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닷컴 김준석 기자] "이토록 가슴 아픈 사랑을 어찌할꼬?"
흑림의 결계에 갇혀 외롭게 살아가는 연희에게 풍연의 존재는 가장 믿음직한 오라버니이며 유일한 말벗이었다. 그녀가 날리는 연은 바깥세상과의 소통을 기원하는 간절한 기도였다. 그런데 '풍연'과 '연희'의 이름에는 '연'이라는 글자가 겹친다. 우연의 일치인지, 작가의 심오한 복선인지는 모르겠으나 두 사람의 운명은 '연'이라는 상징적 메타포를 통해 작품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런 연희가 17세 생일을 맞던 날, 풍연은 그녀를 위해 나들이를 함께 하며 소원을 적은 풍등을 날려주었다. 그러면서 "나는 네가 항상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소원을 말했다. 또 '첫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의 머리에 들꽃을 꽂아주며 자신의 아픈 사랑을 고백했고 연희도 눈물을 펑펑 흘리며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 연희에게도 풍연은 이미 오라버니가 아닌 '정인'이었던 것이다.
시청자들이 풍연의 사랑을 안타까워하는 세 가지 이유는 그것이 '운명적'이고 '불가능'하며 '희생적'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만남은 운명적이었지만 결합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남자' 풍연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연희에게 "꽃길만 걷게 해주겠다"며 자신은 스스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내가 널 지켜줄 것이다"라며 오직 한 여인을 위해 목숨 바치는 풍연의 모습은 곽시양의 '순정남' 매력과 겹치면서 애틋하게 여심을 자극하고 있다. narusi@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