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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도 사랑받을 수 있다. 조연이어도 주연만큼 빛날 수 있다. 이유리가 그 사실을 증명했다.
30일 열린 MBC 연기대상 시상식. 영광의 주인공은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였다. 이유리는 희대의 악녀 연민정 캐릭터를 혼신을 다한 연기로 소화해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왔다 장보리'로 시작해 '갔다 연민정'으로 끝났다는 평가와 함께 일찌감치 유력 대상 후보로 손꼽혀 왔다.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로 대상을 선정한 이날 시상식에서 이유리는 총 71만 2300건 중 38만 5434표를 얻어 약 54%의 득표율을 보였다. 인기 투표의 성격을 배제할 수 없는 문자 투표 방식상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 그럼에도 이유리의 눈물은 충분히 값졌다. 이유리는 '방송3사 드라마 PD가 뽑은 올해의 연기자상'까지 2관왕을 달성했다. 연기자상을 받은 후 "누구의 그림자처럼 주연을 빛나게 하는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PD분들이 이렇게 뽑아주셨다는 게 놀랍고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마침내 대상에 호명되자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며 또 한번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이유리의 대상과는 달리 '왔다 장보리' 팀의 트로피 독식은 다소 아쉬웠다. 이날 '왔다 장보리'는 이유리가 받은 2개의 상을 포함해 9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연속극 부문 최우수연기상 김지훈과 오연서, 황금연기상 안내상과 김혜옥, 아역상 김지영, 올해의 작가상 김순옥, 올해의 드라마상까지 받았다. 배우들의 연기상 수상은 분명 축하받을 일이다. 특히 연민정이라는 개성 강한 캐릭터와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극의 무게중심을 단단하게 잡은 김지훈과 오연서의 연기는 호평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왔다 장보리'가 사실상 작품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드라마상까지 받을 만한 작품이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시청률이 높고 화제가 됐을 뿐, 작품성이 뛰어난 드라마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왔다 장보리'에게 올해의 드라마상을 안겼다는 사실에서, 시청률 외에는 의미 있는 성과나 질적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 2014년 MBC 드라마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유리의 대상 수상마저 빛 바래게 만드는 씁쓸한 장면이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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