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이쯤되면 '규트라다무스'다.
반면 '예능총회'에서 "쿡방을 몰아내자"던 이경규는 자신의 말과는 달리 MBC 설특집 '요리원정대'에 출연해 웃음을 안겼다. 과거 '일밤 건강보감'에서 세계 곳곳의 진귀한 음식을 맛본 바 있는 그는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안 먹어본 것이 하나도 없다. 개구리 메뚜기 다 먹었다. 무려 16년 전이었다"며 "사실은 내가 '쿡방'의 원조"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단순히 트렌드 예측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의 말을 실천하기도 하고 비틀기도 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낸 이경규. '예능총회'에서 그는 또한 "예능의 끝은 다큐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고, 현재 JTBC 식큐멘터리 '한끼줍쇼'를 통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 한 번 '먹방'을 하게 된 데 대해 "'먹방'이 싫다고 했지, 안 한다고는 안 했다"는 설명과 함께.
제작진의 개입도 최소화 된다. 이경규와 강호동은 숟가락 하나씩만 달랑 들고 시청자의 저녁시간으로 들어간다. 장소, 출연자 섭외 등 어느 하나 사전에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제작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저녁을 함게 할 집을 찾아야 한다. 대중교통을 타고 지도를 보고 길을 물어 도착한 동네에서 두 사람은 오로지 자신들만의 힘으로 한끼 식사를 얻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돌발 상황은 기획안에 없기에 더욱 리얼하다. 첫 방송에서 구걸 초보인 두 사람은 결국 미션에 실패, 편의점에서 우연히 만난 여고생들과 한끼를 나눠야 했다. 한끼를 얻어 먹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여고생들과 솔직하고 유쾌한 대화는 사전 섭외가 된 것이 아니었기에 감동적이었다. 두 사람의 아웅다웅 하는 케미는 설정도 대본도 없는, 순도 100%이기에 더욱 유쾌하다.
'한끼줍쇼' 뿐만이 아니다. 이경규는 MBC에브리원 'PD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아예 예능 PD로 나섰다. 20년만에 '양심 냉장고'를 부활시키거나 반려견 뿌꾸가 타 지역으로 분양된 새끼들과 재회하는 과정을 그리는 등 다큐멘터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PD이경규가 간다'는 또한 그 과정을 액자식 구성으로 담아내는데, 이 또한 관찰 카메라 혹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볼 수 있을 것.
이처럼 이경규의 예언이 적중하는 이유는 바로 스스로 그 말을 실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의도된 것인지 아닌지 몰라도 그는 '눕방', '식큐멘터리' 등을 통해 자신의 언행일치를 이뤄냈고, 그의 예언이 이뤄지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스스로 한 말을 직접 활동으로 이어감으로써 예능 트렌드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셈. 그의 행동이 트렌드로 이어지는 것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예능 대부'의 면모도 새삼 느껴지게 한다.
'규스트라다무스' 이경규가 다음에는 또 어떤 트렌드를 예언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ran613@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