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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없는 '대장금2' 향방은? MBC 3가지 딜레마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5-21 05:48


사진제공=MBC

'고민'의 상징 햄릿에게도 선택은 "죽느냐 사느냐"의 두가지였다. 화투를 잡아도 선택은 두가지. '고 혹은 스톱'이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 딜레마다. 원조 한류 드라마 '대장금'이 속편 제작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MBC의 숙원사업이었던 '대장금2'의 제작.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장금'의 상징 이영애의 출연이 끝내 좌절됐기 때문이다. 19일 MBC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영애 측이 일신상의 이유로 출연이 어렵겠다고 밝혀왔다"고 알렸다. 사실상 제작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MBC는 여전히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엎어버리기엔 이미 멀리 왔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대장금 딜레마'. 세 가지로 정리했다.

이영애 없는 '대장금2' 가능한가

이영애 없는 '대장금2'. 가능할까. MBC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인물로 대체해 속편을 제작하거나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단 이영애가 없는 '대장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지수다. 원작자인 김영현 작가의 의지도 문제다. 당초 김영현 작가는 속편 집필은 물론이고 리메이크에도 난색을 표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영애마저 없는 '대장금2'를 집필할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리메이크 역시 원작자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1999년작 '허준'을 리메이크한 '구암 허준'이 지난해 전파를 탔지만 시청률은 신통치 않았다. '대장금' 역시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

MBC 관계자는 "이영애와 상호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고려해 여러가지 대안을 동시다발적으로 준비해 왔다"며 "작가의 의지에 따라 스토리라인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장금2'는 전편에서 10년이 흐른 상황을 고려해, 장인의 경지에 오른 서장금이 딸을 바르게 키우며 제자를 양성하는 내용을 담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주연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서장금의 연령대는 물론이고 전체 내용에도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관계자는 "예상 밖으로 이영애의 출연이 무산되면서 '대장금2'는 처음부터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점점 더 멀어지는 경영의 논리와 현장의 논리

'대장금' 속편 논의는 지난 2004년 종영 직후에 나왔다. 하지만 본격적 추진은 MBC 경영진의 주도로 이뤄졌다. 지난 2012년 9월 김재철 전 사장은 중국 호남위성방송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장금2' 제작을 발표했다. 방송가는 들썩였다. 당시 김영현 작가와 이영애 모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정작 당사자들과의 소통은 없었던, 오로지 MBC 경영진만의 의지였다.

'대장금2'는 신임 사장의 단골 메뉴가 됐다. 임기를 채우지 못한 김재철 전 사장에 이어 취임한 김종국 전 사장도 '대장금 2' 제작을 거듭 공표했다. '대장금' 방영 1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0월 18일 '2013 글로벌 문화콘텐츠 포럼'을 개최했고, 이영애가 출연한 특집 토크쇼도 마련했다. 당시 포럼 개막사를 통해 "1년 준비 기간을 거쳐 2015년 상반기에 제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편성 시기를 앞당겨 올 가을 제작을 천명했다. 결국 김영현 작가를 힘들게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김 작가가 '대장금2' 집필을 수락하면서 앞서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기황후' 후속으로 준비해오던 '파천황'은 무기 연기됐다.


'대장금2'는 2014년 MBC의 10대 기획에도 포함돼 있다. 경영진의 굳은 의지를 재차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장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 경영진은 왜 '대장금2'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한류콘텐츠 개발이라는 명분과 판권수익 등 실리까지 챙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곧 경영진의 대외적 성과로 이어진다. 일부에선 '대장금2' 논의가 사장 교체 시점과 맞물리는 것을 두고 "사장직 연임을 위한 카드로 이용된 측면이 있다"고 귀띔한다.

문제는 이 모든 논의 과정이 경영진과 드라마국 간부급 수뇌부에서 진행돼 왔다는 점이다. 때문에 제작 현장의 주체들은 '대장금2'의 실현 여부에 대해 상당한 온도차를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장금2'는 아직 연출자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시장의 눈높이, 맞출 수 있을까

MBC가 보도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대장금'의 수출 및 광고 수익은 380억원에 달한다. 2차 콘텐츠의 생산유발 효과는 1120억원. 또한 '대장금'으로 촉발된 한류가 드라마와 K-POP, 게임으로 확산되면서 그 자산 가치가 94조 7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도 밝혔다. 어마어마한 경제적 효과. MBC가 '대장금2'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003~2004년 방송된 '대장금'은 평균 시청률 45.8%, 최고 시청률 57.1%을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는 물론 중동과 유럽, 아프리카까지 전세계 91개국에서 방송됐다. 음식이라는 보편적 소재, 탄탄한 구성, 이영애를 비롯한 출연진의 열연 등이 성공의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적 소재가 해외 시장에서 통했다는 점에서 다른 한류드라마와는 차별화된 의미를 갖는다. '대장금' 이후 한국의 음식과 전통 문화가 큰 관심을 끌면서 유무형의 파급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같은 전작의 메가 히트는 속편에 있어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작과 달리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한 상품이지만 이영애까지 없는 마당에 퀄리티를 보장하기 힘들다. 한류팬들의 안목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다. 한류가 막 싹을 틔우던 10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해외 시장의 기대치를 맞추지 못할 경우 전체 한류드라마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에는 전편이 애써 쌓아놓은 공든 탑마저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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