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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스토리]'마의' 제3의 주인공, 말의 소름 돋는 연기력의 비결은?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10-18 17:13 | 최종수정 2012-10-21 14:24


사진캡처=MBC

MBC 월화극 '마의'에서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연기자'가 있다. 드라마 제목에서 드러나듯 바로 말들이다. 방송이 끝난 후에는 '대체 말이 연기하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는지 모르겠다'는 감탄 어린 시청평이 줄을 잇는다. 조선시대 말을 치료하던 수의사 마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이 작품에선 말이 제3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말들은 드넓은 초원을 거침없이 내달리기도 하고, 극심한 통증으로 난동을 부리기도 하고, 병에 걸려 바닥에 드러누운 채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숨을 헐떡이기도 한다. 물론 실제로 아픈 게 아니라 모두 연출이다.

'마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말들은 모두 연기 훈련을 받은 말들이다. 일반 사극에서도 사람을 태우고 걷거나 달리는 말들은 모두 훈련을 받아야 한다. 동물 연기자들을 관리하는 회사도 따로 있다. '마의'에서는 훨씬 더 어려운 고난이도의 연기력이 필요하다. 사람 덩치의 몇 배나 되는 말이 바닥에 눕거나 앞발을 들고 울음소리를 내는 등의 동작을 하는 건 결코 쉽지가 않다. 말은 낯가림도 심하고 예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는 승마팀의 전문가들이 항상 대기하면서 말을 관리하고 돌봐주고 있다.

말에게 뜸을 뜨거나 관장을 할 때처럼 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장면에선 간혹 더미(모형)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리얼리티를 위해 말이 직접 연기한다. 4회에 화살을 맞고 계곡에 떨어진 어린 백광현이 우연히 발견돼 목장에 실려왔을 때 새끼를 잃은 어미말이 사경을 헤매는 광현의 곁에 조용히 다가와 얼굴을 핥아주던 감동적인 장면에선 아역배우의 얼굴에 말이 좋아하는 음료를 발라서 연기를 이끌어냈다.

말에게 침을 놓거나 치료하는 장면을 찍을 땐 수의사와 한의사가 현장에 대기한다. 배우들도 드라마 촬영 전에 기본적인 침술은 다 배웠지만 현장에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가며 연기한다.

하지만 말(馬)이 말(語)을 알아듣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제작진은 원하는 장면을 얻기까지 상당히 애를 먹는다. 때론 일반적인 촬영의 2~3배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영화보다 시간적 제약이 큰 드라마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하다.

그렇다면 '말 연기자'들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1회에 100여마리의 말들이 초원을 달리는 장면에 등장한 말들은 마리당 20~30만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고난이도의 몸짓 연기를 보여주는 말들은 이보다 2~3배 정도 높은 출연료를 받는다고 한다. 몸값으로 봐도 웬만한 '사람 연기자' 못지않다.

말들의 명연기에는 주인공 조승우의 보이지 않는 노력도 한몫 했다는 전언이다. '마의'의 한 관계자는 "일반인이 말을 다루는 건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인데 조승우는 항상 말 옆에 머물며 쓰다듬어주고 돌봐주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한다"며 "과거에 작품을 위해 승마를 배운 적이 있고 이번 작품을 앞두고도 2개월여간 승마를 배운 덕분에 말을 상당히 능숙하게 다룬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조승우가 동물을 무척 좋아한다. 동물을 치료하고 돌보는 장면에 실제 조승우의 진심이 담기기 때문에 동물과 사람의 교감이 더욱 잘 살아나는 것 같다. 현장에서도 스태프들의 칭찬이 자자하다"고 덧붙였다.

'마의'에는 말 외에도 개, 고양이, 원숭이, 새 등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지난 16일 방송에선 마의 백광현(조승우)이 투견장에서 다친 개와 숙휘공주(김소은)의 고양이를 치료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특히 이 고양이는 백광현이 내민 물 그릇을 여러번 밀쳐내다가 앞발로 물 온도를 체크한 뒤에야 따뜻하다는 걸 알고 꿀꺽꿀꺽 마시는 연기를 펼쳤다. 충치 걸린 고양이를 이보다 실감나게 그려낼 수가 있을까. '마의'의 동물들이 펼치는 명연기는 '주연상' 감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캡처=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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