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이 대한민국의 엄마들을 응원하는 '엄마도 꿈이 있단다'(이하 엄마 꿈) 캠페인 인터뷰를 합니다. '엄마 꿈' 캠페인은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엄마들에게 작은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기획됐습니다.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방송인으로서 자신의 꿈을 사회에서 당당히 펼치고 있는 박경림씨가 우리의 엄마들을 대표해 사회 각계각층의 스타 엄마들을 직접 찾아가 만납니다.
정리=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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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 임오경. 스포츠 스타인 임오경에게는 그에 걸 맞는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애틀랜타·아테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일본 핸드볼리그 8년 연속 우승, 최연소 핸드볼 감독, 대한민국 최초 핸드볼 여성 감독 등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한 경력이 임오경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고 그녀가 인생을 탄탄대로만 달려 온 것만은 아니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의 갈등, 산후 우울증으로 인한 두 번의 자살기도 그리고 이혼이란 극단적인 아픔도 겪었다. 시간이 꽤 지난 지금, 임오경은 한 아이의 엄마이자 당당한 싱글맘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임오경(이하 임)-경림씨와 하는 건데 당연히 시간을 내야죠.(웃음) 또 핸드볼을 위해서 라면요.
박-스포츠 스타 출신으로서 지금 가장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감독 외에도 직책이 7개 정도 돼요.
임-체육진흥공단 비상임 임원, 여성스포츠회 이사, 홍보이사 등등, 공부도 하고 있어요. 마지막 박사학위 수료하고 논문 쓰고 있습니다.
박-그렇게 열심히 하시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임-스포츠계에서, 태릉선수촌 안에서 핸드볼은 비인기 종목이 아니라 메달 종목이라는 자존심이 있어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항상 '핸드볼은 공부 못하고, 가난한 아이들이 한다'란 말을 들었어요. 전 그렇게 성장하지 않았지만 그게 싫었어요. 외국 대회 나가면 예산 없어서 김치만 먹고 시합하고, 그런 게 너무 싫었죠. 후배들은 똑같은 길을 가게 하지 말자. 유럽에서 인기 있는 핸드볼을 국내에서 좀더 활성화를 시킬 방법이 없나 찾으면서, 핸드볼을 위해서 저를 필요로 한다면 어디든 다니면서 핸드볼을 홍보한 거죠. 잘 나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후배들이 밥을 먹을 수 있게 밥상을 차리려고 한거예요.
박-아(박수), 멋지시다. 그런데 득이 있으면 실이 있어요. 책임감을 가지고 선구자적으로 나가고 있는 반면에 딸은 엄마 품이 그리울 수 있어요.
임-어릴 때부터 아이는 제 옆에서 잠을 자고 싶은데, 전 아이를 재우고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어요. 운동 다녀오면 아이 밥 먹이고 씻겨서 재우고, 뒤처리 하고 세탁하고 비디오 분석하고 다음 경기 대비하고, 공부하고 그랬죠. 제가 스물네 살부터 감독을 했기 때문에 항상 그런 책임감에서 벗어나지를 못했어요. 그러면서 결혼하고 아이가 생겼는데, 아이를 옆에 놔두면 제 할일을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5살부터 떨어져 자기 시작했죠. 그래서 항상 엄마 품이 그립고, 스킨십을 그리워해요. 지금 중1 사춘기라 엄마 옆에 안 오려고 해야 하는데, 지금도 막 안겨요. 그런 걸 보면 제가 잘 못해준 거죠. 아이를 항상 체육관에 놔두고 어른들과 놀게 했기 때문에 지금 애어른이 돼버렸어요. 그런 게 너무 미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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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수들에게는 따뜻하기도 하지만, 무서운 감독인데 딸 세민이에게는 어떤 엄마인가요?
임-세민에게도 비슷해요. 전 선수들 인성을 가장 중요시해요. 어떤 감독이든 운동 잘하는 선수를 좋아하지만 그 선수가 인성이 나쁘면 싸가지 없다고 하죠. 전 절대 좋은 선수로 대우를 안 해줘요. 잘하는 선수는 거만하지 않게 절제시켜주고, 부족한 선수들은 더 노력해서 올라갈 수 있도록 인성 교육을 많이 시켜요. 제가 사회생활을 일본에서 했는데, 밖에선 제가 대접을 받으려면 제가 잘해야 하더라고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딸도 밖에 나가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딸이 인성이 돼야 하는 거죠. 딸에게 두 번째 길을 택하게 하는 게 아니라, 일직선으로만 갈 수 있도록 항상 교육을 시키고 있어요. 그래도 아이 학교에 가면 엄마들은 '공부 잘 한다' 이런 소리 듣고 싶잖아요. 그런데 처음 듣는 말이 '세민이가 프렌드십이 최고다' 이런 얘기 들어요. 전 기분 나빠서 오기도 하죠.
박-원래 아이는 부모를 보면서 배운다는데 아이가 긍정적이고 프렌드십이 좋다라는 건 감독님이 그렇다는 거 아닌가요? 보고 자란 게 감독님인데요.
임-항상 선수들과 있는 걸 딸이 보고, 감독들 모임, 회의석상 이런데서 원만하게 지내는 걸 본거 같아요. 항상 언니들, 이모뻘 되는 선수들이 양보하고, 나눠먹고 하는 걸 항상 봤어요. 누가 아프면 먼저 아이스를 가지고 가서 마사지도 해줘요. 가끔 저를 보는 거 같을 때가 있어요. 어른들하고 있을 때 '이모 그런 거 하지마세요'라고 할 때에요. 제가 지시를 하잖아요. 아이가 어른한테 '그거 나빠요'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적을 해요. 저와 비슷하게 너무 솔직해요. 제가 '어른들한테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그러면, 이모들이 '네 딸이야. 너랑 똑같아' 그러더라고요.
[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⑥]여자 핸드볼의 전설 임오경 감독의 이야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