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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원티드'는 갑(甲)이 아닌, 을(乙)을 위한 드라마이다.
한지완 작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촘촘하고 탄탄한 스토리로 풀어냈다. 여기에 나수현(이재균 분), 이지은(심은우 분) 등 여럿의 공범을 설정하며 시청자의 추리본능을 자극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누가 범인인지 추리하는 재미를 선사한 것. 그러나 '범인 찾기'가 이 드라마의 전부는 아니었다. '원티드'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지독하리만큼 잔인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지난 3일 방송된 13회에서는 범인인 최준구(이문식 분)가 왜 현우를 유괴하고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인지 밝혀졌다. 과거 최준구의 임신한 아내가 유해성이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 끝내 목숨까지 잃은 것이다. PD였던 최준구는 방송을 통해 이 사실을 밝혀내고자 했으나 여러 외압에 의해 실패했다. 최준구뿐 아니라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까지 목숨을 잃었다. 공범인 나수현과 이지은이 최준구의 손을 잡은 것도, 결국은 같은 고통과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원티드'는 파격적인 소재를 내세우며 과감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그만큼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느낌 역시 시청자들 사이에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 이슈로 이목을 끌었던 '가습기 살균제'를 극 전면에 내세우고 가감 없이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이 느낄 충격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갑이 아닌 을을 위한 드라마, 을의 드라마, 나아가 극 중 작가 연우신(박효주 분)처럼 자신이 피해자인 줄도 몰랐던 수많은 보이지 않는 피해자를 위한 드라마가 바로 '원티드'이다. '원티드'가 범인 찾기에 집중했던 여타의 장르물들과 결을 달리 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3회를 남겨둔 '원티드'가 세상에 존재하는 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고할 것인가. 과감한 줄만 알았더니 묵직하고 먹먹하기까지 한 드라마 '원티드'의 남은 3회가 궁금한 이유이다. 한편 더욱 더 잔혹한 현실적 이야기를 그려낼 '원티드' 14회는 오늘(4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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