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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없는 '드라마 춘추전국시대', 원인은 편성 전략?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2-06-04 15:55


사진제공=SBS, MBC

지난해 초 20여개에 달하는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 성적표가 시원찮았다. 지난해 4월 당시 방영된 드라마 가운데 시청률 20%(AGB닐슨 기준)를 넘는 작품이 KBS1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와 KBS2 주말극 '사랑을 믿어요' 2개에 불과했다. 대박 드라마 기근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최근 들어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연초 시작된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이 40%가 넘는 시청률로 '초대박'을 터트린 후 이에 견줄 만한 흥행작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방극장 초대박 작품이 안 보인다!

현재 2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작품은 KBS1 일일극 '별도 달도 따줄게'와 KBS2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 MBC 월화극 '빛과 그림자' 정도다. 모두 6개월 이상 방영되는 장편 드라마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에 반해 주중이나 주말에 방영되는 미니시리즈나 중편 드라마의 경우 시청률 기근 현상이 심한 상황이다. 최근 종영한 MBC 주말극 '신들의 만찬'이 인기를 얻었지만 마지막회 시청률이 20%를 넘어서지 못했다. 최근 종영한 월화극 가운데 KBS2 '사랑비'는 5~6%의 저조한 시청률을 나타냈고, SBS '패션왕'도 10% 초반대의 머물렀다. 지난달 28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극 '추적자 THE CHASER'가 호평을 얻고 있지만 한자릿수 시청률로 출발했다. KBS에서 히트 메이커 '홍자매' 홍정은-홍미란 작가의 신작 '빅'으로 맞불을 놓게 되면서 이후 월화극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되고 있지만 이 또한 아직은 안갯속이다.


사진제공=KBS, SBS, MBC
시청률 기근은 수목극에서 유독 심하다. 최악의 대진운 때문이다. '해를 품은 달'이 끝나고 KBS2 '적도의 남자', MBC '더킹 투하츠', SBS '옥탑방 왕세자'가 정면대결을 펼쳐 숱한 화제를 뿌렸지만 시청률은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했다. 10%대 초중반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완전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을 해왔다. 이들의 배턴을 이어 받은 새 수목극들도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KBS2 '각시탈', MBC '아이두 아이두', SBS '유령'이 지난달 30일 일제히 첫선을 보였으나 아직까지는 작품에 대한 평가와 시청률이 따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주말극 부문도 만만치 않다.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 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톱스타 장동건이 주연을 맡은 SBS '신사의 품격'이 강력한 라이벌을 만나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송승헌 주연의 MBC '닥터 진'이 1.0%포인트 내외의 격차로 '신사의 품격'을 쫓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편성 전략 역효과, 스타파워 약화


독보적인 흥행이나 상승세가 보이지 않는 이 같은 흐름은 몇 가지 원인을 안고 있다.

우선 시청률에 얽매이는 전략의 역효과다. 지상파 방송3사가 올 들어 세차례나 수목극을 같은 날 일제히 첫 방송하는 편성을 고수하면서, 시청률 경쟁의 과열을 부추긴 꼴이 됐다. '제 살 깎아 먹기'식 소모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두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초반 몇 회가 전체 시청 패턴을 좌우하는 흐름이 지속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사진제공=MBC, KBS, SBS
또 스타 파워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한 원인이다.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PD의 신작 그리고 톱스타 장동건의 12년만의 외출'이라는 타이틀도 이제는 스토리와 경쟁작에 따라 힘을 달리 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내용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도 한몫을 담당한다. 자기복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작품들이 무한 재생산되는 현상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지금의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땐 '드라마의 춘추전국시대'로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청자들이 '골라보는 재미'에 빠진 것인 지, '확 끌어당기는 대박 작품이 없어 아무거나 본다'는 상황에 이른 것인 지, 당분간 흐름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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