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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갑이 아닌 을을 위한 드라마, 세상에 고한다

정유나 기자

기사입력 2016-08-04 12:04



[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원티드'는 갑(甲)이 아닌, 을(乙)을 위한 드라마이다.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극본 한지완/연출 박용순)가 생각지도 못했던, 묵직한 돌직구를 날렸다. 납치, 유괴, 생방송 리얼리티 쇼 등 안방극장에서 다소 생경한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문제작일 것이라는 예상은 존재했으나, 이토록 현실적이고 잔혹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이 잔인한 이야기 중심에는 갑이 아닌, 을이 서 있어 더욱 뼈저리다.

'원티드'는 톱여배우 정혜인(김아중 분)의 아들 현우(박민수 분)가 납치되면서 시작됐다. 현우를 데려간 범인은 정혜인에게 매일 밤 10시 자신의 미션대로 생방송 리얼리티 쇼를 진행할 것을, 무조건 시청률 20%를 넘길 것을 요구했다. 지키지 못할 시 현우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 결국 혜인과 경찰, 방송팀은 매일 범인의 요구대로 미션을 수행하고 생방송을 진행했다.

한지완 작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촘촘하고 탄탄한 스토리로 풀어냈다. 여기에 나수현(이재균 분), 이지은(심은우 분) 등 여럿의 공범을 설정하며 시청자의 추리본능을 자극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누가 범인인지 추리하는 재미를 선사한 것. 그러나 '범인 찾기'가 이 드라마의 전부는 아니었다. '원티드'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지독하리만큼 잔인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지난 3일 방송된 13회에서는 범인인 최준구(이문식 분)가 왜 현우를 유괴하고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인지 밝혀졌다. 과거 최준구의 임신한 아내가 유해성이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 끝내 목숨까지 잃은 것이다. PD였던 최준구는 방송을 통해 이 사실을 밝혀내고자 했으나 여러 외압에 의해 실패했다. 최준구뿐 아니라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까지 목숨을 잃었다. 공범인 나수현과 이지은이 최준구의 손을 잡은 것도, 결국은 같은 고통과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 11회, 12회에서 공범인 나수현이 죽은 뒤 온라인에서는 "범죄자인데도 슬프다",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 없어서 용서할 수 없다는 범인의 말이 왜 이렇게 아픈가"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최준구의 과거가 밝혀진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시청자들은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할 수밖에 없는 현실", "아이를 유괴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이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최준구가 안타깝다" 등 의견을 내놓고 있다.

'원티드'는 파격적인 소재를 내세우며 과감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그만큼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느낌 역시 시청자들 사이에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 이슈로 이목을 끌었던 '가습기 살균제'를 극 전면에 내세우고 가감 없이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이 느낄 충격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갑이 아닌 을을 위한 드라마, 을의 드라마, 나아가 극 중 작가 연우신(박효주 분)처럼 자신이 피해자인 줄도 몰랐던 수많은 보이지 않는 피해자를 위한 드라마가 바로 '원티드'이다. '원티드'가 범인 찾기에 집중했던 여타의 장르물들과 결을 달리 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3회를 남겨둔 '원티드'가 세상에 존재하는 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고할 것인가. 과감한 줄만 알았더니 묵직하고 먹먹하기까지 한 드라마 '원티드'의 남은 3회가 궁금한 이유이다. 한편 더욱 더 잔혹한 현실적 이야기를 그려낼 '원티드' 14회는 오늘(4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jyn20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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