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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마의' 21회에선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서 의생 백광현(조승우)의 활약은 잠시 미뤄졌다. 대신 연출이 빛난 등불축제가 있었고, 로맨틱코미디를 연상시키는 러브라인의 진전이 있었다. 숙휘공주(김소은)는 백광현에게 자신의 짝사랑을 솔직하고 용기있게 고백하고자 했고, 그런 숙휘를 보며 강지녕(이요원)은 부러움과 동시에 은근한 심통, 질투심을 느꼈고, 광현에 대한 자신의 속내를 좀 더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시작했다.
서은서(조보아)가 백광현에게 이명환을 조심하라고 말하는 와중에도, 반가의 청상과부가 외간남자를 만나는 자체를 더 걱정해야 하는 세상. 광현과 지녕이 아무리 눈싸움을 벌이며 조선판 러브스토리를 찍어도, 결국 서로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만 남길 것이란 이성하의 객관적인 논평. 숙휘공주가 백광현에게 사랑을 고백한다해도, 그 사랑이 혼사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확신이나 욕심보단, 연애만이라도 솔직하게 하고 싶어서라는 한계. 그 모든 것(사랑)이 '신분'이란 굴레에 갇혀 있다.
결국 이성하의 말처럼 백광현-강지녕은 그 굴레를 벗지 못하고 수긍하게 될까. 그렇다면 광녕커플은 마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없다. 사랑이 신분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극복의 조심스런 시작을 '마의' 21회는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바로 등불축제에서 지녕의 망가진 신을 광현이 벗겨내고, 자신의 짚신을 대신 신겨주는 장면이다.
지금껏 강지녕이 백광현을 향해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변할 것임을 암시한다. 때문에 이명환이 말하듯 반가의 여인은 어른이 정해준 짝과 무조건 혼례를 치러야한다는 억제와 강압을, 강지녕이 능동적으로 극복하려는 의지와 행동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드라마 마의는 백광현의 의학만큼이나 그를 둘러싼 사랑이 재미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다. 신분사회의 모순을 양방향에서 시너지를 내며 복합적으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용적인 측면과 별도로, 드라마 '마의'의 21회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배우들의 고생이다. 요즘 한파가 장난이 아니다. 이 추운 날씨에 밤을 새워가며 야외 촬영하는 '마의'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고생이 21회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대사를 칠 때마다 용가리수준의 입김이 화면에 잡히고, 코는 루돌프를 방불케한다.
특히 배우들의 경우, 화면에 잡히지 않는 스태프들에 비해 촬영시 옷을 덜 껴입을 수밖에 없다. 여배우의 경우는 더욱 고충이 심하다. 화면에서 예쁘게 보여야 할 의무(?)를 짊어졌기 때문이다. 무작정 옷을 껴입어 옷맵시를, S라인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때문에 21회에서 등불축제에 참가한 이요원과 김소은은, 강추위속에서도 몸매를 죽이지 않는 선택을 했다. 상대적으로 몸매를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어 옷을 겹겹이 입었던 남자배우 조승우와 비교하면, 여배우들의 고충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극의 상황과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 흐트러짐이 없었던 이요원-김소은은 칭찬이 아깝지 않다. 옷맵시도 살리고 연기도 살렸다. 강추위속에 빛난 열연이라 할 만했다. 동시에 여배우들의 고충도 고스란히 묻어나는. 드라마 속 주연급 여배우는 예쁘게 나와야 한다는 것도, 드라마 마의를 관통중인 일종의 모순이긴 하지만 말이다.
드라마 '마의'는 이명환에 의한 이성하-강지녕의 혼사 강행, 백광현이 강도준(전노민)의 친아들임을 알게 된 장인주(유선)로 인해,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누구보다 백광현-강지녕에겐 본격적으로 사랑을 불붙을 기회이자 강력한 위기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외적으로 연일 계속되는 한파라는 이중고. 50부작의 반도 찍지 못했다는 사실. 신분도 극복해야 하고, 날씨도 극복해야 하고, 출비도 극복해야 한다. 여러모로 고생의 연속이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