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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정시로)가 5년 만에 컴백을 알렸다. 20년 가까이 되는 음악 생활을 하며 한결같이 고수해온 장발에서 벗어난데 대해 "일부러 신경 쓴 헤어스타일은 아닌데…"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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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기는 길어졌지만, 여행을 다니며 사진도 찍고 사회인 야구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심신을 위로했다. 그 과정에서 심경에 변화도 생겼다. 뱅크는 "예전엔 음반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에 더듬이를 두고 있어서 지친 것 같다. '뱅크의 색'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인 기능이 떨어지면 노래는 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번 구축한 자신의 색은 변하지 않는다. 이번에 발표한 8집 '가객'에서는 한결 차분해진 뱅크만의 음색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자기가 서 있는 곳과 가야 할 곳을 아는 것도 능력이다. 거칠고 보여줘야 한다는 부분에서 벗어나 좀 더 차분해졌다. 나름대로는 '녹여내기'에 대한 작업이 시작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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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발표한 데뷔곡 '가질 수 없는 너'는 노래방 애창곡 순위에서 빠지지 않는 곡이기도 하지만, 가장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한 노래로 꼽힌다. 강승모 백미현 케이윌 현빈 김도훈 등 수많은 후배가 리메이크곡을 발표했으며 MBC '나는 가수다', Mnet '슈퍼스타K', KBS2 '불후의 명곡'에서도 선택을 받았다.
그렇다면 원곡자의 마음을 가장 흡족하게 했던 가수는 누구일까? "느낌이 다 달라서 선택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뱅크는 "나 역시 리메이크 앨범을 만들어봤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원곡의 이미지를 파괴하고 비슷한 정도의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어렵다. 내 목소리도 특이하므로 더 많이 리메이크를 해보는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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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장르, 다양화 돼야 한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나란 사람' 외에 뱅크 1,2집 객원보컬 박영수가 만든 '밥', '이지경', '사랑한다면 우리처럼…' 등 4곡이 담겼다. 타이틀곡 '나란 사람'은 누구나 한번 쯤 겪어볼 수 있었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특유의 애절한 가사로 풀어낸 노래다. 뱅크는 '나란 사람'으로 라디오와 공연 위주의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공연. "가을께 콘서트를 할 예정이다. 뭔가 기발한 콘텐츠를 접목해 사람들이 눈물 흘릴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구성이 탄탄해야 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
팬들과 만날 생각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모습은 10대 소년처럼 순수해 보이지만, 데뷔 16년 차 관록의 가수답게 현 가요계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뱅크는 "K-POP의 세계적인 인기는 좋은 현상이다. 후배들을 봐도 기본기가 있고 수준도 높아졌다. 다만 흑인 발성에 기초를 두고 노래가 패턴화된 것은 아쉽다. 다른 톤의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