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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두번째 스무살', 이상윤에 주어진 두번째 선물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5-10-21 09:00


이상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tvN '두번째 스무살', 제목처럼 배우 이상윤(34)에게 주어진 또 한 번의 스무살 같은 작품이다.

지난 17일 막을 내린 '두번째 스무살'에서 이상윤은 전도유망한 연출가이자 연극과 교수 차현석 역을 연기했다. 차현석은 20년만에 눈앞에 나타난 첫사랑 하노라(최지우)가 시한부 인생이라고 오해, 그녀가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우려다 다시금 사랑에 빠지는 인물.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이들의 사랑 뒤에는 '시라노'처럼 보이지 않는 연출로 노라를 지킨 현석의 순애보가 있었다.

차현석이라는 인물은 언뜻 이상윤과 닮아 보였다. 연예계 대표 브레인으로 꼽히는 이상윤에게 교수 역할은 자연스럽게 덧입혀졌고, 몰래 친구를 돕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면모도 부드러운 그의 이미지에 어울렸다. 드라마틱한 연기 변신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맞춤옷 차현석을 택한 이상윤은 옳았다. 지적이면서도 은근한 허당에, 본심을 숨기고 틱틱거리는 차현석은 이상윤이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매력을 극대화하는 캐릭터였다. 작가가 생각한 차현석을 완벽하게 재현한 이상윤은 자칫 불륜으로 곡해될 수도 있는 노라와의 사랑을 시청자들이 따뜻하게 지켜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내 딸 서영이'(2013)가 이상윤이란 배우의 매력을 보여준 발로였다면, '두번째 스무살'은 그의 한층 깊어진 표현력을 실감케하는 작품이었다. 두 작품을 함께 한 소현경 작가는 "대본을 물리적으로 분석했다"던 과거의 이상윤에게서 마음으로터 우러나오는 연기를 이끌어 냈다. '두번째 스무살'을 마친 가을, 더 그윽해진 눈매의 이상윤을 만났다.


이상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두번째 스무살'이 '본격 이상윤 입덕 드라마'라고 하더라.

그런 글을 봤다. 하하. 제가 한 것 이라기 보다는 최지우 선배님이 잘 해주셔서, 그 덕을 본 것 같다. 최지우 선배님한테 감사하다. 하노라가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게 연기를 해주니까 그녀의 입장을 따라가게 됐을테고, 그러다보니 노라에게 잘 해주고 도와주는 현석이가 멋있어 보였던 게 아닐까.

'두번째 스무살', 어떤 점에서 끌려 출연하게 됐나.

소현경 작가님이 글을 쓰시고 김형식 감독님이 연출, 최지우 선배님이 출연, 게다가 역할도 좋았다.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읽어 보지 않아도 소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또 하노라라는 인물로 최지우 선배님이 캐스팅 된 상태였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김 감독님과는 첫 작품이었지만, '엔젤아이즈' 박신우 감독님으로부터 '열심히 따라가기만 하면 될 정도로 잘 잡아주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보니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소현경 작가님이 이상윤이란 배우를 예뻐하시는 것 같다.

그러게. 저를 왜 이렇게 잘 써주시는지 모르겠다.(웃음) '두번째 스무살' 시작하면서 처음에 말씀하신 딱 하나가 '자칫 잘못하면 불륜이 될 수 있다'는 거였다. 한 끗 차이로 예뻐보이거나 미워보일 수 있다고. 처음부터 남자로서 노라를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지면, 남편 있는 여자를 뺏으려고 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 작가님이 그런 감정(연정)이 아닌 상태에서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대복을 쓰는데 고심을 많이 하셨다. 시한부로 오해하는 상황이나, 현석이 노라 남편의 불륜을 먼저 안다던가, 그런 식으로 현석이 노라를 도와주는 상황을 많이 이끌어 냈다.

차현석이라는 캐릭터는 처음에 어떻게 다가왔나.

현석이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랑 노라를 대할 때가 완전히 다르다. 상대에게 잘 해주는 것 같지 않으면서, 실은 굉장히 잘 해준다. 그런 면이 재미있었다. 저도 살가운 성격이 아니다. 현석이처럼 툭툭 얘기하는 대사가 연기하면서도 편했다. 감정 몰입이 돼 연기 할 수 있었다. 항상 웃는 캐릭터 보다는 오히려 편하게 연기 할 수 있었다.


이상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첫사랑을 다시 만났는데 시한부라면 어떻게 하겠나.

사실 노라의 경우 처음엔 '사랑'이 아닌 '정'이랄까, 연민의 감정으로 도와준 거였다. 안 보이는 곳에서 몰래 도왔는데, 저 역시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특히 노라는 남편이 있는 상태였고, 도와주고는 싶은데 그 상황에서는 본인이 모르게끔 도와줘야 하는게 맞는것 같다. 다시 사랑을 하고 이런게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면 상황을 잘 만들어서 도와줘야지. 말그대로 불륜처럼 보이면 안 되잖나. 수호천사처럼 도와줘야지. 안 그러면 그 쪽도 불편할 것이고.

차현석처럼 20년간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게 가능할까.

가능하다. 그 세월을 계속 봐온 게 아니라, 중간에 상대가 사라졌던 상황이니까. 결론을 얻을 수 없는 상태에서 시간이 정지 된 셈이다. 시간은 20년이 흘렀지만 감정적으로 공백이 없었던 느낌일 것. 그래서 현석과 노라가 만나면 고등학생 같이 유치한 행동이 나오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성인으로서 관계를 유지한 기간이 없으니까. 그래서 그런 사랑이 가능할 것 같다. 그만큼 노라라는 사람이 현석의 인생에는 소중했던 사람인 것 같다.

연기자로서 연출 감독 연기한다는게 어땠는지.

연극은 공연을 본 적은 있는데, 연출하는 과정을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드라마 감독님의 모습을 참고했다. 스타일은 다 다르지만, 보이는 모습들을 많이 참고 했다. 처음에 권해효 선배님이 조언을 많이 해 주셨다. 그 때 연습 현장의 분위기랄까, 부족한 면이나 잘못 해석한 부분들에 대해 참고를 했던 것 같다.

여름에 겨울 장면을 촬영하는 등 드라마 속 계절이 실제와 반대로 갔는데,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정말 더웠다. 배경이 2월이라 목도리 칭칭 감고 해야 되는데 도저히 무리일 것 같았다. 계절감을 줄 수 있을 정도로만 입고 연기했다. 근데 매미는 어쩔 수가 없더라. 하하. 매미가 많은 나무는 발로 쳐서 쫓기도 했는데 다 잡을 수는 없지 않나. 또 여름방학 기간이었는데도 학생들이 학교에 꽤 있어서. 겨울옷 입은 배우들 뒤로 반팔을 입은 학생들이 잡히니까 통제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반대로 가을이 되가는데 극에서는 여름이 되니까. 스타일리스트도 배우도 고생했다. 다행히 많이 추워지지 않아서 버틸 수 있었다.

이상윤에게 두번째 스무살이 온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 볼 것 같다.스무살엔 여러가지로 소극적이었다. 연기자를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는 적극적으로 변해갔지만, 그 전엔 새로운 것을 꺼렸던 것 같다. 기존에 해봤던 것만 하려고 했다. 연기자를 하려는 결정자체도 인생에서 굉장히 큰 것이었다. 제 까불까불한 모습을 아는 친구들은 많이 놀라지 않았지만, 그런 모습을 잘 모르는 친구들은 정말 놀랐다. '상윤이 성격에 할 수 있을까'라며 걱정한 친구들도 있었다. 도전을 많이 하지 않았고, 새로운 사람과 만남도 두려웠다. 확 질러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노라 아들 민수(김민재)처럼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서 다른 나라의 문화나 언어도 배우고, 여러 사람과 만남을 경험도 해 볼 것 같다.

그런 수동적인 면 때문에 연기를 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었나.

힘들 때도 많이 있었다. 과감히 뛰어 들어야하는데 부끄러워서 못하고, 그런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연기를 하면서 매 작품 그런 면들을 하나씩 깬 것 같다.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한 번 뛰어들어서 재미를 느끼게 되고, 그럼 다음에는 더 과감히 뛰어들게 되고. 그런 것이 점점 쌓이면서 변화해 가는 것 같다.


이상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만약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공부하고 있던 것(물리학)을 계속 했을 것 같고, 일의 특성상 사람을 많이 만나기보다는 연구실에서 한 분야에 빠져있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작품을 하면서 조금씩 틀을 깨고 있다고 했는데, 배우 이상윤에게 가장 큰 변화를 안긴 작품은 무엇인가.

'내 딸 서영이'인 것 같다. 그 때는 주변의 시선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컸다. 강우재라는 인물이 나한테 없는 모습이라고, 잘 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전작 '인생은 아름다워'가 인상적이어서 그랬는지, 당시에 저를 그 작품으로 많이 기억해 줬다. 그래서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 컸다. 지금 생각하면 내 안에 원래 있던건데, 자신을 갖고 몰입했으면 되는건데. 부담을 갖고 뭔가 새로 만들어내려 했다. 그러다보니 잘 나오지 않았고 대본 연습하다 혼나기도 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오기가 생겼다. 부딪혀보면 결판이 나겠지, 여기서 물러나면 아니라는 결정만 남기고 끝이니까. 결과적으로 시행착오는 겪었지만, 끝까지 끌고 나간 것 같다.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모르지만, 지금의 차현석과 또 다른 캐릭터로 계속 스스로의 이미지를 깨 나가야 할 것 같다.

이상윤의 버킷 리스트.

유언장이나 자서전 쓰기?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것. 그런게 없이 살았던 것 같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네 버킷리스트를, 많이는 아니더라도 갖고 있어야 될 것 같다. 나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도 중요할 것 같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살아왔다기 보다는 그때 그때 순간의 선택에 집중하면서 살았다.

요즘 가장 하고 싶은 일? 마음에 품고 있는 계획은.

여행을 가고 싶다. 여행을 많이 좋아하는데 그 마음에 비해 많이 다니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다니려고 하고 있다. 가고 싶은 곳은 남극이나 히말라야. 남극은 준비만 잘 해가면 될 것 같다. 히말라야는 위험하다고 하고 실제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지만, 준비를 단단히 해서 한 번 가보고 싶다. '언제 또 가겠어?' 이런 생각도 들고. 살면서 한 번 쯤 가고 싶은 곳이다.

현재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어른스럽게 늙는 것, 멋있게 나이 먹는 것. 30대가 되면서 계속 고민하는 키워드다. 매력적인 사람으로 나이들고 싶다. 어떤 면에서는 젊고 핫 한 사람이 매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나이에 맞는 매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작품에서 봤던 선배들 중에 멋진 인상을 풍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특히 천호진 선배님이 기억에 남는다. '육룡이 나르샤' 티저를 봤는데 선배님만의 색깔이 딱 있다. 묵직하고 강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나이가 들어서도 그렇게 멋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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