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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억수르' 송중근"풍자개그? 부자개그로 봐줬으면"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4-08-18 05:48


개그맨 송준근 인터뷰
여의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요즘 이 남자, 대세다.

개그맨 송준근. KBS2 '개그콘서트' 코너 '억수르'와 '닭치고(高)'로 대박을 터트리며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이 사람, 대뜸 이 얘기부터 한다. "사람들이 내 이름을 '송중근'이 아닌 '송준근'이라고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송중근 아닌 송준근과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개그맨 송준근 인터뷰
여의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만수르' 논란, "오히려 감사"

'억수르'의 탄생.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코너명은 '만수르'였다. 아랍에미리트 부호이자 맨체스터 시티 FC의 구단주인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의 이름에서 따왔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태클'이 들어왔다. 한국석유공사 측에서 '국제석유투자 회사 사장인 만수르에게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며 코너명 변경을 요구했다. 단위를 높였다. '억수르'란 이름으로 바꿨다. 이름 논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억수르의 아들 이름 '무엄하다드'가 또 문제였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신성시되는 '무하마드'를 연상케 해 이슬람권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캐릭터명를 '무엄하다드'에서 '아들'로 변경했다.

애써 만든 코너가 각종 논란에 휘말렸으니 상심이 컸을 법도 하다. 하지만 송준근은 "오히려 관심을 가져주셔서 이슈가 된 것 같다. 우리도 문화를 얘기하거나 비하하는 게 아니라 만수르 이미지 자체가 신급 부자이다 보니 그 컨셉트만 가져온 거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얘기해주셨던 거고 제작진에서도 잘 받아들여 줬다. 풍자 개그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저 세상 물정 모르는 부자 이야기, 부자 개그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그콘서트'에서 '억수르'처럼 허세 대마왕, 혹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은 누굴까?

송준근은 "허세대마왕이라기 보다 실제 성격과 보이는 이미지가 다른 사람은 있다. 김민경과 오나미다. 김민경이 방송에서는 힘도 세고 뭐든지 다 잘 먹는 캐릭터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예쁜 걸 좋아한다. 먹는 것도 예쁜 것만 좋아한다. 족발이나 순댓국 같은 건 못 먹는다. 굉장히 여성스럽다. 오나미도 강한 비주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여성스럽다. 화려한 네일아트 같은 걸 굉장히 좋아한다. 실제로 김민경과 오나미가 무척 친한데 시청자분들 상상 이상으로 여성스럽고 예쁜 걸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개그맨 송준근 인터뷰
여의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만수르 5년 VS 인기 개그맨 10년?


'억수르' 코너 개설 이후 모티브가 된 만수르라는 인물에 대해 관심이 뜨거웠다. '슈퍼 갑부인 만수르처럼 한 번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만수르의 사진을 갖고 다니면 돈이 들어온다는 '만수르 효과'까지 나왔을 정도.

당사자 송준근은 어떨까. "나는 일단 상상이 안 된다. 실제로는 한달 한달 사는 것도 빠듯하다. 육아에 집에. 나갈 돈들이 많다. 그렇게 정신없이 사는 사람이라 몇억 분의 1만 가지고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까. 그렇게 (돈이) 많지 않아서 조금 잘될 때 수입이 생기고 그러면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쿨한 반응이다.

그럼 만수르로 사는 삶 5년과 인기 개그맨으로 사는 삶 10년 중에선 어떤 삶을 택할까? "캐릭터가 5년 갔으면 좋겠다"는 우문현답이 돌아온다. 그는 "인기 개그맨으로 사랑받고 싶다. 요즘 너무 행복한 것 같다. 요즘 '닭치고'와 '억수르'가 한 주 차이로 터지면서 인터뷰도 많이 하고 주변에서 관심 가져주시고 집에서도 많이 좋아하고 하니까 행복하다. 우리 딸이 지금 세 살인데 '억수르' 때는 수염을 그리고 나오니까 잘 못 알아본다. 그런데 '닭치고' 때는 멀리서 풀샷 잡아도 '아빠'하고 알아본다. 그럴 때 뿌듯하다"고 말한다. 순간 살짝 딸바보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개그맨 송준근 인터뷰
여의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외국인 개그 일인자, 사실은 팔색조!

네티즌들은 송준근을 '외국인 개그 일인자'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곤잘레스, 억수르 등 가장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가 바로 외국인이었기 때문. "어쩌다 보니 희한하게 외국인 전문 개그맨으로 활동하게 됐다. 처음엔 인정을 안 했는데 그런 캐릭터를 할 때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고 나도 약간 느끼하고 과장된 캐릭터가 편하긴 하다. 다행히 후배 중에 그런 역할이 없어서 틈새시장으로 아직 잘 먹고 살고 있는 듯"하다는 설명.

그러나 그를 '외국인 전문 개그맨'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훨씬 커서 앞으로 보여줄 것이 무궁무진한 개그맨이다. 송준근은 "외국인 캐릭터로 많이 사랑받고 있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장된 역할도 할 수 있고 정적이지만 진지한 역할도 하며 팔색조 매력을 발산할 수 있게 노력하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 댓글을 가끔 보는데 '꾸준하다'는 평가를 많이 해주시더라. 그런 이미지가 좋은 것 같다. 계속 꾸준히,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개그맨이란 이미지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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