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줌人] '태후' 진구, 군복을 날개옷으로 만든 남자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진구가 군복을 입고 날아 올랐다.

진구가 드라마 시청률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에서 로맨틱한 면모부터 상남자의 거친 매력을 오가며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진구는 무뚝뚝하고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특전사 선임상사 서대영을 맡았다. 꽃미남 외모로 군인 역을 소화하며 반전을 보여준 '베이글남' 송중기와 비교했을 때 언뜻 너무 전형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 특유의 찰진 대사는 말수가 없는 서상사의 한 마디에 오히려 묵직함을 더했다. 그가 던진 한 마디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더 크게 와 닿고, 그의 농담 한 마디가 더욱 유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서대영이라는 캐릭터가 드라마 속 '사이다' 역할을 자처하게 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감정 표현을 절제하는 그가 진영수(조재윤)의 이기적인 행동에 참다 못해 퍼부은 욕설과 주먹은 답답했던 시청자 속을 후련하게 만들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무리가 따르는 설정에도 불구, 사태에 이르게 된 배경과 서대영이라는 인물의 힘이 조화돼 어느 정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진구가 이 같은 '상남자' 혹은 '상군인'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면서 로맨스 또한 살았다. 서대영과 윤명주(김지원)는 가까워질 듯 멀어지는 밀당으로 시청자를 애타게 한다. 때때로 드러내는 진짜 감정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호소력이 더 짙다.

적극적인 윤명주에 비해 서대영은 상당히 올드 스타일. 윤명주의 행복을 위해 놓아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 이별을 통보한 뒤엔 자신의 감정을 군복 속에 꼭꼭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서대영이기에, 그가 명주에게 "네가 잘못됐다면 네게서 도망친 시간들을 후회했을 것"이라고 고백하거나, 명주의 부친에게 사랑받는 유시진(송중기)를 질투하는 장면 하나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들썩인다.

특히 선임인 윤명주 앞에서 철저히 선을 지키고 예우를 다하면서도, 때론 이를 뛰어넘어 격하게 감정을 드러내거나 그녀를 리드하는 모습으로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진구는 이 같이 서대영 캐릭터의 강약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그 매력을 극대화, 안방의 여심을 사로잡았다.

'태양의 후예'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진구 또한 서대영을 통해 어떤 매력을 더 꺼내 보일지 궁금해 진다.

[e-mail] / 사진=KBS2 '태양의 후예' 홈페이지 및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