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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결방이 '무한걸스' 탓? 도넘은 왕따 만들기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2-06-25 15:19 | 최종수정 2012-06-25 16:24



24일 방송된 우리들의 일밤 '무한걸스'에선 차로 이동하는 멤버들이 25가지 게임 벌칙을 놓고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며 빙고 투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무한걸스는 기대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다. 물론 무한걸스의 이번 빙고투어는, 원조격인 '무한도전'의 아이템 중 하나로, 보는 이에 따라 식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송은이를 중심으로 신봉선-안영미-김신영 등 멤버들이 보여준 활약상은, 이를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특히 이 날 벌칙으로 가장 굴욕을 맛봤던 멤버는 신봉선이었다. 성형수술보다 더 아팠다는 그녀의 외침처럼, 아무리 개그우먼이라해도 차마 눈뜨고 못 볼 만큼 치욕적인 '요다 분장'은 과격하고 용감했다. 예능에서 남자연예인도 하기 힘들 정도로 얼굴분장은 독했고, 요다 분장을 하고 웃음을 주기 위해 시민들 속으로 들어간 신봉선의 투혼과 프로정신은 칭찬이 아깝지 않았다.

분명 신봉선의 요다 분장은 독했고 무리수로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신봉선은 투정도 한마디 없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여권사진을 찍는 등 미션수행을 하고 있었다. 단순히 프로정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이면에 신봉선이 무한걸스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프로그램뿐 아니라, 멤버 간 신뢰와 애정이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를 끌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봉선은 무한걸스 프로그램을 일이 아니라 즐길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무한걸스 멤버들(송은이-김숙-신봉선-안영미-김신영-황보-백보람)을 보면, 하나같이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진하게 느껴지고, 동료들 사이에 격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녹화를 즐기는 인상을 받는다. 이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어떤 미션이 주어져도 멤버들을 믿고 성패를 떠나, 재밌게 열심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리얼 예능의 본좌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이 시청자의 사랑 속에 대박을 친 이유도 이러한 사실에 기초한다. 무한도전은 도전을 즐겼고, 1박2일은 여행을 즐겼다. 연예인이 돈벌기 위해 일하는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았고, 매번 반복되는 힘든 과정 속에서도 멤버들은 친형제처럼 서로를 다독이고 파이팅을 불어넣으며 지친 내색보단 웃음과 감동을 주기 위해 고민하고 표현했다. 시청자가 가장 보고 싶어하는 모습을 향해 그들은 달렸다.


현재 무한걸스를 보면, 유재석의 무한도전과 강호동의 1박2일 시즌1을 보는 듯하다. 무한걸스가 무한도전의 포맷을 따라했기 때문에, 무한도전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만이 아니다. 멤버들간에 호흡이나 우정을, 예능이란 틀에 맞춰 효과적으로 재밌게 표현할 줄 알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을 따라했음에도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에선 100% 느낄 수 없는 멤버간에 끈끈함이 무한걸스에선 눈으로 느껴진다.

현재 1박2일 시즌2는 기존에 이수근 등에 새로운 멤버 김승우-차태현 등을 영입했지만, 강호동-김C-이승기-은지원-MC몽-이수근이 있었던 시즌1의 재미를 쫓아가지 못한다. 그만큼 시즌2의 멤버들에겐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일이 아니라, 멤버들이 보고 싶어서 1박2일 촬영장을 찾을 만큼의 애정과 재미를 느끼는 데엔, 시즌2멤버들에게 아직까진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과정을 재미로 만드는데 능숙하지 못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무한걸스에선 친형제 같았던 1박2일 시즌1의 멤버들의 모습이 있다. 비단 오래해서 즐거운 게 아니라, 같이 어울려서 뭘 한다는 게 재밌어서 하는 기운이 느껴진다. 캐릭터도 뚜렷한데다, 무한걸스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터라, 상황극이나 돌발상황에서 자연스런 재미를 뽑아내는 데도 능숙하다. 무한도전-1박2일은 절대 보여줄 수 없는 여자들만 뭉쳤을 때, 남자가 아닌 여자가 보여줄 수 있는 색다른 재미도 무한걸스에는 있다.

그럼에도 무한걸스는 케이블에서 공중파로 입성하자마자,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혔다. 그녀들을 바라보는 색안경이다. 무한걸스가 무한도전을 폐지시키기 위해 일밤에 투입됐다는 식의 음모론. MBC파업사태로 인해 무한도전이 결방중임에도, 무한걸스가 파업에 동조하고 응원하진 못할망정 공중파에 뜨고 싶어서 MBC노조와 무한도전에 뒤통수를 쳤다는 식이다. 이런 억지 비난에 오죽하면 안영미가 섹션TV에서 '못해먹겠다.'며 농담조로 말했을까.

이렇듯 무한걸스의 내용적인 측면은 보지 않고, 도를 넘은 비난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무한걸스로 인해 무한도전이 폐지됐는가. 무한걸스가 무한도전의 포맷을 차용한 것은 사실이나, MBC 파업 중에 갑자기 만들어진 프로그램도 아니다.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한걸스를 왜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왕따로 삼으려고 하는지 일부 네티즌의 강한 비난의 목소리가 씁쓸하다.

하루 빨리 MBC방송사의 정상화를 기대하고, 무한도전도 더 이상의 결방 없이 속개되길 많은 시청자가 바라고 있다. 다만 그것과 별개인 무한걸스를 표적으로 삼진 않았으면 한다. 무한걸스가 재미가 없어서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시청률이 하락해 폐지가 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억지로 연관성을 부여해 악의적인 왜곡과 비난, 편가르기로 그녀들을 시작부터 왕따로 내몰지는 말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재미와 웃음을 주려는 노력에 침부터 뱉어서야 되겠는가.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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