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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역사의 스타리그에서 프로토스 종족은 유독 가을에 강해, '가을의 전설'로 통한다.
이 경기는 여러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스타2'로 열리는 첫 스타리그 결승전인데, 두 선수 모두 첫 스타리그 출전이었다. 스타 게이머의 등용문인 스타리그이기에 우승에 대한 열망은 클 수 밖에 없었다. 또 정윤종은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이고 박수호는 e스포츠연맹 소속이라 두 단체의 자존심 대결까지 걸려 있었다.
연맹 선수들의 경우 '스타2'가 출시된 2년여전부터 전념을 했던 반면 협회 선수들은 올해가 돼서야 '스타2'로 전환했다. 게다가 박수호는 '스타2'로 열리는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저그 플레이어 가운데 최고의 게이머로 꼽히며 '저그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강적이었다. 정윤종으로선 도전자의 입장이었던 셈.
이렇듯 다양한 부담감을 가지고 경기에 나선 정윤종이었지만 오히려 이를 즐겼다. 1세트에서 30분 가까운 혈전을 펼친 끝에 박수호에 패했지만 이후 자신감을 찾은 듯 보였다. 2세트에서 집요한 견제로 세트 스코어를 1-1로 맞춘 정윤종은 3세트에서 심리전으로 승리, 완전히 기세를 탔다.
이후 타이밍 러시로 간단히 4세트를 따낸 후 5세트마저 암흑기사 견제를 성공시키며 '스타2' 사상 첫 우승자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승을 확정지은 후 뜨거운 눈물을 흘린 정윤종은 "사실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너무 기쁘다"라며 "1세트에서 결국 졌지만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길게 끌고 가면서 오히려 자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가을의 전설'을 이을 수 있어서 더 의미가 컸다"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계속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스타리그 5번의 결승 진출에 두 차례 우승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번 경기를 통해 데뷔 무대를 가진 임 코치는 "정윤종은 이미 갖춰진 선수였기에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얻은 격'이다"라고 웃었다.
최근 열린 '스타2 배틀넷 월드챔피언십' 아시아 파이널에서 우승을 기록했고 GSL 시즌4에서 4강에 오르며 협회 소속 게이머 가운데 최상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정윤종은 이번 우승으로 '스타2'의 확실한 대세임을 입증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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