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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이 이겼다. 인류가 이겼다.
이 9단은 전날 열린 3국까지 알파고에 3연속 불계패를 당해 이미 대회 우승상금은 넘겨준 상황. '딱 1승이라도 해다오'라는 바둑팬과 '동료 인간'들의 열화같은 성원 속에 이세돌 9단은 침착하게 포석을 시작했다.
이 9단은 자신의 강점인 '선(先) 실리, 후(後) 타개' 전략을 들고 나왔다. 먼저 자신의 집을 확보한 뒤 상대 진영에 뛰어들어 삭감을 시도하는 것. 3국까지 두어본 결과, 상대의 확정가가 늘어날수록 알파고가 당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3국에 이르기까지 알파고가 구사했던 '이상한 수'들이 결국 좋은 수로 판명된 적이 많아 전문가들은 말을 아꼈다. 이날도 알파고가 실수를 10여 수 가까이 했음에도 형세는 여전히 미세했다. 하지만 막판 중앙 끝내기에서 초급자들도 하지 않는 실수가 나왔고, 이 9단이 이 틈을 공략해 차이를 벌렸다. 결국 알파고는 180수만에 항복을 선언했다.
공개 해설한 송태곤 9단은 "알파고가 자기 진영을 키워갔을 때 삭감갔던 수(백70)가 실수였지만 이후 알파고가 버그라고 할 정도의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수(흑87ㆍ흑97)로 이 9단이 앞서나간 후 종반 끝내기 실수를 딛고 신승했다"고 말했다. 최종 5국은 오는 15일 같은 곳에서 알린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