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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마블'과 'DC'는 영원한 맞수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저스티스)과 '캡틴아메리카:시빌워'(이하 시빌워)의 개봉은 한 달이나 차이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신경전이 치열하다. '저스티스'가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과 중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잭 스나이더 감독, 배우 벤 애플렉, 헨리 카빌을 불러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시빌워'는 당일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는 예고편을 깜짝 공개해 맞불을 놨다.
'저스티스'와 '시빌워'는 등장하는 캐릭터는 다르지만 같은 면이 꽤 많은 작품이다. 우선 '저스티스'는 배트맨과 슈퍼맨이라는 DC의 대표 캐릭터가 맞붙는 것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시빌워'도 마찬가지다.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라는 마블의 대표 캐릭터들이 의견 차이로 대결을 펼친다.
서로 싸우는 이유도 비슷하다. 간단히 말하면 각기 성악설과 성선설을 믿는 히어로들의 대결이다. '저스티스'에서 배트맨은 '슈퍼맨도 언젠가는 악하게 변할 것'이라고 믿어 대결을 택한다. 하지만 슈퍼맨은 인간을 구원해야할 대상으로 여긴다. '시빌워'에서 아이언맨은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소코비아 사태 이후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통해 멤버들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캡틴아메리카는 이에 반대해 싸움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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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나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다. '마블'영화들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신나게 싸우는 느낌이 강하다. '시빌워'도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분위기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저스티스'는 DC 고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따랐다.
최근 공개된 '시빌워' 예고편에서 토니 스타크는 스파이더맨을 '언더루스'라고 부른다. '언더루스'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슈퍼히어로가 그려진 아동용 속옷 브랜드로, 한국어 자막에서는 '쫄쫄이'라고 해석됐다. 아이언맨 편과 캡틴아메리카 편이 대결을 펼치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것. 그만큼 '시빌워'는 신나는 분위기다. 게다가 CG를 충분히 사용해 화면 자체를 화려하게 만들어냈다.
반면 '저스티스'는 왜 배트맨이 슈퍼맨과 싸우려 하는지를 '지루하다'싶을 정도로 길게 설명했다. 앞으로의 시리즈가 설득력을 갖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배트맨' 브루스 웨인은 늘 악몽에 시달리고 혹시 자신이 악마처럼 보이지 않을까 고민한다. 그래서 그런지 '저스티스'는 화면도 어두운 편이고 히어로들의 캐릭터 자체가 유머감각이 모자르다. 유일한 유머 캐릭터가 메인빌런인 렉스 루터일 정도다.
싸움신에서도 '저스티스'는 CG를 최대한 자제했다. 힘과 힘이 맞붙는 격렬한 대결을 표현하기 위해 그들의 초능력 이외에는 CG 특유의 '오버'스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슈퍼맨은 싸움에서 인간인 배트맨을 최대한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육탄전이 많다.
선택은 자유다. '저스티스'의 진지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영화팬도 있고 '시빌워'의 신나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영화팬도 있다. 하지만 슈퍼히어로팬이라면 이 둘의 분위기를 음미하면서 두 작품 모두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