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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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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예쁘지 않은 여주인공을 실제로 드라마에서 보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MBC 수목극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황정음)은 정말로 예쁘지 않다. 폭탄이라도 맞은 듯 부스스한 악성 곱슬에 양볼의 홍조와 주근깨, 잔뜩 주눅 들어 불쌍한 표정과 익살스러운 몸 연기까지. 모든 것이 '예쁨'과는 거리가 멀다. 수수한 차림새와 약간의 털털함만으로 '평범녀'라고 우기던 기존의 여주인공들과는 차원이 다른 '역대급 폭탄녀'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랑스럽다. 예쁘지 않아서 더 예쁘게 보인다.
물론 현실은 초라하다. "꼭 구멍난 양말이 된 것"만 같다. 잘 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가 되어 회사 상사로 다시 만난 첫 사랑 지성준(박서준) 앞에 서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엘리베이터 안에 둘만 갇히게 됐을 때 혹시나 그가 자신을 알아볼까봐 초조했고, 회의에서 온갖 독설을 듣고 회의실 밖으로 쫓겨났을 땐 한없이 비참했다. 어린 시절의 예쁘고 당당한 모습만 기억하고 있을 첫 사랑에게 '역변' 해버린 현재의 자신을 내보일 수 없을 만큼, 혜진의 자존감은 바닥까지 내려간 상태다.
혜진에게 감정 이입한 시청자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황정음의 연기와 혜진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단순히 망가졌기 때문은 아니다. 코믹함 속에 사실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시청자들과 공감할 수 있었다.
엄청난 취업난, 어렵게 일자리를 얻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미래, 보잘 것 없는 현실, 그래서 마음껏 사랑도 할 수 없는 가난한 마음. 혜진의 모습에서 요즘 젊은 세대의 고민을 읽어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혜진의 '못 생긴 외모'는 다소 만화적이기도 하지만, 젊은 세대의 척박한 현실을 반영한 사실적 설정으로 읽힌다.
첫 사랑 성준의 냉정한 면모에 실망한 혜진은 이를 악 물고 버텨내기로 결심한다. 밟히고 밟혀도 일어나는 잡초 같은 오기다. 그렇게 세상의 편견과 무시를 이겨내길. 어쩐지 응원하고 싶어지는 혜진. 그녀는 예뻤다. 그리고 예쁘다.
다만, 앞으로도 '정변' 하진 말아주길. 계속 못 생겨도 괜찮다. 여주인공이 질끈 묶은 머리를 풀고 동그란 안경을 벗자, 그를 거들떠도 안 보던 남주인공이 첫눈에 반해버리는, 흔해빠진 신데렐라 이야기로 흘러가진 않았으면 좋겠다. 못 생겼지만 충분히 매력 있고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의 진짜 '뷰티 인사이드'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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