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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개표방송 어땠나…SBS '호평'-KBS '시청률'-MBC '참패'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12-21 09:13



선거 개표방송은 '방송의 꽃'이라고 불린다. 판세를 정확하게 예측·분석하고 그 결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방송사의 모든 역량과 최첨단 방송 기술이 총동원되기 때문이다. 이번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공동으로 출구조사를 실시한 KBS, MBC, SBS는 똑같은 조사 결과와 득표 상황을 놓고 이를 더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3D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개표 상황을 전달했고, SNS로 투표 인증샷을 받아 그래픽 자료에 활용하는 등 시청자들과의 쌍방향 소통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재미 요소를 위해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참여시켰다는 점도 3사가 비슷했다. 그러나 채널 선택에 대한 시청자들의 '표심'은 엇갈렸다. 시청률에선 KBS가 앞섰고 콘텐츠 구성 면에선 SBS가 좋은 점수를 받았다. 19일 KBS의 개표방송 평균 시청률은 15.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 SBS와 MBC는 각각 8.9%와 4.6%로 집계됐다.

3사 개표방송 중 화제성 면에서는 단연 SBS가 앞섰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현 당선자)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영화 '친구'와 '인디애나 존스'에 대입해 패러디한 애니메이션은 긴장감 넘치는 배경음악까지 더해져 한 편의 예능 버라이어티를 보는 듯한 재미와 웃음을 선사했다. 두 후보가 마라톤을 하거나 펜싱 대결을 하는 하는 장면으로 실시간 득표율을 설명한 그래픽, '투표로'라는 백곰 캐릭터가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역별 투표율을 보여준 애니매이션, '탐라가 탐나, 제주' '궁금혀유? 기달려유, 충청' '박은 되구 문은 안 되구? 대구' 같은 재치 있는 문구에도 호평이 쏟아졌다. 캐나다 일간지 '글로벌 앤 메일'의 특파원 마크 매키넌은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의 선거방송을 보고 나니 앞으로 다시는 CNN을 못 볼 것 같다"는 글을 남기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지난 20년간의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해 지역별 표심 변화와 당선자를 모두 맞춘 지역 등을 소개한 인포그래픽 자료는 대선 판세에 대한 이해를 돕고 긴장감과 흥미를 높였다. SBS는 3사 중에 유일하게 오전 시간대에 2시간 가량 개표방송을 내보낸 데 이어 본격적인 개표방송도 타사보다 1시간 앞선 오후 3시부터 시작하는 파격 편성으로 시청자들을 선점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20일에 실시한 '대선 개표방송, 어떤 방송사가 제일 잘했나?'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SBS는 70%의 득표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KBS는 26%, MBC는 4%에 그쳤다.

KBS는 광고가 없는 1TV에 개표방송을 편성한 덕을 톡톡히 봤다. 개표방송과 겸한 '9시 뉴스'는 무려 22.4%를 기록했고,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3부로 나뉘어 방송된 개표방송 모두에서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KBS의 개표방송은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고 무난했다는 평을 받았다. 지역별 득표율과 득표수는 하단의 간단한 그래픽으로 처리해 다소 밋밋한 편이었고 후보들을 입체적인 그래픽으로 표현한 신기술도 SBS의 화려한 CG에 밀렸지만, 익숙한 구성과 안정감 있는 진행으로 전연령층을 공략했다. 무엇보다 KBS만의 예측 프로그램 '디시전 K'를 활용해 방송 3사 중 가장 먼저 박근혜 후보의 '당선 확실' 보도를 한 점이 돋보였다.

자사 콘텐츠를 적극 활용한 것도 눈에 띄었다. '개그콘서트'의 코너인 '네가지' '거지의 품격'을 선거에 맞게 패러디해 친근감을 더했고, 개그맨 김대희는 청와대 출입기자와 함께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보는 코너를 진행했다. 개그맨 안윤상은 이광용 아나운서와 함께한 '집중분석' 코너에서 성대모사를 선보였다.

반면 MBC는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를 놓쳤다. 파업과 맞물려 준비가 미흡했던 지난 4·11 총선 개표방송의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바닥까지 추락한 채널 신뢰도가 발목을 잡았다. 과거 개표방송의 혁신을 이끌었던 MBC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하지만 매직 월, 매직 터치, 매직 데이터룸 등을 활용한 입체적인 분석 영상과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한 쌍방향 소통은 눈길을 끌었다. 스튜디오 세트에서는 10여대의 카메라와 스태디캠, 특수촬영장비 테크노 크레인까지 동원해 다채롭고 역동적인 화면 구성을 선보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현장과 스튜디오와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고 중계화면도 툭툭 끊겼다. 기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갑작스럽게 함성소리가 삽입되는 등 음향 사고도 잦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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