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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링의조건②] '슈퍼맨' 강봉규PD의 성공조건 5가지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5-03-12 09:19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온라인의 발달과 플랫폼의 다양화로 인해 국경의 벽이 사라진 지 오래다. '지구촌'이란 말이 옛말처럼 들릴 정도로 현대사회의 속도는 빠르게 움직인다. 미국 뉴욕에서 올려진 창작물이 대한민국 서울로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일 아니, 1분이면 족한 시대다. 더는 제한된 플랫폼 내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생각'은 무의미하다. 국내에서도 지상파 프리미엄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인기있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10%가 넘긴 힘든 시대다. 콘텐츠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고 있는 지금, 성공한 콘텐츠 제작진이 밝히는 베스트셀링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2015년 스포츠조선에서는 '베스트셀링의 조건'에 대해 살펴본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대한민국에 '베이비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의 강봉규PD를 직접 만났다. '슈퍼맨'은 현재 일요일 전체 예능 코너 중 시청률 1위, 동시간대 방송되는 프로그램 중 36주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시작해 국내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성장시킨 강봉규PD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 베스트셀링의 조건을 알아봤다. 그는 "시청자들을 가깝게, 많이 첨여시키는 프로그램이 결과적으로 시청률도 좋다. 팬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면 그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기존 프로그램보다는 클 것 같다. 피상적인 것보다 깊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영향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 트렌드를 정확하게 반영하라

시청자는 트렌드에 민감하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자는 한층 날카로운 감각과 센스를 지녀야 한다. 강봉규PD도 마찬가지다. 2015년 예능 트렌드에 대해 묻자 "2000년부터 시작했으니까 올해 16년차가 됐다. 그런데도 예능 트렌드가 어떨지는 모르겠다. 과거보다 요새 그런 트렌드를 잡아내는 게 어려워진 것 같다. 시청자도 빨라 바뀌고 프로그램 변화도 빠르다. 올해 방송 트렌드를 나도 알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렇지만 리얼 예능이 계속 강세이지 않을까 싶다. 계속 탄생하고 있고 앞으로 파일럿 제작을 발표한 예능도 대부분 리얼 예능이 많다. 올해도 리얼이 대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슈퍼맨' 역시 이런 '리얼리즘'을 극대화한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각 출연자의 집에 마련된 작은 움막, 혹은 다른 방에 숨고 출연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한다. 송일국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가 카메라를 "공룡"이라 부르며 돌진해도, VJ에게 "삼촌, 삼촌"이라며 귀여운 호기심을 방출해도 제작진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이유는 한가지. 출연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대본 같이 짜여진 구성은 없다. 촬영 구성을 하고 부모들과 대화하며 스케줄을 잡는 식이다. 가족끼리의 만남 역시 제작진이 메이드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강봉규PD는 "우리는 관찰 리얼리티다. 그래서 출연자에게 폭이 넓다. 보통 이번에 촬영 일정이 이렇게 있다고 얘기하면 부모님들이 원하는 게 있다. 어머님들이 '예방접종을 해야한다' 이런 걸 얘기한다. 아빠들은 엄마가 스케줄을 짜줄 때 힘들어한다. 가족끼리 만나는 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송일국 가족과 추성훈 가족의 만남은 송일국이 일본에 갔는데 추성훈이 초대해서 그에 응한 것이다. 또 엄태웅이 집에 혼자 있기 심심하다고 이휘재를 부르고, 이휘재가 초대에 응하는 식이다. 가족끼리의 만남도 자연스러움 안에 들어가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2. 시청자의 니즈를 파악하라

'슈퍼맨'이 리얼 육아 예능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보채고 떼쓰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면 지금의 인기를 얻긴 어려웠을 것이다. 시청자는 분명 '아름답게 포장된 리얼'을 원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 편집 과정에서 아이들의 천진난만하고 해맑은 모습을 살리려 노력한다. 아빠들의 불만이 생기더라도 말이다. 강봉규PD는 "48시간 동안 아빠 혼자 아이들을 케어하는 과정이 어렵다. 아이들은 보채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보다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 즐거운 모습 위주로 편집한다. 그러니까 아빠들이 본인이 힘든 건 편집되니까 섭섭해하긴 한다. 하짖만 아빠들에게 '힘든 모습보다는 시청자를 위해 즐거운 모습이 나가야죠'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3. 원칙을 고수하라

지휘관이 흔들리면 프로그램은 산으로 간다. 그래서 합리적인 원칙을 세우고 이를 고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제작자의 독단이 아니라 시청자와 출연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다.

강PD의 경우에도 몇 가지 원칙을 세워났다. 1번 원칙은 아이들의 안전이다. "촬영장에서 절대 아이들의 안전이 1번이다. 항상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것인가'를 고심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건 우리 뿐 아니라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라면 다 마찬가지일 것 같다"는 설명. 2번 원칙은 '재밌고 즐겁게'다. 강봉규PD는 "재밌고 즐겁게 제작하자는 방향이다. 또 좀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드리려 한다. 시청자분들은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가 많다. 우리 프로그램은 주말 저녁에 방송되니까 보고 즐거우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힘든 일이 있거나 했을 때 아이들이 놀고 즐거워하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을 때 씩 웃으실 수 있다면 그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아닌가 싶다. 웃음을 드릴 수 있다면 우리의 책무를 다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밝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드리자'가 원칙이다"고 전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4. 인기에 연연하지 말라

모든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률에 민감하다. 시청률은 곧 인기 척도이고, 시청률에 따라 발생되는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프로그램을 보면 인기 핵심 멤버에 분량을 몰아준다거나, 프로그램 성격과 기획의도에 맞지 않는데도 무리하게 다른 인기 프로그램 설정을 끼워넣는다거나 하는 중구난방식 진행 끝에 몰락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제작진에게 필요한 건 모든 출연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고, 또 이들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캐릭터와 설정을 잡아주는 능력이다.

'슈퍼맨'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추성훈-추사랑 부녀의 인기가 높았다.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는 송일국과 삼둥이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들 외에 이휘재와 쌍둥이 서언-서준 부자, 타블로-하루 부녀, 새롭게 합류한 엄태웅-엄지온 부녀까지 팬덤을 얻으며 '추블리' 부녀나 '마성의 삼둥이'에 뒤지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모든 출연진에게 고른 쏟아질 수 있었던 건 잠깐의 인기에 연연해 분량 몰아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 '추블리' 추사랑의 사랑스러움, '힐링소녀' 하루의 착한 마음씨, '미소천사' 엄지온의 순한 매력, '국민 쌍둥이' 서언-서준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 '마성의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의 애교 3종 세트 등 각 출연진의 특성을 잡아내는데 집중했다.

강봉규PD는 "시청률은 지금이 정점일 수도 있고 앞으로 좋아질 수도 있다. 그건 잘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프로그램은 제작진이 의도한대로 만들어가는 측면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유기체와 같다. 먹을 걸 계속 준다고 자라는 건 아니다. 때론 아프기도 한다. 파일럿 시절을 제외하고 첫 방송 때는 시청률 그래프가 등락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정하다. 우상향으로 간다"며 "예전엔 방향성을 갖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면 지금은 팬, 제작진, 출연자. 이 삼박자가 서로에게 조화롭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프로그램이 발전하고 변모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출연자에게 애정이 가냐'는 질문은 '다섯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냐'와 같다. 가끔 관심도가 떨어지는 가족이 생길 때 그 팀을 더 케어해주고 싶은 욕구 같은 건 있다"고 밝혔다. 또 "시청자 판단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골고루 사랑해주실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5. 신뢰를 쌓아라

'슈퍼맨'은 송일국 엄태웅 등 이제까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스타들, 그리고 공개된 적 없는 그들의 가족과 일상이 공개됐기에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기에 전문 예능인을 함께 섭외, 재미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강봉규PD는 "꼭 비(非)예능인만 찾았던 건 아니다. 예능 경험이 있는 사람, 없는 사람. 출연진을 다양화하고 싶었다. 비예능인을 찾았던 건 새로움 때문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분들을 원했다"고 말했다.

이런 섭외가 가능했던 건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강PD는 "지극정성으로 섭외했다. 우리 프로그램에는 섭외가 된 스타만 나오는 게 아니다. 그들의 집 자녀 가족까지 확대된다. '한 아리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와 관련있는 분들이 다 나오니까 섭외가 더 어려웠다. 쉽게 결정을 못하더라. 섭외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섭외가 되도 촬영 진행할 때 제작진과 신뢰관계가 쌓여있지 않으면 안됐다"고 밝혔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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