. 대중교통을 타고 지도를 보고 길을 물어 도착한 동네에서 두 사람은 오로지 자신들만의 힘으로 한끼 식사를 얻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돌발 상황은 기획안에 없기에 더욱 리얼하다. 첫 방송에서 구걸 초보인 두 사람은 결국 미션에 실패, 편의점에서 우연히 만난 여고생들과 한끼를 나눠야 했다. 한끼를 얻어 먹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여고생들과 솔직하고 유쾌한 대화는 사전 섭외가 된 것이 아니었기에 감동적이었다. 두 사람의 아웅다웅 하는 케미는 설정도 대본도 없는, 순도 100%이기에 더욱 유쾌하다.


'한끼줍쇼' 뿐만이 아니다. 이경규는 MBC에브리원 'PD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아예 예능 PD로 나섰다. 20년만에 '양심 냉장고'를 부활시키거나 반려견 뿌꾸가 타 지역으로 분양된 새끼들과 재회하는 과정을 그리는 등 다큐멘터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PD이경규가 간다'는 또한 그 과정을 액자식 구성으로 담아내는데, 이 또한 관찰 카메라 혹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볼 수 있을 것.

이처럼 이경규의 예언이 적중하는 이유는 바로 스스로 그 말을 실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의도된 것인지 아닌지 몰라도 그는 '눕방', '식큐멘터리' 등을 통해 자신의 언행일치를 이뤄냈고, 그의 예언이 이뤄지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스스로 한 말을 직접 활동으로 이어감으로써 예능 트렌드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셈. 그의 행동이 트렌드로 이어지는 것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예능 대부'의 면모도 새삼 느껴지게 한다.

'규스트라다무스' 이경규가 다음에는 또 어떤 트렌드를 예언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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