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KBS2 새 월화극 '별난 며느리'가 첫 선을 보였다. 17일 방송된 '별난 며느리'에서는 건방진 후배와 몸싸움을 벌여 깽값을 물어주기 위해 며느리 체험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한물 간 걸그룹 멤버 오인영(다솜, 씨스타)과 아들의 출세를 위해 동 프로그램 출연을 결심한 종갓집 종부 양춘자(고두심)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데 초반부터 예원과 이태임의 욕설 패러디가 등장해 의문을 자아냈다. 며느리 세미(김윤서)가 양춘자에게 "어머니, 저 마음에 안 드시죠?"라고 되받아쳤던 것. 또 한물간 걸그룹 루비의 리더 오인영(다솜)이 후배 걸그룹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도 패러디가 등장했다. 루비가 무대를 마치고 내려가던 도중 후배 걸그룹과 어깨를 부딪혔는데 사과 받지 못하자 몸싸움을 벌었다. 이때 후배 걸그룹 멤버가 "언니 저 마음에 안들죠"라고 맞섰다. 앞서 예원은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촬영하던 중 이태임에 대해 "언니, 저 마음에 안듣죠"라고 대들었고, 이를 참지 못한 이태임이 거나한 욕설을 늘어놓으면서 논란이 야기된 바 있다. 결국 예원은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고, 이태임 역시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아직 미성수한 행동이었다고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온라인 상에서 갖은 욕을 들어가며 인고의 세월을 지냈다.
문제는 이들의 싸움이 여기저기에서 패러디 되며 희화화 되고 있다는 것. 나이 차이 한참나는 여자 연예인끼리의 싸움이라는 건 흥미로운 소재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6개월 간 이들의 싸움과 멘트는 각종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패러디 됐고, 시청자들도 웃음으로 답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식상하다. 4번 우려낸 사골같은 소재를 굳이 지상파 월화극에서 썼어야만 하는지가 의문이다. 누구나 일을 같이 하다 보면 마음이 잘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그 때문에 이런저런 다툼이 생길 수도 있고, 그럴 때면 술 한잔 하며 웃고 넘기는 게 일반적인 직장 생활이다. 예원과 이태임 역시 영상이 공개되지만 않았더라면, 당사자들끼리 좋게 풀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 사소한 다툼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큰 상처를 입었다. 예원은 '예능 대세'로 떠오르다 추락했고, 이태임 역시 '정글의 법칙'에서 쌓아올린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이래저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셈. 더욱이 이제는 복귀를 조율할 시기이기도 하다. 예원은 아직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지만, 이태임은 현대미디어 계열 드라마H에서 10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 '유일랍미' 출연을 확정했다.
이런 시점에서 두 사람에게 지워진 주홍글씨를 굳이 다시 꺼낼 필요가 있었을까. '별난 며느리'는 충분히 그 자체로도 성공 요소를 많이 지닌 작품이다. 고부간의 갈등 끝에 서로 진정한 가족애를 알게 된다는 뻔한 스토리를, 드라마와 예능을 결합한 독특한 형식으로 풀어내 신선함을 안겼다. 고두심을 비롯한 베테랑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력은 물론, 두 번째 연기 도전에 임한 다솜 역시 전작보다 한층 발전된 연기력으로 호평받는데 성공했다. 적재적소에 활용된 자막과 CG 역시 미니시리즈라기 보다는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유쾌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렇게 다된 밥에 굳이 예원-이태임 욕설 논란 뿌리기를 한 이유는 뭘까. 아물어 가고 있는 상처에 굵은 소금을 뿌리는 행위가 아니었을까.
공영 방송인 만큼 KBS도 좀더 신중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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