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법륜스님 "악마 같던 고문관, 딸 얘기에 용서"

조윤선 기자

기사입력 2012-05-29 09:43 | 최종수정 2012-05-29 09:43



법륜스님이 자신을 고문한 고문관을 용서하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28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는 석가탄신일을 맞아 법륜스님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법륜스님은 1979년 박정희 유신정권 마지막 해에 농민운동 자금책으로 오해를 받아 고문을 당한 사건에 대해 자세히 밝혔다.

법륜스님은 "인기 수학강사로 활동하며 돈을 잘 버니까 찍혔던 것 같다. 어느 날 아침에 장정 2명이 와서 양 팔을 잡고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끌고 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이유도 모른 채 취조를 받자마자 구타를 당했다. 당시 농민운동 교육을 받던 학생들의 사건에 연루 되어서 학생들의 자금책으로 오해를 받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륜스님은 직접 겪었던 고통스러웠던 고문관들의 행동을 나열하며 "나도 어릴 때는 독립 운동가들이 고문을 당하며 실토하는 것을 보고 '바보같이 왜 실토했을까'했는데 당해보니까 실토할 수밖에 없겠더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끝없는 고문의 연속 끝에서 법륜스님은 두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법륜스님은 "고문을 당하는 사람들도 힘들지만 고문 하는 사람들도 힘들다. 휴식시간에 우연히 고문관들의 대화를 들었는데 딸의 시험과 대학 학비를 걱정하더라"며 "내가 볼 땐 악마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엄청난 충격이 왔다"고 털어놨다.


또 "저 사람도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어쩌면 저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자기 직업에 충실하고 애국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법륜스님은 "그 전에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손가락이 총이라면 다 쏴죽일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가슴의 분노가 가라 앉았다"며 "그걸 계기로 세상을 흑백논리로 보지 않고 반대편의 사람도 이해하는 관용을 깨우치게 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법륜스님은 "고문을 당하는 동안 기절할 듯한 상황에서 눈 앞에 화면이 하나 떠올랐다"며 "개구리 한 마리가 죽을 듯 사지를 떠는 게 눈앞에 보이더라. 그 때 생각이 확 바뀌었다"며 또 다른 깨달음에 대해 설명했다.

법륜스님은 "어릴 때 회초리로 개구리를 많이 잡아서 닭, 새 모이를 줬다.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는데 불교 제1계율이 '살생하지 마라'이다. 계율을 따랐지만 마음속에는 늘 의문이 있었다. '어떻게 세상을 살면서 살생하지 않고 살 수 있나. 계율이 너무 비사회적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있었다"며 솔직한 생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법륜스님은 "이유도 없이 고문을 받는 내가 개구리 같은 신세가 되어보니 부처님의 말씀이 절실히 다가왔다"며 "그동안 지식으로만 다가왔지 가슴으로 안 다가왔는데 내가 당해보니 크게 깨달았다. 자기가 당해 봄으로써 진실을 알 수 있었다"며 비로소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음을 고백했다.

한편 이날 법륜스님은 스님이 되기까지의 과정, 수학강사로 활동하던 시절, 정치 참여에 대한 견해, 안철수 교수와의 인연 등에 대해 밝혔다. <스포츠조선닷컴>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