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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토리] 대선일 극장가에서도 여(與)가 야(野) 이겼다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2-12-21 09:14



대선일 극장가 전쟁에서 여(與)가 이겼다. 실제 대선에서 여권 박근혜 후보가 야권 문재인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된 것과 마찬가지다.

할리우드 영화 '호빗: 뜻밖의 여정'은 대선 하루 전인 18일까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호빗: 뜻밖의 여정'은 지난 18일 하루 동안 13만 5750명을 동원했다. 2위를 기록한 한국영화 '나의 PS 파트너'(7만 3440명)의 2배에 가까운 관객수였다. '호빗: 뜻밖의 여정'이 대권을 잡고 있는 할리우드 당의 대통령이었다면, '나의 PS 파트너'는 충무로 당의 최고 지도자였던 셈.

19일 대선에 맞춰 할리우드 당과 충무로 당은 새로운 대권 후보를 내놨다. '레미제라블'과 '반창꼬'였다. 충무로 당은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이라는 또 다른 후보도 내놨다. '레미제라블'과 '반창꼬' 모두 18일 전야 개봉을 하면서 흥행 예열을 마쳤다. 애초 19일 개봉이 예정돼 있다가 18일에 전야 개봉하는 등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결과는 '레미제라블'의 승리. '레미제라블'은 19일 하루 동안 28만 3791명을 동원했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충무로 당은 정권 교체에 실패했다.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은 15만 3673명(3위), '반창꼬'는 14만 9159명(4위)을 불러모으는데 그쳤다. 여당인 할리우드 당이 대권을 계속 유지하게 됐다.

재밌는 건 5년 전인 2007년 12월 19일 대선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당시엔 대선 당일에 개봉한 영화는 없었다. 대신 하루 전인 2007년 12월 18일 몇몇 영화가 개봉하며 극장가 흥행 경쟁을 펼쳤다.

2007년 12월 17일 기준으로 박스오피스 1위는 할리우드 영화 '나는 전설이다'였다. 2위는 한국영화 '색즉시공 시즌2'. 당시에도 여당은 할리우드 당, 야당은 충무로 당이었다. 할리우드 당은 대선일에 맞춰 '황금 나침반'을 내놨고, 충무로 당은 '내 사랑'과 '용의주도 미스신'을 내놨다. 결과는 '황금 나침반'의 완승. 정권 교체는 없었다. '황금 나침반'은 2007년 12월 18일 하루 동안 10만 4923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박스오피스 1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내 사랑'(2만 7557명)과 '용의주도 미스신'(2만 5689명)은 5위와 6위에 머물렀다.

영화 관계자는 "할리우드 대작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라며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한국영화가 '대작'이라고 하기엔 어려워 관객들을 끌어모으는데 불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비나 장르를 비교해 봐도 한국영화가 흥행에선 불리한 측면이 있었다. 5년전과 이번 대선일에 개봉한 한국영화는 멜로와 코미디 장르에 국한됐다"고 말했다.


피터 잭슨 감독이 연출한 '호빗: 뜻밖의 여정'은 무려 5억 달러(약 5367억 5000만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게다가 1초당 24프레임 대신 48프레임으로 촬영하는 최첨단 하이프레임레이트(HFR) 3D 기법을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사용했다. 5년 전 개봉한 '황금 나침반'도 '호빗: 뜻밖의 여정' 만큼은 아니지만, 제작비가 1억 8000만 달러(약 1932억 3000만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100억원만 투입돼도 '블록버스터'란 말을 듣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한 '레미제라블' 역시 아카데미시상식에서 '킹스 스피치'로 4관왕을 차지한 톰 후퍼 감독을 비롯해 휴 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대작이다.

이야기의 짜임새나 극의 완성도를 떠나 물량이나 스케일에서 기본적으로 같은 시기에 개봉한 국내영화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물론 대선과 달리, 극장가 전쟁은 대선일 이후에도 계속된다. 한국영화가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25일엔 한국형 블록버스터 '타워'가 개봉한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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