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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동이. 실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부르던 이름. 범인을 잡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끝나버린 화성연쇄살인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미스터리 범죄수사물 tvN '갑동이'가 안방극장을 휩쓸고 있는 장르물 열풍에 가세한다.
8일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 '갑동이' 제작발표회에서 권음미 작가는 "국회도서관에서 자료를 보다가 갑동이라는 미제사건 범인을 발견했을 때, 이 이야기를 통해 공소시효에 대한 담론의 장이 만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필을 시작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과의 비교에 대해선 "모티브만 가져왔을 뿐 사건의 디테일이나 발생시기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감히' 영화와 비교하긴 어렵다"며 "영화와 달리 드라마에선 갑동이를 체포함으로써 사건이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최근 안방극장에선 월화극 SBS '신의 선물-14일'과 수목극 SBS '쓰리데이즈'가 방영 중이다. '갑동이'는 금토드라마로 전파를 탄다. 시청자들은 거의 매일 밤 장르물을 만나게 되는 셈. 연출자 조수원 감독은 "요즘 장르물이 많아서 굉장히 부담스럽다"면서도 "우리 드라마는 미제사건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픔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드라마로 봐달라"고 차별점을 짚었다.
윤상현은 20여년 전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누명을 쓴 아버지를 위해 형사가 된 일탄경찰서 강력계 경장 하무염 역을 맡았다. 앞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췄던 조수원 감독이 지방의 영화 촬영장까지 내려가 윤상현에게 대본을 건넸다. 윤상현은 "가수를 준비하다 연기의 꿈을 꾸게 된 계기가 영화 '살인의 추억' 송강호 선배님 때문이었다"며 "장르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 출연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17년 전 하무염의 아버지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던 담당형사이자 하무염과 같은 경찰서에서 일하게 된 형사과장 양철곤 역은 성동일이 맡았다. 하무염과 마찬가지로 '갑동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평정심을 잃어버리는 열혈형사로 하무염과 대립한다. 성동일 또한 기존 이미지를 벗고 진중하면서도 강인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 그는 "연기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에 내가 가진 모든 기술을 쏟아 부을 생각이다. 애드리브도 전혀 없고, 대사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한 해 내가 선보였던 모든 작품의 대사량이 '갑동이' 2회 분량과 비슷하더라"고 농담을 던지며 "나는 생활연기자다. 아이가 셋이라 앞만 보고 달려간다. '갑동이'에 내 자식들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앞서 성동일은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다룬 영화 '아이들'에서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로 열연하기도 했다. 미제사건을 다룬 작품에 또 다시 출연하는 데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만큼 이번 작품 '갑동이'에 출연하는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에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범인으로 오해받으면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고 그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 범인을 잡아야 하는 이유는 진실을 알기 위해서다. 사회엔 윤리가 필요한데 법이 공소시효라는 제도를 통해 범인들에게 면죄부를 줘버리면 어떻게 이 땅에서 아이들을 키우겠는가. 피해자들은 거의 다 노약자, 어린이, 여성들이다. 법이 끝까지 범인을 추적해서 비인륜적인 범죄가 발을 못 붙이게 하는 데 이 드라마가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갑동이'는 연쇄살인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얘기를 그린다. 출연진도 범인이 누군지 모르고 있다. 때문에 누구든 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나는 애초에 자신 없으면 발을 담그지 않는다"며 흥행을 자신했다.
'갑동이'는 '응급남녀' 후속으로 11일 오후 8시 40분 첫 방송 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