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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퀸' 최종회, 올해 최고의 오글장면은?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2-12-25 10:02 | 최종수정 2012-12-25 12:18



23일 방송된 주말드라마 '메이퀸' 마지막회에서, 친딸 천해주(한지혜)앞에서 모든 악행을 반성하며 장도현(이덕화)은 자살을 택했다. 해주는 도현에게 "아버지!"라 부르짖으며 그의 자살을 막으려 했지만, 끝내 도현의 선택을 지켜 보며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장도현의 죽음은 예고된 것이었다. 그는 부와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때문에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심지어 해주가 자기 딸인 줄도 모르고, 그녀를 죽이려 했던 자가 장도현이었다. 37회 엔딩에서는 도현이 직접 해주를 목졸라 죽이려 했고, 아내 이금희(양미경)로부터, 해주는 "당신 딸이야!"라는 말을 들은 뒤에야, 자신이 탐욕이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메이퀸' 결말은 드라마의 정석대로, 장도현의 뼈저린 반성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이 해소되는, 용서와 화해의 시간으로 채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메이퀸' 마지막회는 억지스럽다. 시청하는 내내 실소를 금할 수 없고, 오글거리는 손발을 가눌 길 없다. 인물간의 용서와 화해가 너무나 급하게 이뤄질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장도현빼고 다른 인물들은 현 상황과 극 중심에서 멀어진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를 설명하는 분량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친아버지 장도현에게 목졸라 죽을 뻔한 천해주는, 어떠한 쇼크도 없이, 강산(김재원)과 배가 아닌 애만들 기세로 뽀뽀를 해대고, 산책하다 뒹굴고, 키스하다 다리 하나 살짝 올려 최강의 오글거림을 완성한다. 지난 37회 동안 못한 로맨스를 마치 한 풀듯이 하고 있었다. 올해 드라마가 낳은 최고의 오글커플이다. 그렇게 강산과 로맨틱오글코미디를 찍다가, 도현에게 달려와 '아버지, 죽지마!'를 외치는 통속극으로 귀환, 출비퀸과 오글퀸을 오가는 여주인공 해주덕에 극적인 장면조차 몰입을 방해한다.

비단 천해주뿐이 아니다. 모든 인물들이 그랬다. 메이퀸 마지막회의 큰 줄기는 용서와 화해였지만, 장도현만이 그 커다란 물줄기에 서 있었을 뿐,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근처 워터파크에서 공놀이하는 느낌이랄까. 마지막회가 주는 긴장감은 고사하고, 오글거림을 주체할 수 없다.


드라마 '메이퀸'을 보면, 故조소혜 작가의 드라마가 생각난다. '젊은이의 양지', '첫사랑', '종이학' 등으로 과거 엄청난 시청률로 주말극을 평정했던 작가. 생각해 보면, 조소혜 작가만큼 통속극을 잘 쓰는 작가가 없는 거 같다. 막장과는 거리가 멀면서도, 매회 재미와 긴장감을 불어넣는 힘. 마지막회까지 개연성을 무너뜨리지 않고, 억지가 없이 용서와 화해의 틀을 구축하는 힘. 시청자에게 드라마라는 장르를 통해 감동과 여운을 남길 줄 아는 힘.


드라마 '메이퀸'이 남긴 것이 무엇인가. 여주인공 천해주의 아버지가 셋이고, 어머니가 둘이었다. 그렇게 만든 건 장도현의 탐욕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가족이 되었다. 천해주가 조달순(금보라)패밀리를 품은 데다, 장인화(손은서)와는 자매가 되다보니, 강산과 박창희(재희)는 동서지간이 됐다. 창희는 해주의 형부? 박기출(김규철)은 해주의 사돈어른. 내용과는 별도로 족보가 완전 막장이 됐다.

용서도 좋고, 화해도 좋다. 하지만 '메이퀸'의 설정은 아쉽다. 시종일관 출생의 비밀과 폭력 등 자극적인 전개로 극을 이끌다가 후반부에 용서와 화해로 핸들을 꺽다 보니, 막장 바다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용서와 화해에도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진행했어야 했는데, 인물들간의 관계도 자체가 무리수라 '가족'으로 묶어 버린 결말을 낳음으로써, 개운치 않은 뒷맛만 남겼다.


평균 시청률 20%를 넘을 정도로 드라마 '메이퀸'은 흥했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도 흥했다고 할 수 있을까. 돌아보면, 극 초반 안내상-김유정 부녀가 등장했던 8회까지가 '메이퀸'의 절정이었다. 15년이 흘러, 김재원-한지혜-재희 등이 등장하면서, 내용면에서 드라마는 하강곡선을 그렸다. 그런 생각이 든다. 적어도 15년 전에는 볼만한 통속극이 많았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안방드라마는 갈수록 자극적인 막장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과정(내용)이 아닌 결과(시청률)중심으로 지나치게 변질된 게 아닌 지 그러다 보니 감동과 여운을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마지막회를 기대하기가 더욱 힘든 게 아닐까.<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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