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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면서 하루아침에 바뀐 세상!
박-정말 마음이 예쁘네요.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게 아니라, 모든 어린이의 엄마가 됐네요.
은-아기가 지나가면 그냥 못 지나치겠어요. 진짜로 한 번 이렇게 만져주고, '예쁘다' 칭찬도 해주고요. 예전에는 드라마 찍을 때 아역이랑 촬영을 하면 말 안 듣고 그러면, '왜 이렇게 말 안 들어?'하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야단도 치고 했어요. 지금은 참 미안하더라고요. 그때 그 걸 왜 이해 못했을까? 아이인데. 지금은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죠.
은-일의 소중함을 알았어요. 전에는 '그냥, 일이니까' 하면서 힘들어 하고 그랬는데, 그런데 이젠 어디선가 나를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요즘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이제 내게 필요한 게 뭘까?'하고요. 제가 30대 중반을 넘어서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아니잖아요. 같이 촬영하는 선생님들 보면서, '선생님 때 내가 일을 하기 위해서 지금 일을 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는 아무 것도 모르니까 그냥 연기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고 그런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50대, 60대 때 일을 하기 위해서 지금 발판을 다지지 않으면, 그때 가서 선생님들처럼 될 수 없을 거 같은 거예요. 그래서 소중하게 하나, 하나, 사람을 대하는 것도, 인연도 소중하게. 그렇게 지금부터 60대를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박-엄마가 되면서 또 다른 꿈도 얻었을 거 같아요. 어떤 꿈을 꾸고 계세요?
은-저는 아기 낳기 전에는 컴퓨터, 피아노, 영어, 수학, 모든 학원을 다 보낼 결심이었어요. 다 가르치고 싶었어요. 제가 배우고 싶었던 게 많았는데 못했거든요. 배우는 순간은 귀찮더라도 나중에 그게 다 도움이 되니까 싫어해도 다 가르쳐야지 그랬어요. 그런데 아기를 딱 낳고 달라졌어요. 사람들이 소원 중에 제일 유치하다는 소원 '건강하게 해주세요', 그게 정말 가장 큰 소원이란 걸 알았어요. 예전에는 '이미지 관리해? 왜 저런 말을 해?' 이렇게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건강하게 뛰어놀고, 공부 좀 못해도, 착하게 바르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무 탈 없이, 사고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목표가 되는 거 같아요.
박-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워킹맘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은-저희 언니가 애가 둘인데, 생활이 빠듯하잖아요. 그래서 '언니도 그럼 맞벌이를 해' 그랬더니 언니가 하는 얘기가 '은혜야 돈 말고 더 중요한 게 있어. 나중을 생각하면 그 때밖에 할 수 없는, 돈이 아닌 더 소중한 게 있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요즘 저도 느껴요. 일을 하면서 지금 아기가 정말 예쁠 때인데, 아기와 같이 못 지내는 걸 후회할 거 같아요. 요즘엔 '내가 집에서 아기만 보고 있어서 속상하고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전혀 그게 아니고, 제가 생각에는 집에 하루 종일 아기하고만 있는 엄마들은 정말,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시는 엄마들이에요. 그리고 그렇지 못하고 밖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엄마들이 있어요. 어쩔 수 없이, 그런 행복을 놓으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어떤 이유가 있을 거예요. 자기의 꿈도 있고, 집안 사정도 있고요. 그렇게 잠깐 행복을 놓아가면서까지 일을 하는 엄마들의 용기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모두 정말 소중하고 대단한 일들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낮에 일하고, 아침저녁으로 아기 보고, 눈이 떠 있는 내내 바쁘게 지내는 분들이잖아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하나 더요. 워킹맘들이 분유를 많이 먹이잖아요. 그거에 대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의사선생님이 저한테 '분유가 모유에 비해 영양이 절대 떨어지는 게 아니니까 어머니 죄책감을 느끼지 마시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모유를 못 먹이시는 분들, 정말 사랑스럽게 밀착해서 분유를 먹이면 그거 또한 나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워킹맘들도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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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의 연생이, 리틀 왕조현. 우리가 그녀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들이다. 몇 해 전, 우연히 만나 차 한 잔을 마시던 그녀는 어여쁘고 소녀 같은 천생 여배우였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쌍둥이 엄마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엄마가 된 그녀의 모습이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면서, 다시 만난 그녀는 너무도 엄마였다. 작품 이야기를 할 때보다 두 아들의 얘기를 할 때 훨씬 수다쟁이가 되던 그녀는 쌍둥이 엄마는 두 배가 아니라, 네 배쯤 힘들다고 하소연하면서도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엄마가 되니, 아이들에 대한 사랑만큼 세상에 대한 감사와 사랑도 깊어지더라는 그녀는 엄마가 되고나서 작품을 통해서도 훨씬 더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쌍둥이 엄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왕성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그녀의 비결은 남편의 외조였다. 이 땅의 엄마들이 엄마의 꿈을 실현해가는 데에는 누구보다 남편들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 박은혜와의 인터뷰에서 또 한번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한편, 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는 25일 오후 7시 여성채널 트렌디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리=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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