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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유아인의 충직한 심복이었던 민성욱이 충격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콧잔등이 시큰하다 못해 욱신욱신하게 만든 장엄한 퇴장이다.
이런 조영규를 연기한 민성욱은 '육룡이 나르샤'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한 맛을 전하며 앙상블을 펼친 그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안성맞춤 열연으로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었고 그의 정점은 '피의 선죽교'에서 꽃을 피웠다.
'육룡이 나르샤' 36회에서 등장한 선죽교 비극은 '하여가'의 이방원과 '단심가'의 정몽주(김의성)가 선죽교 다리 위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 그려졌는데 회유에 실패한 이방원이 끝내 정몽주의 살해를 결심하면서 조영규의 명장면이 탄생했다.
역대급 명장면을 선보인 민성욱의 활약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반촌에 숨겨둔 무기고에서 척사광 윤랑(한예리)의 칼을 맞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순간에도 조영규의 충심은 변하지 않은 것. 혹여 이방원의 무기고가 탄로 날까 피가 흐르는 목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문을 닫으려 안간힘을 썼던 조영규의 안타까운 죽음은 시청자의 눈시울을 적셨다.
과거 시청자를 충격에 빠트렸던 길태미(박혁권), 홍인방(전노민)의 죽음을 잊게 만들 정도로 진한 여운을 남긴 민성욱. 그가 그려낸 조영규의 죽음은 '육룡이 나르샤'를 통틀어 가장 비장하고 강렬한 죽음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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