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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극 전쟁 막 올랐다…'구가의 서'의 차별화된 생존법은?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4-07 16:33 | 최종수정 2013-04-08 07:00


사진제공=MBC

월화극 전쟁의 막이 올랐다. 지난 1일 먼저 첫 발을 뗀 KBS2 '직장의 신'에 이어 MBC '구가의 서'와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8일부터 경쟁에 가세한다.

'직장의 신'은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리메이크한 작품.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무려 9번째 만들어지는 '장옥정 드라마'다. 하지만 '구가의 서'는 순수 창작물이란 점에서 두 작품과 확연히 대비된다. 반면교사나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원작이 없어 홀로 고군분투해야 한다. 당연히 원작의 후광도 기대할 수 없다. 전작 '마의'의 종영 이후 1주일간 공백을 가진 것도 부담스럽다. 결말을 앞두고 상승세를 탄 SBS '야왕'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야왕'에 용감하게 맞붙은 '직장의 신'에 화제성을 몰아주는 역효과가 났다.

그럼에도 '구가의 서'만의 차별점은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우선 '구가의 서'는 젊다. 주조연 캐릭터를 모두 20대 배우들로 꾸렸다. '직장의 신'은 40대 김혜수와 30대 오지호, 정유미, 이희준을 앞세웠고,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선 30대 김태희가 장옥정을 연기한다. 하지만 '구가의 서'는 20대 이승기, 배수지, 유연석을 필두로, 신예 이유비와 성준, 특별출연 이연희까지 주조연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나이가 모두 20대다. 올해 스물여섯 살이 된 '국민 남동생' 이승기와 스물아홉 유연석이 '고령자' 축에 속할 정도다. 연출자 신우철 PD는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해보니 기대 이상으로 캐릭터 몰입이 잘 돼 있었고 연기력도 안정적이었다"며 "배우들을 믿고 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신뢰감을 표했다. 첫 사극 출연을 앞둔 이승기도 "능숙한 연기자에게는 없는 열정이 있다"며 "마치 날 것 같은 에너지로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사진제공=MBC
젊은 배우들에게 부족한 '경험'과 '무게감'은 중견 배우들이 담당한다. '직장의 신'의 전혜빈과 조권,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한승연처럼, 신예들을 베테랑 주연의 조력자로 포진시킨 경쟁작들과는 정반대되는 캐릭터 구성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대중적 호감도를 높인 이성재는 '구가의 서'에서 야심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냉혈한 악역 조관웅을 연기한다. 최근 2~3년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명품배우'로 자리매김한 조성하는 극 중 무형도관 교관 담여울(배수지)의 아버지 담평준 역을 맡았다. 춘화관의 우두머리 기생 천수련 역을 맡은 정혜영의 안방극장 복귀도 반가움을 더한다. 조성하는 "(젊은 배우들에 비하면)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데 우리도 젊다"며 "각자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너무 정확하다. 극의 근간이 돼 잘 지탱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판타지 사극이란 점도 기대 요소다. 이 드라마는 반인반수(半人半獸)로 태어난 주인공 최강치가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진정한 인간애와 자아를 발견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신우철 PD는 "남자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드라마"라며 "반은 사람, 반은 신수(神獸)이기 때문에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다. 평소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드라마에 갈등 요소가 필요할 때마다 신수 캐릭터가 발현된다"고 설명했다. 배수지가 "내가 반인반수가 아니라 아쉬웠다"고 했던 그 반인반수 최강치는 이승기가 연기한다. 기존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독특한 캐릭터라, CG와 후반작업에 손이 많이 간다. 이승기는 "대본을 만화처럼 읽었다. 과연 대본처럼 영상이 구현될 수 있을까 궁금했다"면서도 "1부 가편집을 봤는데 지금까지 출연했던 드라마 중에 가장 재미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캐릭터의 톤이 어두우면 호러 느낌을 줄 것 같아서 젊은 감각으로 화사하게 연기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신사의 품격', '파리의 연인', '온에어'를 히트시킨 신우철 PD에게도 이 작품은 하나의 도전이다. 세련된 현대적 감성이 있는 전작들과 색깔이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콤비 김은숙 작가의 그늘에 다소 가려졌던 연출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은경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제빵왕 김탁구'와 '영광의 재인'이 크게 성공했지만 '막장'이란 불명예를 떼어내지는 못했다. 강은경 작가의 필력이 신우철 PD의 연출력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 자못 궁금해진다.

다만 이 드라마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된 '스펙타클, 멜로, 대서사시, 무협 활극'이란 거창한 타이틀은 다소 걱정스럽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장르든 간에 확실한 강점을 보이지 못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위험도 있다. 경쟁작은 각각 현대극과 정통사극으로 확실한 장르성을 내세웠다. 첫 방송을 앞둔 이승기는 "한번도 경쟁작들이 만만했던 적은 없었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출연 당시엔 '제빵왕 김탁구'가 45%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보다는 작품의 완성도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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