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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국내 최고의 스토리텔러로 손꼽히는 노희경 작가와 김수현 작가가 올해 상반기 동시 출격했지만 반응은 극과 극, 희비가 엇갈렸다. 찬사를 받으며 퇴장하는 노희경 작가와 굴욕의 조기 종영으로 퇴장하는 김수현 작가의 두 작품을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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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버려지고 상처받은, 온전하지 못한 청춘들의 자화상을 그려왔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폐부를 찌르는 대사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노희경 작가는 '괜찮아, 사랑이야' 이후 2년 만에 컴백한 무대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총 628세, 평균 69.7세의 주인공을 내세운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홍종찬 연출)다. "살아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외치는 꼰대들과 꼰대라면 질색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청춘들의 유쾌한 인생 찬가를 다룬 휴먼드라마로 80세 신구, 79세 김영옥, 75세 김혜자, 75세 나문희, 73세 주현, 69세 윤여정, 67세 박원숙, 65세 고두심, 그리고 45세 막내 고현정이 노희경 작가의 뮤즈들이 됐다.
어른들에 대한 정보의 부재, 관찰의 부재에서 온 청춘들에 날리는 일침이었다. 우리네들이 흔히 '꼰대'라 불리는 이들에게도 전쟁 같은 사랑이,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우정이 존재한다는 것. '꼰대'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진짜 어른들의 인생을 노희경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담백한 필력으로 풀어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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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MBC(당시 문화방송) 개국 7주년 기념 라디오 드라마 극본 현상 공모에 당선된 '그 해 겨울의 우화'로 데뷔한 김수현 작가. MBC '새엄마'(72) '강남 가족'(74) '수선화'(74) '사랑과 진실'(84) '사랑과 야망'(87) '사랑이 뭐길래'(91) KBS2 '목욕탕집 남자들'(97) SBS '청춘의 덫'(99) KBS2 '엄마가 뿔났다'(08) SBS '인생은 아름다워'(10) 등 40여 년간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을 집필해왔다.
여성 특유의 감성과 문제 여성의 뒤틀린 시각이 어우러진 작품 세계를 보인 김수현 작가. 가족과 사랑이라는 대중적인 소재를 빠르고 직설적인 대사로 표현, 경쾌한 설정으로 '국민 작가' '안방의 대통령' 등으로 불렸다. 그런 그가 올해 2월, '그래, 그런거야'(김수현 극본, 손정현 연출)로 3년 만에 컴백해 화제를 모았다. 미니시리즈가 트랜드로 굳혀진 요즘, 무려 60부작이라는 장편드라마를 기획, '드라마계 대모'로 남다른 포부를 드러냈다.
'그래, 그런거야'는 3대가 한집에 사는 대가족의 희로애락을 통하여 가족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가족 드라마. 이순재, 강부자, 양희경, 노주현, 송승환, 정재순, 홍요섭, 김해숙, 임예진 등 연류 가득한 중견 배우들과 서지혜, 신소율, 윤소이, 조한선, 정해인, 남규리, 왕지혜 등 젊은 배우들이 한데 어우러져 김수현 작가의 스토리와 앙상블을 맞추는 중이다. 김수현 작가의 전매특허로 불리는 대가족 소재로 올해 초 많은 기대를 자아냈다.
하지만 이러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반응은 예전만 못했다. 1995년 히트작인 '목욕탕집 남자들'과 비슷한 설정, 시대에 뒤떨어진 에피소드 등 뻔하고 식상한 구성으로 시청자의 재미를 반감했다. 남편과 사별했지만 시아버지와 한집에 사는 며느리, 아내 몰래 혼외자식을 키워온 남자, 사돈과 결혼하려는 여자와 이를 극구 반대하는 어머니 등 김수현식의 따끔한 사건들은 펼쳐지고 있지만 당최 공감이 가지 않는다. 새롭지 않은, 늘 똑같은 김수현 작가의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자기복제에 시청자 역시 등을 돌렸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39회까지 평균 7%에서 8%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보다 못한 SBS는 애초 계획했던 60부작에서 6회를 줄인 54회로 축소 방송을 결정했다. 리우올림픽 중계를 이유로 삼은 SBS이지만 누가 봐도(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저조한 시청률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한 결단으로 보인다. '조기 종영'이라는 굴욕을 안게 된 김수현 작가. 내달 14일 종영하는 '그래, 그런거야'와 눈물의 이별을 맞이하게 됐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tvN '디어 마이 프렌즈' SBS '그래, 그런거야' 포스터,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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