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윤춘호의 YCH, 옷은 아름다워야 한다.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는 윤춘호 디자이너가 아르케가 아닌 YCH로 두번째 시즌을 맞았다. 지난 2016 FW 시즌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자신의 이니셜을 본뜬 레이블 YCH를 런칭한 이후 그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걸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옷을 통해 얘기해왔다. 한 번쯤 입고 싶은 여자라면 결국 빠져 들고야 말 의상들을 선보이며 지지를 받아온 만큼 17 SS 시즌 역시 기대에 부응했다.
시즌 슬로건과 테마는 '러브 밤(LOVE BOMB)' 그리고 '러블리 워(What A Lovely War)'다. 전쟁과 러브 그리고 사랑스럽다는 수식어들의 조합은 얼핏 모순되게 들리는 듯 하지만 하트와 비둘기를 그래픽화한 카무플라주 패턴의 스테이지 월을 앞세우며 주제의식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녹여냈다.
LOVE BOMB, 페미닌 밀리터리 밀리터리라는 강인한 콘셉트도 사랑스럽게 표현됐다. 카무플라주 패턴은 전쟁 모티브의 아이템이지만 사랑과 평화의 상징인 하트와 비둘기가 블루, 옐로우, 화이트, 네이비, 오렌지 등의 다채로운 컬러들과 만나 매력적인 패턴으로 재탄생했다. 또한 야상 재킷, 트렌치 코트 등 밀리터리의 대표 아이템 역시 러플 드레스, 새틴 소재의 점프수트 등 하늘거리는 의상들과 만나 페미닌하게 승화됐으며 특유의 각있고 절제된 느낌은 느슨한 핏과 곡선형 실루엣의 디자인으로 부드럽게 풀어졌다.
페미닌X캐주얼 위트 플레이 YCH의 시그니처라고 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러플과 셔링 디테일, 곡선 실루엣과 섀틴, 샤 등의 지극히 페미닌한 소재는 이번 시즌 역시 빛을 발했다. 대신 레터링 티셔츠, 데님 진 등 캐주얼한 아이템들과의 매치해 스트리트적인 요소와 페미닌한 아름다움이 공존하게끔 했다. 또한 비키니와 스윔 수트 등 시즌 아이템에 트렌치코트, 개더 포인트 샤 스커트 등을 얹어 특유의 재미있는 플레이를 런웨이에 펼쳐보였다.
익숙한 것들의 재구성 YCH의 룩은 여성들 주위에 있는 익숙한 아이템들을 새롭고 독특하게 변주하는 데 큰 매력이 있다. 이번 시즌 역시 SS 시즌 잇걸들이 즐기는 시스루와 란제리, 캐주얼 티셔츠와 니트 등 기존 유행 아이템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독특한 레이어링과 믹스매치들로 새로운 매력을 이끌어냈다. 사선 절개로 엣지를 살린 화이트 팬츠, 점프수트 위에 덧칠해진 샤 개더 슬립 스커트, 오버핏의 밀리터리 재킷 안에 숨은 슬립 드레스와 비키니 라인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쇼 내내 유독 눈길을 끈건 신선한 플레이와도 절묘하게 어우러지던 모델들의 클래식한 머리장식이다. YCH의 두번째 시즌은 패션은 지극히 아름다워야 한다는 본질을 지키면서도, 위트와 창의성이 넘쳐 흘렀다.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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